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수영 PD를 만나다

방송인과 시청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콘텐츠의 득세, TV 방송은 일방향적인 소통에 불과할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4년간 MBC에서 PD로 근무하며 리얼한 연출로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등의 인기 프로그램을 선보인 안수영 동문(행정·93)을 만나봤다.

 

▶▶ 상암동MBC 사옥에서 만난 안수영 PD는 오늘도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전하고자 연출에 힘쓰고 있다.
▶▶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난 안수영 PD는 오늘도 시청자들과의 진심어린 공감을 위해 힘쓰고 있다.

 

공공성과 창의성의 사잇길에서
진심을 실천하다

 

대한민국 대표 인기 프로그램 PD24년간 활동한 안 PD는 어릴 때부터 PD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대학 입학 후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영화에 흥미가 생겨 영화 동아리에 가입했다. 동아리 활동은 곧 진로 희망으로 발전했지만, 공무원이란 기존의 진로와 충돌을 빚게 됐다. 그는 공무원이 가진 공적인 성격과 영화 연출자가 가진 창의적인 성격을 융합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탐색 끝에 발견한 직업은 PD였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 전역 후 동시에 신문방송학과(현 언론홍보영상학부)를 부전공으로 선택하며 PD의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마침내 지난 2000,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MBC에 예능 PD로 입사했다.

PD는 공공성과 창의성의 접목이라는 현실적이면서도 다소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목표와 함께 PD가 됐으나,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끝나지 않는 밤샘 근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프로그램의 파급력과 같은 어려움은 이미 상상한 바 있어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업무는 학창 시절에 경험하기 힘들기에 입사 직후 일과 직접 부딪히며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해당 과정 속에서 그가 깨달은 바는 사람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출자와 출연자가 서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을 했기에 치열한 방송국 속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PD방송인과 시청자가 TV 화면을 넘어서도 공감할 수 있다며 중국판 무한도전위대한 도전을 제작할 당시 겪었던 일을 말해줬다. 2010년대 중반에 무한도전이 전국적인 인기를 얻자, 중국 방송사인 CCTV에서 MBC에 협업을 요청해 그가 중국에 파견된 적이 있었다. 그는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알지 못했기에 과연 중국인들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우연히 방문한 현지식당에서 그는 위대한 도전이 방영되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는 중국인들의 반응을 살펴볼 좋은 기회라 생각해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TV를 즐겁게 보고 있었다. 그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통해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해당 사건을 통해 좋은 방송에 있어 공감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한다.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선 진심이 전제돼야 한다. 출연자의 진심이 프로그램에 연출될 때 출연자의 진심이 프로그램에 연출될 때 시청자는 출연자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PD나 혼자 산다를 연출할 당시 겪었던 일을 통해 진심의 소중함을 전했다. 프로그램 초기에 베테랑 희극인 박성광씨와 그의 신입매니저 임송씨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지 않은 일에 힘들어하던 임씨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우연찮게 촬영된 이 장면이 전파를 타며 수많은 사회 초년생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는 해당 에피소드를 통해 방송인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믿게 됐다지금도 진심을 담아낸 방송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공감을 뛰어넘는 공존을 위하여

 

최근 우리는 콘텐츠의 바다속에 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임씨의 방송 장면을 TV로 본 사람도, OTT 서비스를 통해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방송국과 콘텐츠 제작사가 생겨나면서 방송 PD는 더 이상 지상파 방송국에서만 존재하는 직업이 아니다. 그는 모든 PD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필연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경쟁하는 일을 한다면서도 어떤 플랫폼의 콘텐츠를 창작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고 전했다. PD는 지상파 방송국 PD만의 차별점으로 공공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그가 프로그램의 요소로서 공감을 중시하는 이유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방송에 접근이 가능한 만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반면 여러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지상파 PD의 부담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회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의 올바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기에 방송 제작진들도 그에 발맞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 PD한국PD연합회의 회장직을 맡으며 PD 인생 20년 차에 또 한 번의 성장을 겪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방송 PD’라는 이름에 수반하는 책임과 부담을 전국의 PD들과 공감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방송 PD를 대표하는 자리까지 겪은 그에게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는 OTT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OTT 서비스를 새로운 기회로 본다. ‘지상파 방송국으로서는 시청자나 매출을 빼앗길 수 있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일종의 필드가 더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플랫폼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OTT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 지상파와 달리 탈국경적이다. 그는 “PD로서 그런 특성을 살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플랫폼의 특성에 맞춰 내국인 혹은 세계인과 공감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모든 PD의 역할이다.

PD는 방송이라는 매개를 통해 공감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공존을 꿈꾼다. 그는 사회의 각 계층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회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따뜻함도 강조한다. PD기본이 잘 서 있는 사회를 바란다모든 사람이 타인을 따뜻하게 대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본인을 따듯하게 대해줄 것이고, 서로를 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고, 타인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그는 내가 만든 콘텐츠가 이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PD는 재학 시절을 떠올리며 개인을 존중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지향하는 학풍이 좋았다고 회상한다. 학창 시절의 경험이 공감과 공존을 중시하는 자신의 신념과 직업생활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30년 공백이 있는 후배의 인터뷰 요청에도 연세인이라는 연결고리 하나로 따뜻하게 맞이해 준 그는, 자신이 말한 사회의 기본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방송으로 우리를 찾아와 따뜻한 진심을 건네줄지 기대해 본다.

 

 

 글 김준재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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