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덕후의 하루를 체험하다

지난 겨울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카타르 월드컵. 꿈만 같던 16강 진출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반년이 지난 지금, 그 여운은 K-리그의 열기로 이어졌다. 기자는 그 열기를 느끼고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부터 유니폼 판매 매장까지, 기자의 축구 덕후 체험기를 소개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한일 월드컵 역사의 현장을 투어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경기장 투어를 진행한다. 이곳에서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입장료는 1천 원으로 매우 저렴하며, 관람 시간은 약 한 시간이다. 현장 접수는 받지 않고 있는 탓에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프로그램을 필수로 활용해야 한다. 투어는 그라운드 관람 체험으로 시작된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우리를 반긴다. 2003년 전세계 아름다운 경기장 중 하나로 선정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아시아에 최대 규모의 축구 전용 경기장이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바라본 경기장은 생각보다 훨씬 웅장하게 느껴졌다.

그라운드의 매력을 실컷 느끼고 나면 선수들이 직접 사용하는 선수 대기실로 이동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현재 FC서울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빛낸 주역들의 캐리커처로 꾸며진 선수 대기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열기로 가득하다. 선수 대기실 옆에 마련된 워밍업실에서는 직접 축구공을 차며 마치 선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홈팀과 원정팀의 대기실 거친 후에는 역사관으로 이동한다. 역사관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역사와 FC서울의 역사가 담겨있다. 경기장의 착공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을 되짚어보며 기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웅장함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그렇게 역사관 구경까지 마치면 투어는 끝이 난다.


투어는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개방하고 있다. 경기장을 넘어 선수들이 실제 휴식하는 공간까지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투어는 의미가 깊다. 시민들이 축구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체험형 프로그램도 많이 준비됐다. 그러나 1시간이나 필요한 투어는 아니다. 30분이면 여유롭게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잔디밭에 직접 들어갈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현장에서는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기에 기자를 포함한 여러 투어 관광객이 잔디밭을 밟았다. 그러나 가이드는 뒤늦게 관광객들을 제재했다. 경기장의 꽃은 그라운드인 만큼 이에 대한 체험 기회가 함께 제공되면 더욱 재미있게 투어를 즐길 수 있을 듯하다.

 

 FC서울 vs 전북 현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투어하고 나니 이곳에서 진행되는 경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기자는 지난 5일에 열린 FC서울와 전북 현대의 경기를 관람했다. 이번 시즌 FC서울 경기의 평균 관중 수는 3만 명 정도다. 그러나 이날은 어린이날 특수를 맞이해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3만 8천 명에 달하는 관중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그라운드에 올라오는 선수 중에는 월드컵에서 활약한 선수들도 보였다. 괜히 반가운 마음을 안고 경기 관람을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된 지 11초가 지난 순간 전북 현대 소속 구스타보 선수의 골이 터졌다. 최근 부진을 이어가던 전북 현대의 선제골로 그라운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함성과 탄식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양 팀의 팬들은 열띤 응원을 시작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FC서울의 홈구장이기에 전북 현대의 팬들은 원정석에서만 응원이 가능했다. 원정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에서는 FC서울 팬들의 열띤 응원이 울려 퍼졌다.


양 팀 팬들의 함성과 함께 전반전은 화려한 막을 내렸다. 20분의 휴식 후 후반전이 시작됐다. 그라운드를 강타하는 거센 비에도 선수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FC서울는 지난 6년간 홈구장에서 전북 현대를 이긴 적이 없고, 전북 현대는 최근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지난 5일의 승리는 두 팀 모두에게 매우 간절했다. 후반전 25분 정도가 지났을 때, 경기의 흐름이 FC서울로 넘어왔다. 기세를 몰아 FC서울의 박동진 선수가 골을 넣었고, 점수는 1대1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에도 여러 접전이 있었지만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기자가 체감한 스포츠 중계와 직관의 열기는 매우 달랐다. 함께 응원하는 팬들과 선수들의 열정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경기 현장이 주는 긴장감은 경기 관람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오버더피치
:스포츠 유니폼 가게에 방문하다

 

경기장을 채운 팬들은 대부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스포츠 팬들이 한 리그에 입문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유니폼 구매다. 그만큼 유니폼은 스포츠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선사한다. 프로스포츠 팬인 김지윤(23)씨는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것은 내가 그 선수의 팬임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축구경기 넘어 자리 잡은 팬들의 덕질 문화가 궁금해졌다. 이에 경기 종료 후 축구 덕후들의 성지로 유명한 유니폼 레플리카샵 ‘오버더피치’에 방문했다.


합정에 위치한 오버더피치는 ‘축구장 너머의 문화까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은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새로운 문화를 선두하고 있다. 총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매장의 문을 열면 프랑스 축구팀 파리 생제르맹의 굿즈들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나라와 함께 16강에서 겨뤘던 네이마르의 유니폼도 볼 수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유니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대표팀의 유니폼이다. 그 뒤로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유니폼이 다양하게 나열돼 있다. 꼭 유니폼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매장 곳곳 자리 잡은 굿즈들과 유명 선수의 유니폼을 구경하는 일은 흥미롭다. 축구에 입문을 시작한 분이라면 한 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축구 유니폼의 소비층은 야구 유니폼 소비층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러나 지난 2월, 무신사가 한 달간 운영한 스포츠 전문관 ‘무신사 플레이어’에서 프로축구 유니폼을 찾은 인원은 2022년 2월 대비 약 19배 증가했다. 오버더피치의 직원 A씨는 “축구 팬이자 축구 산업의 종사자로서 축구 리그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유니폼”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버더피치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는 유니폼이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 사이에서 필수적인 팬덤 문화로 자리 잡을 듯하다.

 

축구 덕질의 시작은 직관이다. 그러나 축구 덕후들은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축구를 덕질한다. 경기장 투어를 통해 선수들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따라 사기도 한다. 축구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월드컵의 열기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다양한 덕질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축구 덕후의 일상을 참고해도 좋다. 이를 통해 프로축구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사진 반고은 기자
bahn0828@yonsei.ac.kr
이지선 기자
ljs2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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