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곤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ARMS(Analytical Reporters of Medical Studies)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운동, 식단 관리 및 건강 관련 지식들을 전달하고자 설립된 우리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학술회다.

 

서론

 

누구나 식사 이후 졸음이 쏟아져서 애를 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점심 직후 졸음을 못 이겨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한 적도 있을 것이다. 소위 ‘식곤증’이라고 표현하는 식후 졸음은 누구나 겪어본 적 있는 흔한 현상이다. 그러면 식곤증은 병일까? 즉,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식곤증이라는 표현은 적절할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영어 표현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Food Coma’라는 표현은 식후 졸음을 혼수상태(Coma)에 빗대고 있는 것이다. 식곤증을 호소하며, “밥을 소화하느라 뇌에 혈액이 부족해져서 그래”라고 친구에게 탄식한 적이 있는가? 지금부터 식곤증의 원인에 대해 파헤치고, 식곤증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자.

 

본론
 

1. 식곤증의 원인, 그동안 잘못 알려졌었다? 

 

식사 후 혈액이 장으로 쏠리면서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감소해 식곤증이 발생한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아직은 식곤증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밝혀진 바 없으며, 단지 여러 가설이 공존할 뿐이지만, 식사 후 혈류량의 재분배가 졸음을 유발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꽤 설득력 있는 반박이 이미 제시된 바 있다. 이는 우리 뇌는 전신 혈압이 변해도 혈액 및 산소 공급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예를 들어, 전신 혈압이 감소하면 뇌혈관이 확장돼, 혈액이 혈관을 통해 흐르는 것에 대한 저항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뇌혈관에 흐르는 혈액의 양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1]. 운동할 때도 근육에 많은 양의 혈액이 공급돼야 하지만, 이 때문에 뇌 혈류량 및 뇌의 산소 공급이 심하게 감소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식사 후에도 뇌 혈류량을 유지하는 것은 생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1]. 심지어 식사 후 뇌 혈류량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존재한다[2]. 식곤증의 원인에 대한 기존의 설명은 식사 후 뇌 이외의 다른 부위에 공급되는 혈류량은 줄어든다는 것에서 비롯된 오해로 생각된다. 이를 반박하는 이론적 추론 및 실험적 결과들이 축적되었으므로 이제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식곤증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가설은 식사 후 장 호르몬들이 분비되고, 부교감신경의 일종으로 졸음을 유발하는 미주 신경(vagus nerve)을 통해 뇌로 신호가 전달된다는 것에 착안한다. 이와 같은 신호 전달 경로들은 수면 유도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뇌의 다른 경로들과 겹친다[1].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론상으로는 이를 통해 식사와 졸음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다. 식곤증은 미주 신경과 무관하게 장 호르몬들이 단독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멜라토닌(melatonin)은 식후 장에서의 생성이 증가하는 호르몬으로, 멜라토닌 투여는 수면을 유도한다[1]. 오렉신(orexin)은 반대로 배고픔을 유발하고 포만감 및 위의 확장으로 억제되는 장 호르몬이다. 오렉신을 뇌혈관에 투여했을 때 졸음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식후 오렉신의 억제가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1]. 

아직은 뇌와 장의 관계를 규명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식곤증의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식사 후 뇌에 공급되는 혈액의 감소로 졸음이 유발된다는 논리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시된 가설들은 모두 식곤증을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들의 결과로 설명한다. 따라서 중요한 수업 또는 회의가 있을 때 식곤증이 성가시기는 하겠지만, 이를 병으로 보기는 어렵다.

