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대납 대신 제도 보완이 더 큰 피해를 막는 길

이승연(정외/언홍영·20)
이승연(정외/언홍영·20)

 

4명. 지난 12일 기준, 올해 전세사기로 자살한 피해자의 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신이 전세사기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람들 사이에 만연하다. 임대인들은 매매가 수준으로 전세보증금을 받은 후 주택 대금을 치르는 일명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렸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조차 돌려주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늘면서 이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부동산 시장의 하락뿐만 아니라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그 원인으로 강력하게 꼽히고 있다. 단순한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닌, 정부의 특정 제도 제정으로 전세사기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명백히 국가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임을 시사한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에서는 선(先)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금전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을 늦출 뿐이다.

금전적 지원 방식을 실행하기 앞서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빌라왕 전세사기’와 같이 건물주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의도적으로 사기를 시도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주택 가격의 상승 등 자연스러운 부동산 시장의 변화로 인해 타의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임대인의 행동과 의도를 하나하나 조사하는 것도, 사기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기간 설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임대차 3법’ 제정시기를 기준으로 피해자를 규정한다고 가정해본다면, 해당 법안만이 원인이 아닌데 그 법안 제정 시기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냐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해당 법이 소급적용됐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실적인 기준점이 제시되지 않는 것이다.

직접 지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피해금액을 복원해야 할뿐 아니라 주택도 구해야 하는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구제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지금은 전세사기와 전세매물 부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나온 전세 주택 자체가 부족한 시기다. 정부는 현재 특별법 지원자에게 국가 차원에서 주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생계가 곤란할 경우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 직접 지원 대신 주택 공급을 우선으로 삼은 정부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주장하는 선(先)보상에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지난 4월 27일 국토부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등 6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만이 특별법 지원대상이 된다. 하지만 조건을 6개나 충족하는 게 어렵다는 의견이 강하다. 이에 조건을 4개로 축소하거나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차하는 경우’를 포함하자는 수정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기준에 허점이 있거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되면 피해자가 구제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직접 보상이 아닌 다른 구제책을 제시하는 것이 옳은 방안이다. 피해 규모가 큰 만큼,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며 조정하거나,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어 피해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의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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