엽서 상점 ‘포셋’을 방문하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기념품 상점을 방문하곤 한다. 그곳에서는 마그넷, 키링, 볼펜, 인형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그중 여행을 기념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엽서’다. 엽서는 사진으로 여행지를 온전히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엽서는 상점의 화려한 주인공이 아닌 은은한 배경 같은 존재다. 오늘은 이런 엽서가 주인공이 되는 곳, 연희동에 위치한 ‘포셋’을 방문했다.

 

 

카카오톡 대신 손편지,
아날로그가 주는 설렘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의 생일, 혹은 기념일이 되면 주로 카카오톡 어플을 이용해 마음을 전달한다. 상대가 멀리 있지 않은 경우에도 말이다. 카카오톡에는 카드 보내기 기능이 있어 더욱 간편하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이 손편지를 통해 전하는 진심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평소 카카오톡 카드 보내기 기능을 이용하는 최지원(22)씨는 “편리한 만큼 상대를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어느새 형식적으로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는 나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반면 손편지를 애용하는 김지희(24)씨는 “친구에게 손편지를 받았을 때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이후에는 나도 그 감동을 전하기 위해 직접 편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빠르고 편리한 것’이 당연해진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는 우리가 잊고 있던 감성을 자극한다. 캐나다 문화예술평론가 데이비드 색스는 “아날로그는 디지털보다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어서 더 매력적인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불편한 아날로그에 끌리는 것일까. 정답은 ‘참여감’과 ‘만족감’에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편지를 쓸 때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선택해 타자를 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손편지를 쓸 때는 편지지를 고르고, 직접 글을 쓰고, 편지를 포장하고, 직접 전달까지 해야 한다. 더 많은 과정을 거치면 더 큰 진심이 담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눌러 담은 진심은 수신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감성적인 도서관, ‘포셋’

 

 

연세대 서문으로 나와 15~20분 정도 걷다 보면 연희빌딩이 보인다. 연희빌딩 3층에는 엽서 상점 ‘포셋’이 자리 잡고 있다. 고객들은 포셋을 엽서 도서관 혹은 엽서 전시관으로 부른다. 가게로 들어가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이곳에는 엽서가 도서관처럼 주제별로, 작가별로 나열돼 있다. 그러나 분명 도서관보다는 더욱 자유로운 공간이다. 마치 전시회에서 한 편의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포셋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도서관에서 즐기는 전시회’ 정도가 되겠다.

 

 

이곳에는 약 3천200장의 엽서가 마련돼 있다. 사진, 일러스트, 그래픽 등 여러 종류의 엽서가 진열장을 메운다. 작가들은 사람, 자연, 문구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엽서 한 장에 담아낸다.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이곳의 엽서는 직사각형 모양부터 케이크, 하트 모양까지 각자의 개성을 지닌다. 포셋의 고객 A씨는 “이곳에 방문하기 전까지 엽서는 따분한 관광 상품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엽서의 매력이 이렇게까지 다양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엽서는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 세대가 즐기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포셋을 통해 편견이 깨진 것 같다”고 전했다. 

 

 

가게를 모두 구경한 후에는 마음에 드는 엽서를 구매할 수 있다. 수많은 엽서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된다면 마음을 전할 상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에게 어울리는 분위기와 상황을 떠올려 보면 엽서의 선택지가 좀 더 좁아진다. 가령 기자는 곧 생일을 맞이하는 친구를 위해 ‘Happy birthday’ 문구가 적힌 엽서를 선택했다. 또한 이름이 ‘평화’인 친구를 떠올리며 ‘평화’라는 글씨가 적힌 엽서를 구매하기도 했다. 편지를 쓰기 전부터 이미 나의 머릿속은 편지를 받게 될 대상으로 가득 찼다. 평소 카카오톡을 주고받을 때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포셋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엽서를 구매한 후에는 책상에 앉아 직접 글을 쓸 수 있다. 가게에는 다섯 개의 1인용 책상이 마련돼 있다. 공간을 이동하지 않고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휘발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엽서를 고르며 상대에게 느낀 감정을 바로 글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요한 공간 속 잔잔한 음악과 은은한 조명은 엽서를 줄 대상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책상은 창가에 위치하고 있기에 엽서를 구매하는 다른 고객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포셋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기록 보관함’이다. 기록 보관함은 자신의 추억과 기록을 보관하는 곳으로, 카운터에 신청 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친구와 교환일기를 주고받는 창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글을 써서 보관함에 넣어두면 다른 사람이 와서 새로운 글을 다시 넣어 둔다. 모바일 메신저처럼 원하는 시간에 글을 주고받을 수는 없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보관함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더욱 큰 설렘을 선사한다. A씨는 “포셋을 함께 방문한 친구와 보관함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느껴볼 수 없는 감성이기에 더욱 특별한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는 엽서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이곳을 추천한다. 포셋은 젊은 층의 고객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향을 담을 수 있는 엽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엽서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유쾌한 감성의 엽서가 이곳의 주를 이룬다. 주변인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만, 마음에 드는 엽서를 발견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이곳을 추천한다. 3천 개가 넘는 엽서 중 하나 정도는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테리어도 이곳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포셋의 인테리어는 빈티지스러우면서도 깔끔하다.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싶을 정도다. 도심 속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수업이 끝난 후, 혹은 공강 날 한 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강인숙 작가는 “편지는 수신인 혼자서만 읽는 호사스러운 문학”이라고 말한다. 엽서 한 장이면 우리는 모두 작가가 될 수 있다. 한 사람만을 위해 쓰는 문학작품이라니 매우 낭만적이다. 고마움을 전할, 기념일을 축하해 줄, 용서를 구할 상대가 있다면, 혹은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오늘은 카카오톡 대신 포셋을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사진 이지선 기자
ljs2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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