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의 지속 가능한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

규모는 작지만 동네 주민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도서관이 있다. 바로 ‘작은도서관’이다. 현재 서대문구에는 공립 작은도서관 13개가 있다.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부족한 곳에 작은 규모로 설립돼, 주민들의 문화 및 복지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을 한다. 작은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봤다.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

 

▶▶ 서대문구청 3층에 위치한 행복작은도서관 입구다.
▶▶ 서대문구청 3층에 위치한 행복작은도서관 입구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표한 ‘작은도서관 발전을 위한 기본방향계획’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접근성이 용이한 생활밀착형 소규모 문화공간’으로 ‘주로 독서 및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이는 공간’이다. 

서대문구청 별관 3층에는 ‘행복작은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30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 장서** 9천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공공도서관 ‘이진아기념도서관’이 228평 면적에 장서 16만 3천400여 권을 보유한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6세 자녀와 행복작은도서관을 찾은 박희숙씨는 “아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어린이집을 마치고 자주 온다”며 “아이를 위한 동화책이 많고 집과 가까워 좋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4월에 진행된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아이가 동화책 수업이 진행되는 수요일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좋아했다”고 말했다. 

행복작은도서관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논골작은도서관’ 역시 공립 작은도서관이다. 논골작은도서관 이옥경 관장은 “동네에 노년층이 많아 이들을 위한 노인 영어교실을 운영중”이라며 “2기까지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작은도서관 운영사업을 맡은 경민대학교 창의교양채움센터 김장호 센터장은 “작은도서관은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에게 특화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지역 내 독서 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지식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생활 친화적 도서관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은 커지고 있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작은도서관의 수는 지난 2013년 4천686개에서 2019년 6천672개, 올해 7천492개로 늘어났다. 정부도 늘어나는 작은도서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1년 「작은도서관 진흥법」을 제정하며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적은 예산에 인력난까지
운영 어려운 작은도서관

 

▶▶ 서대문구청 3층에 위치한 행복작은도서관 입구다.
▶▶ 서대문구청 3층에 위치한 행복작은도서관 입구다.

 

전문가들은 작은도서관이 양적 팽창은 이뤘지만 이에 걸맞은 수준의 질적 제고는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작은도서관을 내실 있게 운영하려면 전담 사서가 필요하다. 김기영 교수(문과대학·문헌정보학)는 “작은도서관은 규모가 작은 탓에 이용자가 원하는 장서를 모두 구비할 수 없다”며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의 분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공도서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료를 관리할 수 있는 사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서대문구 공립 작은도서관 13개 중, 전담 사서가 배치된 곳은 7개뿐이다. 나머지는 1년 단위 계약직 사서가 업무를 맡거나 공공근로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는 작은도서관에 전문 사서를 지원하기 위해 ‘순회사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순회사서 지원사업’은 사서 한 명이 작은도서관 4곳을 맡아 순회하며 도서관 업무에 대한 교육을 하는 사업이다. 중부대 문헌정보학과 이정연 교수는 순회사서 지원사업을 두고 “한 명의 사서가 작은도서관 여러 곳을 돌며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전부”라며 “작은도서관의 전담 인력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이 지역 내 복지 기관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근무의 연속성이 보장된 전문 인력 확보’는 중요하다. 이 교수는 “현재 작은도서관은 전 생애 주기에 맞는 지식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문화복지와 정보복지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며 단순 도서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복지 서비스는 지역 내 복지 기관과의 연계가 중요한만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전담 사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을 위한 예산은 해마다 줄고 있다.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면 작은도서관 사업 지원을 위한 예산은 지난 2018년 19억 9천200만 원에서 2019년 7억 2천950만 원, 2020년 7억 7천300만 원, 2021년 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다가 2023년에는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올해 초 작은도서관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이 일자, 서울시는 ‘상반기 중으로 추경 예산을 편성해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대문구 문화체육과 도서관정책팀 주무관 A 씨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현재 예산으로는 인건비와 공공요금만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용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예산 확보를 위해 사업 공모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도서관은 수익이 나지 않는 기관인 만큼 지자체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며 “작은도서관이 자체적으로 공모사업에 참여하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현실은 문제”라고 말했다.

예산 확보에 있어 지자체의 ‘도서관 운영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서관 운영위원회는 도서관 운영 및 사업 계획을 심의하고, 도서관 후원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조직이다. 이 교수는 “도서관 운영위원회 회의에는 지자체 의원들이 참석하는 만큼, 예산 결정권을 가진 이들에게 도서관의 필요성을 환기할 좋은 기회”라며 “예산 확보를 위해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도서관 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원들의 참여를 강제하는 조례를 마련하거나 회의록을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문체부는 작은도서관 운영 활성화를 위해 매년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태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그 이유로 ▲질적 평가가 어려운 문항 구성 ▲현장 검증의 어려움 ▲평가 결과 활용 미흡을 꼽았다. 

실태조사 문항을 살펴보면, 보유한 자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도서 권수를 묻거나, 직원과 자원봉사자 수, 자료구입비 규모, 컴퓨터 보유 여부 등을 묻는다. 이용자의 경험이나 도서관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은 없다. 이 교수는 “도서관에 책이 몇 권 있는지보다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나 프로그램 내용처럼 질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며 “현재 양적 평가에 치우친 실태조사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실태조사는 작은도서관 운영자가 장서 수나 근무 인원 수와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지자체와 문체부가 현장 검증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 검증은 보완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도서관을 대상으로 실시할 뿐 대부분 별도의 확인 없이, 작은도서관 운영자가 입력한 정보에 의존해 평가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검증에 필요한 인력이나 비용을 고려했을 때 현장 검증을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김 교수는 “평가가 의미 있으려면 평가 결과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도서관에 제재를 가하거나, 운영을 잘하고 있는 도서관에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교수는 “보상 체계가 마련된 ‘공공도서관 운영 평가’에 작은도서관 평가를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작은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작은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도서관운영위원회 주민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서관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작은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 및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내 커뮤니티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더 많은 주민들이 작은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 공공도서관: 「도서관법」에 규정된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 의 장서를 갖추고, 330㎡ 이상의 면적을 갖춘 도서관을 말 한다.
** 장서: 도서관에서 보유한 자료로 단행본부터 전문 학술 자료까지 모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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