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크리에이터 페노를 만나다

축구는 지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의 인기와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덕분에 어느새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더 이상 일부 골수팬들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된 것이다. 축구 문화의 대중화에는 축구 크리에이터들의 노력도 있다. 축구 전술을 쉽게 설명하는 축구 크리에이터 페노를 만나 축구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유튜브 채널 '새벽의 축구 전문가'를 운영하는 페노다. 축구관련 방송을 하며 전술 분석 콘텐츠를 만드는 축구 크리에이터이자 분석가다. 페노라는 이름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호나우두 선수의 별명인 페노메노에서 따왔다. 유튜브 채널명의 경우 구체적인 명칭이나 시간이 있으면 이미지가 잘 연상될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새벽에 축구를 보기에 선택하게 됐다.

 

Q. 축구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중학교 때부터 축구 기자를 꿈꿨다. 해설하고 방송에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축구 기자 출신 해설가인 한준희, 박문 성 위원을 보며 꿈을 키웠다. 신방과에 진학한 후에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 대학생 기자단에서 인턴 기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축구 기자의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상을 다루기보다는 생각을 말하고 싶던 나에게는, 질문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인 축구 기자의 업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지인이 창업한 '책 끝을 접다'라는 브랜드에서 페이스북에 책을 소개하는 카드 뉴스를 제작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튜브로 넘어가 콘텐츠를 제작하다가 축구 기자나 축구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플랫폼을 활용해 나만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Q. 비선수 출신 축구 분석가다.

A. 한국 축구 구조상 비선수 출신이 전술을 공부하기 어렵다. 그래서 스스로 해외칼럼이나 서적을 찾아보며 공부했다. 경기 분석을 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경기를 시청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봐온 것이 밑거름되기도 했다. 내 역할은 현장에서 분석하는 코치나 분석가와는 다르다. 보통 선수 출신이나 코치는 해설을 잘하기 어렵다. 반면 나는 알고 있는 축구지식을 축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최대한 쉽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Q. 초반에는 정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A. 축구 분야에서 종사하지 않았기에 인지도가 없었으며 전공자가 아닌 내가 축구 분석을 하면 시청자들이 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2년간 얼굴 및 정보를 비공개한 채 운영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콘텐츠의 퀄리티만 보고 판단하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실제로 정보를 공개하기 전까지 선수나 코치 출신 일 것이라는 분위기 형성됐다. 또한 오히려 대중들이 관심 없는 팀들에 대한 분석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브랜딩 되기도 했다.

 

Q. 콘텐츠에 어떤 차별점을 두고 있나.

A. 전술얘기를 주로 한다는 것이 다른 채널과의 차별점이다. 축구 기자들에게 답답했던 부분은 오늘 기분이 어떤지 등 선수들에게 의미 없이 단순한 질문만 한다는 것이었다. 내 콘텐츠에서는 단순한 현상을 다루기보다는 선수가 골을 넣는 과정에서 어떤 전술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짚는다. 축구 팬들이 전술적인 부분에서 궁금증이 생겼을 때 바로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설명을 쉽고 정확하게 도식화해서 보여준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전에 책 한권을 카드뉴스15~20장분 량으로 요약하는 일을 하던 경험이 밑거름돼 어려운 전술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

 

Q. 최근 축구의 인기가 증가하면서 채널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A. 내 채널이 월드컵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은 축구계의 큰 대목이다. 카타르에 직접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한국에 남아서 라이브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유튜버가 현지에 갔기 때문에 정작 방송에서 인터뷰 할 사람이 많이 없었다. 덕분에 JTBC나 YTN 등 다양한 방송에 나가며 구독자 유입이 늘었다.

카타르 월드컵 이전에는 유튜브 영상의 여성 시청자 비율이 2%를 넘는 채널이 없을 정도로 축구 유튜브 채널은 남성 위주였다. 그러나 월드컵의 대중적인 인기로 여성 시청자 비율이 3%에서 14%로 증가했다. 축구 문화가 남성에게 집중된 문화를 벗어나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형성을 기원했기에 큰 성과라 생각한다.

 

Q. 축구 미디어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A. 부정확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위해 신뢰도가 낮은 외국기사를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축구 유튜버가 등장하는 것은 괜찮지만, 정답이 있어야 하는 분석이 전문적이지 않거나 근거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분석은 해설자나 감독이, 혹은 현장의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교한 수준이 돼야 한다.

 

Q. 축구 크리에이터이자 분석가로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A. 축구계에서 일하면 주말 구분이나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해외 축구 경기는 새벽에 하는 경우가 많기에 밤낮 루틴이 바뀐다. 취미활동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를 운영하다 보면 지속적인 브랜딩이 필요하다. 새벽의 축구 전문가라는 브랜드는 전술 분석이라는 색이 강하다. 같은 콘텐츠로 계속 운영하다 보면 구독자들이 지루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게스트를 초청하거나 해외에 나가서 직관 영상을 찍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는 중이다. 항상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해야 한다는 건 모든 크리에이터의 고충이다. 쉴 틈이 부족하지만,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기에 지속할 수 있다.

 

Q.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A. 축구 현장에서 인정받을 때다. 작년에 박항서 감독이 전술분석에 대한 좋은 평가를 전달해 줬다. 덕분에 베트남 국가대표팀 월드컵 2차 예선 당시 상대팀과 베트남 국가대표팀의 장단점 분석을 맡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는 대구FC 최원권 감독이 연락해 비선수 출신으로서 어떻게 전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인지 물어봤다. 이처럼 현장에서 제안과 피드백이 가장 보람차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무엇인가.

A. 축구계의 '페노'로서 더욱 인지도를 쌓고 인정받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축구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은 채 쉬운 설명과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며 축구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페노는 "축구를 세상에서 가장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 축구 인기 상승세의 배경에는 올바른 축구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많은 축구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이 있다. 이들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사진 김민서 기자
sarah01040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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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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