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왜 그리고 어떻게 발생하는가

지난 3월 28일 대한축구협회에서 축구인 100명 사면 명단을 발표하며 논란이 일었다. 사면 명단에 승부조작에 참여한 축구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기에 기습 사면에 대한 비난도 잇따랐다. 3월 31일, 명단 발표 후 3일 만에 사면 재심의가 이뤄졌다. 사면 철회가 결정된 후 지난 5월 3일, 대한축구협회 이사진도 다시 구성됐다. 해당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승부조작은 스포츠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스포츠 승부조작은 만연하다. 승부조작이 이토록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승패 속에 

가려진 승부조작

 

승부조작은 선수와 코칭 스태프들이 의도적으로 승패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논란되고 있는 승부조작은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이후로 스포츠계 재정난 탓에 승부조작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스포츠 국제연맹과 리그가 협업하여 승부조작 관련 조사를 하는 단체 ‘스포츠레이더진실성서비스’(Sportsradar Integrity Services, 아래 SIS)는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경기가 지난 2021년에만 903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SIS 설립 17년 만에 최고치이다. 또한, 전 세계 스포츠 배팅 액수가 1조 6천억 달러(약 1천967조 원)로 급상승한 통계를 통해서도 승부조작 경기가 증가했을 개연성을 엿볼 수 있다. 

승부조작은 스포츠 정신을 해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경쟁이 기본이 되는 스포츠에서 스포츠 정신은 오로지 실력을 통한 승부만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운동을 잘해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좋은 경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인 것이다. 법무법인 주원의 김주원 변호사는 “스포츠 승부조작은 실력과 우연의 결합이라는 스포츠 경기의 대전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승부조작은 법적으로도 처벌받고 있다. 승부조작에 가담할 시,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난 2010년에 발생한 e-스포츠의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은 스포츠 승부조작이 스포츠 종목 그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당 사건으로 국내에서 eꠓ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국내에서 리그 투자사를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한창 성행하고 있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완전히 몰락해 e-스포츠 시장은 축소됐다. 충남대 스포츠학과 남상우 교수는 “해당 사건을 통해 다른 승부조작 사건이 줄줄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며 “승부조작 사건들은 생각보다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승부조작, 

그 원인을 알아보다

 

한국체육대 박재현 교수가 작성한 「스포츠 경기 고정은 어떻게 분류되어야 하는가?」에 따르면, 스포츠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원인은 크게 ▲금전적인 부분과 ▲사람 간의 네트워크로 나눌 수 있다. 금전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승부조작 사건들은 보통 스포츠 도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이 배팅한 팀이 이겨야 돈을 따기 때문에 경기의 승패를 조작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 중인 스포츠 토토 이외의 스포츠 도박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포츠 도박과 연관되지 않더라도 보상금을 이유로 승부조작에 가담하기도 한다. 남 교수는 “자본은 스포츠계에서 큰 역할을 한다”며 “특히 여러 번의 경기가 진행된 후에 최종결과가 정해지는 종목들의 경우에는 자주 승부조작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국내의 스포츠 승부조작은 타 국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국내의 승부조작 사건은 금전과 인간관계가 함께 연결된 사건의 발생 건이 가장 높다. 범죄학 학술지 「Crime, Law and Social Change」에 실린 국내 승부조작 발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대회가 개최되는 기간 중에 코치에 의한 승부조작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강원대 체육교육과 최창환 교수는 “국내 승부조작 사건은 학교 진학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전국대회 수준에서 승부조작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프로 리그뿐 아니라 2, 3군 경기, 여자 경기와 같은 비주류 경기, 중·고등학생이 주로 출전하는 전국대회에서 승부조작이 많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다운 

스포츠 문화를 위해 

 

승부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들과 스포츠 관계자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남교수는 “선수들에게 진행되고 있는 윤리 교육에 직접 참여해 봤지만, 승부조작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승부조작이 발생하는 메커니즘과 승부조작 브로커들이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방식 등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스포츠 선수로서의 자긍심을 갖는다면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대해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을 위한 승부조작 예방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현재 승부조작과 관련된 교육들은 현역 선수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최 교수는 “승부조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중·고등학생 선수들에게 해당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며 “어렸을 때부터 승부조작에 가담했기에 나중에 프로 선수가 됐을 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조작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스포츠계 전반에 금전적인 문제가 생겼으며 이는 승부조작으로 이어졌다. 남 교수는 “금전적으로 부족한 선수들이 큰 액수에 혹해 승부조작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충분한 복지와 지원을 한다면 승부조작 사례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일각에서는 미국 프로스포츠의 이익 배분 모델인 이익 공유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익 공유제는 리그 자체의 수익 중 일부를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하는 제도로 팀 간 전력 차이를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익 공유제가 과연 국내에서 시행 가능한 제도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리그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스포츠 승부조작 감소로 이어진다면 합당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익 공유제 이외에도 승부조작을 줄일 수 있도록 스포츠계의 자본 시스템 구조의 점검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선수와 코치, 그리고 팬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완성된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포츠를 구성한 만큼 모두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스포츠 문화를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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