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로화의 전반을 살펴보다

지난 4월 5일, 대한핸드볼협회는 프로리그 추진위원회를 정식으로 발족했다. 핸드볼의 프로화를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2021년 탁구의 프로화에 이어 최근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프로화를 꾀하고 있다. 왜 프로화를 꿈꾸는 것일까. 스포츠 프로화의 이점과 고려할 점, 더 나아가 방향성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스포츠 산업의 확장을 위해

 

일반적으로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운동을 업으로 삼는다. 반면 실업선수들은 지방자치단체나 회사에 사원자격으로 소속돼 운동하는 선수로서 운동과 근무를 병행한다. 이에 유럽이나 일본 등 외국의 실업 선수들은 일반적인 근무 후 제한된 시간 안의 경기에 참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실업 선수도 운동에만 전념한다. 선수의 삶, 그 자체만 보면 실업과 프로의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프로화된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이준성 교수는 “실업팀 중심으로 구성된 종목들은 프로화된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도가 낮다”며 “결국 상업화의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실업과 프로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팀이나 개인의 프로화가 아닌 한 종목의 프로화에 집중해야 한다. 특정 종목의 프로화는 결국 선수 개인의 역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는 “프로화를 통해 창출된 부수적인 가치가 선수들에게 질 높은 지원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선수들의 역량을 강화할 뿐 아니라 더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프로화는 선수 개인의 역량을 넘어 리그 산업 전반에 대한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박성배 교수는 “프로리그 선수들을 향한 질 높은 지원이 실업 선수와 학생 선수, 더 나아가 아마추어 선수들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이는 곧 생활 스포츠의 참여율을 높이고, 스포츠 산업을 확장한다”고 말했다.

 

프로화 전

리그 내·외부적 준비 필요해

 

그러나 스포츠의 프로화가 항상 스포츠의 활성화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씨름이 단적인 예시다. 씨름의 프로화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단행됐지만, 씨름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씨름의 프로화는 지난 2008년 마침표를 찍었다. 이 교수는 “프로화가 해당 종목의 활성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프로화 이외에도 해당 종목의 참여인구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화 이후 특정 종목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리그 외부의 환경과 내부의 인프라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관심과 수요의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4대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의 관심도조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리그의 출범은 더욱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 강 교수는 “스포츠산업은 기본적으로 수요를 기반으로 하므로 철저한 시장조사와 치밀한 준비가 없다면 프로화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조성식 교수는 “특히 유료 관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캐나다나 호주 등에 비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스포츠를 유료로 소비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재정적 독립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준비됐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프로 스포츠와 아마추어 스포츠는 리그나 구단이 다른 조직의 협력 없이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에 따라 구분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가 모기업의 투자로 운영되고 있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준프로 수준에 미치는 정도”라고 말했다.

 

프로화 후

안정적으로 리그를 운영하려면

 

결국 스포츠의 프로화가 스포츠의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전략의 구축이 필요하다. 스포츠의 프로화가 그 자체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먼저 프로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강 교수는 “국내 프로스포츠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별 구단보다 리그 중심의 공동 사업 목표를 가져야 한다”며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운영시스템을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올바른 목표가 설정됐다면 프로화에 관한 양질의 연구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학계 차원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가나 스포츠연맹이 주도하는 프로화인 만큼 국책 차원의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적 부분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재정적으로 안정화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재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는 인건비는 리그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조 교수는 “구단은 적자인데 선수들에게 필요 이상의 연봉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막기 위해 모기업의 출연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모기업의 재정적 능력이 팀의 능력보다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조 교수는 “프로스포츠가 건전한 재정 구조를 이룰 때, 리그 전반의 지속적인 발전을 바라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모기업의 흥망이 한 프로 종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구조가 변화할 때 프로리그는 장기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욱 실질적인 방향성도 모색해야 한다.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 소비자들의 경우 리그나 구단에서 운영하는 SNS 및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 팬 김하영(26) 씨는 “KBO(Korea Baseball Organization, 한국 야구 위원회)가 운영하는 SNS의 게시물을 보고 한 선수의 팬이 됐다”며 “주변에서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고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이에 이 교수는 “스포츠의 가치를 활용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미디어 전략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리그 전반에 걸쳐 필요하다”며 “다양한 여가 선택지들 사이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려면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리그의 프로화는 스포츠 활성화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프로화는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스포츠는 결국 하나의 산업이기에 프로화 이전에 산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프로화 후에는 리그 전체가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영리하게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프로화 전후의 긍정적인 변화가 스포츠 산업 전반의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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