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 중심에 선 이들을 만니다

연세대학교를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인 연고전. 연세대 학우들은 매년 가을이 되면 연고전을 통해 ▲야구 ▲농구 ▲빙구 ▲럭비 ▲축구 총 5가지의 스포츠 경기를 즐긴다. 그러나 대학스포츠를 향한 관심은 딱 그 시기뿐이다. 스포츠에 관심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평상시에 진행되는 U-리그, 클럽챔피언십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스포츠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우리는 이 침체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대학스포츠의 중심에 선 이들과 대화를 나눠봤다. 

 

대학스포츠의 현주소를 살펴보다

 

과거 대학스포츠를 살펴보면 현재보다 그 열기가 훨씬 뜨거웠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연세대 故 최동원 동문(경영·77) 선수와 고려대 선동열 선수 간의 야구 부문 라이벌 매치, 1990년대 연세대 서장훈 동문(사회체육·93)과 고려대 현주엽 선수 간의 농구 부문 라이벌 매치는 지금까지도 대학스포츠의 화려한 전성기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열기는 식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대학스포츠 인기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화는 프로리그의 출범이다. 프로리그가 출범하면서 기존 대학교에서 활동하던 에이스 선수들이 프로 구단으로 넘어갔다. 관중들 역시 대학리그보다 더 수준 높은 프로리그를 선호하게 됐다.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문제다. 평소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기는 대학생 심현지(23)씨는 “프로 경기가 훨씬 접근도 쉽고 재밌다”며 “큰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학스포츠를 찾아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렇듯 대학스포츠는 점점 침체화되고 있으며, 대학리그 경기장을 방문하는 관객 수는 매우 저조하다. 텅 빈 경기장을 채우는 사람은 학부모와 소수의 지인뿐이다. 그러나 대학스포츠는 선수로 활동하는 학생들의 역량 강화와 일반 학생들의 생활 스포츠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요하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대학스포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연세대학교 축구부 주장인 최형우 선수(스포츠응용·20,MF·22)와 농구부 주장인 유기상 선수(체교·20,G·7)를 만나 대학스포츠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더불어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아래 KUSF) 기획총괄팀 김민희 팀장을 만나 대학스포츠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세대 운동부를 이끄는 캡틴들을 만나다

 ▶▶연세대학교 축구부 주장 최형우 선수(스포츠응용·20,MF·22)
 ▶▶연세대학교 축구부 주장 최형우 선수(스포츠응용·20,MF·22)

 

 ▶▶농구부 주장 유기상 선수(체교·20,G·7)
 ▶▶농구부 주장 유기상 선수(체교·20,G·7)

 

Q. 자기소개 부탁한다.

최: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20학번 최형우다. 2023학년도 연세대 축구부 주장을 맡고 있다. 

유: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19학번 유기상이다. 2023학년도 연세대 농구부 주장을 맡고 있다. 

 

Q. 대학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최: 학창 시절 선수 생활을 하며 느꼈던 부족한 점을 대학에 와서 보완하고 싶었다. 연고전 등 다양한 교내·외 행사가 많은 학교에 온 만큼 여러 가지 경험치를 쌓고자 대학스포츠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유: 초등학교 시절부터 엘리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꾸준히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대학교에서도 자연스럽게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Q. 진정한 대학스포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 대학스포츠는 프로스포츠로 진출하기 전 거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때 대학스포츠가 진정 빛날 수 있다. 

유: 대학스포츠는 프로선수가 아닌 학생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더욱 에너지 넘치는 경기를 펼친다. 연륜이 부족할지라도 빠른 전개와 타오르는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대학스포츠 아닐까 싶다. 

 

Q. 대학스포츠는 현재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최: 축구의 경우 K-리그에 U-22 제도가 생겼다. 이는 각 구단에서 23세 이하 선수가 한 명 이상 무조건 그라운드에 투입돼야 한다는 제도다. 이로 인해 대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바로 프로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좋은 선수의 부재가 대학스포츠 침체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유: 야구, 축구 등의 종목에 종사하는 학생 선수들은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 선수가 대학에 진학할 경우 수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기에 운동에 전념하기가 어렵다. 대학에 진학하는 선수들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스포츠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Q. 대학스포츠의 위기를 직접 체감한 적이 있다면.

최: 1학년 때 참가한 대회에서는 타 대학을 상대하는 게 많이 어려웠다. 대학스포츠의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 팀과 우리 팀 모두 과거만큼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기 중 대학스포츠의 수준 저하를 느낄 때 가장 마음이 무겁다. 

유: 지난 2020년에 대학스포츠의 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꼈다. 선수 생활에 대한 기대를 안고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리그가 열리지 않았다. 시즌 말에도 단일 대회 형식으로 경기를 겨우 치렀다. 2021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열리더라도 대부분 무관중 경기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경기가 정상화된 후에도 학생들이 대학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Q. 고려대와의 경기, 타대학과의 경기 사이에 차이점이 있는가.

