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 만연한 장애인 차별을 들춰 보다

 ‘노동’ 없는 삶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호 위원장은 “소득 보장, 나아가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권은 어떤 상황에도 보장받아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이란 이유로, 다른 이들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 기회도 매우 부족한 현실에 처해있다. 장애인들이 일터에서 겪고 있는 차별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노동해도 장애인이라서,
최저임금 못 받는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 고용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1항-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고용노동부·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는 9천475명,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37만 461원이었다. 같은 해, 월 최저임금액인 182만 2천480원의 20%에 그치는 금액이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근로 능력과 무관하게 노동 대가를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장애인만 달리 취급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했다.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우주형 교수도 “장애인을 최저임금법 적용에서 제외한 건 위헌”이라며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안전망에 예외를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여부는 고용 공단의 작업능력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에 평가를 신청하면 고용 공단이 사업장을 방문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는 직무유지·직무능력·작업태도·작업성과 등의 항목에 점수를 매겨 비장애인과 생산량을 비교한다. ‘미달’ 평가가 나오면 사업주는 장애인에게 합법적으로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비율은 98% 이상으로 신청한 기업 대부분이 무리 없이 통과했다. 작업능력평가에 참여한 적 있는 ‘Good Job 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센터장은 “노동의 가치를 생산성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 또한 “장애인의 노동능력은 특정한 조건에서 높게 나타날 수 있기에 직업능력평가가 다양한 환경에 맞게 개별화돼야 한다”고 했다.

 

보호작업장,
‘사업체’와 ‘사회복지시설’ 사이의 갈등

 

▶▶ 보호작업장 ‘누야하우스’의 건물 입구.
▶▶ 보호작업장 ‘누야하우스’의 건물 입구.

 

지난 2022년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체 721개 중 630개가 직업재활시설, 특히 보호작업장이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 제58조에 따른 시설로, 일반작업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직업 훈련과 실제 취업을 돕는다. 보호작업장은 직업재활시설의 한 종류로, 주로 중증장애인이 근무한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보호작업장이 최저임금기준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도 존재한다. 보호작업장의 생산품은 단순노동으로 생산되는 물품인 경우가 대다수고, 판매처도 많지 않아 수익이 적은 편이다. ‘한국직업재활시설협회’ 최종태 회장은 “보호작업장은 영세해 현실적으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하기 어렵다”고 했다. 천연화장품을 생산하는 보호작업장 ‘누야하우스’ 고인석 대표는 “근무 인원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현재 경영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맞춰주려면 근로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호작업장은 사업체인 동시에, 사회복지시설이기도 하다. 동국대 법학과 조성혜 교수는 “작업장의 노동시간에는 복지 프로그램이 모두 포함된다”며 “복지 프로그램 시간까지 노동시간으로 포함해 최저임금을 지불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석대 재활상담학과 황의태 교수는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의 자립이라는 사회적 목적과 사업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청한 서울권 직업재활시설 한 곳을 방문하자, 작업환경뿐 아니라 텃밭·체육공간 등을 조성해 놓고 있었다. 고 대표는 “누야하우스도 서울시 지침에 따라 심리치료, 운동 프로그램, 야외활동을 필수적으로 시행 중”이라고 했다.

작업장이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국가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센터장은 “부족한 임금을 사회보장 제도를 통해 보충해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구체적으로 사회연대 고용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연대 고용제도는 고용노동부가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 미달한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법정부담금으로 중증장애인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제도다. 직업재활시설에서 맞춰주지 못하는 임금을 해당 법정부담금으로 충당하자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최저임금 보장은 장애 인권 보장의 시작점”이라며 “최저임금이 보장될 때, 통합고용 시장으로의 전이와 차별의 점진적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분리  없는 노동시장을 위해

 

실제 취업을 목표로 설립된 보호작업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7년 직업재활시설 장애인의 일반노동시장 이전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보호작업장에서 볼펜조립, 박스 접기 등 단순노동에만 종사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이마저도 과도하게 세분화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우정규 정책국장은 “도식화된 업무만을 연습시켜 현실과 간극이 너무 크다”고 했다. 또한, 보호작업장 내에서 일반고용으로 전이가능한 장애인 노동자는 비교적 작업 능력이 우수한 핵심 인력이다. 김 센터장은 “그렇기에 장애인 노동자를 일부러 보내주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작업 수준이 뛰어난 일부 장애인이 전체 매출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인력 이탈이 생기면 작업장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보호작업장을 벗어나도 장애인은 금세 실업 상태가 된다. 기업에 고용되더라도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이라 노동환경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비장애인 중심의 기업 문화도 이들을 어렵게 한다. 이는 사기업뿐 아니라, 국가 주도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일자리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애현장을 다루는 뉴스매체 「더인디고」 조성민 대표는 “중증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근속 기간이 1~2년으로 너무 짧다”고 했다. 고용환경의 불안정함이 장애인의 직업재활시설 탈피를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서울권 직업재활시설 관계자 A씨는 “최근 당사자와 부모 모두, 쉽게 실직하고, 차별받는 민간 노동시장으로 나가기보다 안전하고 꾸준히 근무할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 정책국장은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낮 시간대를 보낼 수 있는 주간 활동 지원 체계가 굉장히 부족하다”며 “직업재활 시설을 선호하는 건 단지 복지시설 등의 선택지가 협소한 결과”라고 했다.

이처럼 장애인을 분리된 고용에 머물게 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 정책국장은 “직업재활시설을 벗어나 통합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노동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직무 개발이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노동의 가치를 생산량이 아닌 활동의 강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로 장애인식 개선·생활편의 및 권익개선·문화예술 등 창작활동을 포함한다. 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배융호 책임연구위원은 “동일 노동은 동일한 노동시간이 아니라 동일한 사회적 가치가 있는 노동으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했다.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은 기본권이자 사회참여의 기초적 요소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노동권만 별도로 분리하려는 시도 자체가 차별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에게 노동은 수혜의 대상으로서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삶의 능동적 주체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만 차별적인 노동시장이 아닌, 다양한 특성이 고려되는 노동시장으로 변화하길 바란다.

 

 

글 김혜진 기자
socio_queen@yonsei.ac.kr

<사진 제공 누야하우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