 

2. 초파리 실험에서 발견한 식사량에 따른 식곤증 정도

 

식곤증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과학저널 ELife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초파리의 식곤증을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초파리가 굶주릴 때 활동성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꽤 보고된 바가 있지만, 음식 섭취로 발생하는 수면에 대한 차이를 연구한 논문은 많지 않다고 보고 직접 실험장치를 개발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3]. 이 연구에서 초파리들은 많은 양의 식사를 할수록 식곤증을 더 심하게 겪어 식후 수면시간이 길어졌다[3]. 초파리들의 식곤증으로 인한 평균 수면시간은 약 20~40분 정도였다. 놀라운 점은 음식의 구성성분에 따라서도 식후 수면시간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식사에 염분이나 단백질 함량이 많을수록 식곤증이 심해지고 수면시간이 길어졌다[3]. 반면 설탕 함량은 초파리의 수면시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논문의 저자는 초파리가 자연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염분과 단백질이라는 성분을 장내에 최대한 흡수하고자 하는 생체 시스템이 식후 수면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간 또한 식사량과 필요한 영양성분의 충족 정도에 따라 식곤증 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 식곤증을 줄이기 위한 식단이 있을까?

 

식곤증은 식사 이후 무조건 생기는 소화작용의 결과가 아니라, 당시의 배고픔 정도나 식사의 양, 식사의 구성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4]. 이렇듯 식후 유발되는 졸림을 피할 수 없다면, 중요한 수업 혹은 시험을 앞두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식단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소 식단 구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 중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3대 영양소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있다. 따라서 3대 영양소 구성 비율에 따라 졸음 유발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다음 연구에서는 세 가지 영양소 구성에 따른 졸음 정도를 측정했다. 단백질 구성 비율은 고정하고 크게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 저지방·고탄수화물의 두 가지 식단에 따른 졸음 정도를 시간에 따라 측정한 결과, 혈장 분석에 따른 각종 식욕 조절 호르몬 농도에 차이가 있었으며, 실제로 느끼는 졸음 정도와 피로감에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5]. 식후 3시간 이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식후 3시간 이후부터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했을 때 저지방·고탄수화물 식단 섭취 이후보다 피로감을 더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5]. 따라서 식곤증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지방함량이 높은 ‘저탄고지’ 식단보다는 탄수화물의 식단을, 삼겹살과 같은 고지방 식단보다는 목살과 같은 저지방 식단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결론

 

요약하자면 식곤증은 병이 아니며, 식사 후 호르몬 변화로 인해 유도될 수 있는 생리적 현상이다. 흔히 알고 있는 혈류량의 재분배는 식곤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식후 장에서 분비되는 오렉신,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에 의해 뇌로 신호가 전달돼 수면이 유도되는 것으로 보인다. [1].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사의 구성성분 중 염분, 단백질 함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저지방·고탄수화물 식단보다는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에서 식곤증 정도가 더 많이 나타난다[3, 5]. 반면 설탕 함량은 식곤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3]. 중요한 강의나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이를 참고해 식곤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식단을 선택해보는 것도 좋겠다.

 

 

SEVERANCE ARMS
강채은(간호·21)
서현조(생화학·19)
정희현(의예·23)

 

[1] Bazar KA,Yun AJ, Lee PY. Debunking a myth: neurohormonal and vagal modulation of sleepcenters, not redistribution of blood flow, may account for postprandialsomnolence. Med Hypotheses. 2004;63(5):778-82. [HS1] 
[2] Eicke BM, Seidel E, Krummenauer F. Volume flow in the common carotid artery does not decrease postprandially. J Neuroimag. 2003;13(4):325-52. 
[3] Murphy KR, Deshpande SA, Yurgel ME, Quinn JP, WeissbachJL, Keene AC, Dawson-Scully K, Huber R, Tomchik SM, Ja WW. Postprandial sleepmechanics in Drosophila. Elife. 2016 Nov 22;5:e19334.
[4] Stahl ML, Orr WC,Bollinger C. Postprandial sleepiness: objective documentation via polysomnography. 1983;6(1):29–35.
[5] Wells AS, Read NW,Uvnas-Moberg K, Alster P. Influences of fat and carbohydrate on postprandial sleepiness, mood, and hormones. Physiol Behav. 1997;61(5):679–86.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