최: 타 대학과의 경기보다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더 많은 관중을 볼 수 있다. 역사가 깊은 라이벌팀이기에 더 큰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닐까. 또한 연세대와 고려대에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특히 많아 학생들이 더 재밌게 경기를 봐주는 것 같다. 

유: 확실히 타 대학과의 경기보다 고려대와의 경기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예로부터 내려오던 학교 간 라이벌 의식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타 대학과의 경기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연고전과 같은 이벤트가 더 많이 필요하다.

 

Q.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가.

최: 우선 우리 선수들의 실력 향상이 가장 필요하다. KUSF 측에서는 평균 관중석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이벤트를 준비해 주시면 좋겠다. 마케팅이 활성화되면 일반 학우들도 대학리그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각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부상 관리다. 학교 측 역시 종목별로 트레이너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선수 개인과 KUSF, 학교가 협력해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도모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유: 선수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수준 높은 경기는 관중의 증가로 이어진다. 다른 외부적인 변화보다 내부적인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 

 

Q. 대학스포츠 선수 생활을 끝낸 후의 목표가 있다면.

최: 프로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대학리그의 경험을 발판 삼아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유: 직접 선수로 활동하기보다 후배를 양성하는 일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나를 성장시켜 준 대학스포츠 현장에서 대학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연세대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최: 앞으로 있을 경기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수록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더 커진다.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유: 학교생활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겠지만, 혹시 학교에서 운동부가 훈련 혹은 경기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한 번씩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학생들의 많은 관심이 결국 대학스포츠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학스포츠 선수들의 든든한 지원자,
KUSF를 만나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KUSF에서 기획총괄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민희다. 

 

Q. KUSF는 어떤 단체인가.

A. 대학 운동부를 관장하는 국내 유일 기관이다. 현재 131개의 대학이 회원 대학으로 있으며, 대학스포츠의 활성화를 목표로 둔다. 대학스포츠 플랫폼을 관리하거나 마케팅하고 대학리그인 U-리그와 클럽챔피언스를 개최한다. 정리하자면 총 9개 부문에서 27개의 세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Q. KUSF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A. 기획총괄팀은 대학 운동부 평가 및 지원에 힘쓰고 있다. 대학스포츠 선수들이 모두 프로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 선수 중 약 55~60%는 선수 생활을 접고 다른 진로를 선택한다. 대학 생활을 운동에만 전념한 선수들이 다른 진로로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학생 선수들의 학사관리를 돕는다. 일반 대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두드림’, ‘러너’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결국 대학스포츠 선수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역할이다. 

 

Q.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는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도모한다. 그렇다면 대학스포츠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대학스포츠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기반이 된다. 이는 엘리트 스포츠에도, 생활 스포츠에도 해당된다. 학생 선수들은 대학스포츠의 경험을 통해 프로로 진출하기 전 자신의 역량을 강화시킨다. 일반 학생들은 대학 생활 중 접한 스포츠 경험을 통해 사회에 나가서도 스포츠를 생활화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스포츠는 우리나라 스포츠 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Q. 현재 대학스포츠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A. 엘리트 스포츠의 관점에서는 침체기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스포츠의 큰 틀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대학 운동부가 얼마나 큰 인기를 끄는지에 초점을 뒀지만, 이제는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얼마나 경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지금의 시기를 침체기가 아닌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Q.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 KUSF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A. 대학생들이 스포츠를 일상생활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What’s your sport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당신의 스포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누구나 대답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결국 스포츠를 향한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러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선수와 일반 학생 사이의 교류를 증진시키기도 한다.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대학스포츠의 정상화를 넘어 활성화와 선진화를 바라보고 있다. 

 

Q. 학교 차원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일단 교내에 학생들이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들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테니스나 골프 등의 스포츠를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학내에 수업이 있거나 동아리가 있는 경우에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소수의 학교에서만 위와 같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원의 범위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Q.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한가.

A. 정부 차원의 지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통해 대학생들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KUSF도 이 지원을 통해 27개의 세부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이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이 스포츠 활동과 관련해 많은 지원을 받게 되면 이들이 사회로 나갔을 때 스포츠 산업을 더욱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대학스포츠의 주인공은 대학생이다. 대학스포츠는 대학생 때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사회에 진출해서는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더 적어질 수도 있다. 대학 운동부의 경기도 많이 관람하고, 직접 참여하기도 하면서 대학스포츠를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대학스포츠는 과거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스포츠 선수들은 더욱 질 높은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매일 쉬지 않고 훈련에 전념한다. KUSF에서는 생활 스포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라보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학생 때만 즐길 수 있기에 값진 대학스포츠. 더 많은 청년이 쉽고 재밌게 대학스포츠를 접하는 날이 올 수 있길 기대한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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