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

ARMS(Analytical Reporters of Medical Studies)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운동, 식단 관리 및 건강 관련 지식들을 전달하고자 설립된 우리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학술회다.

 

서론

“형, 제가 스테로이드성 감기약을 먹고 있는데 이거 먹으면서 운동하면 몸 커지나요?”

 

얼마 전 유명 헬스 유튜버에게 들어온 유선 문의다. 장난성 문의로 넘기며 유튜버도 가볍게 대답했지만, 일반인이 스테로이드의 종류와 기능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체육계에서 논란이 되는 로이더 문제와 같은, 즉 도핑과 같은 약물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들은 스테로이드라고 하는 약물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다른 한편, 의료현장에서도 스테로이드라고 불리는 약물이 흔히 보인다. 그러나 이 두 스테로이드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

스테로이드는 유독 구설수에 많이 오르는 약물 중 하나이다. 특히 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 후 체중증가, 피부 트러블 등의 부작용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스테로이드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가 가지는 막연한 부정적인 감정과 신념을 말하는 ‘스테로이드 포비아(Steroid-phobia)’가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1]. 이로 인한 치료 불이행이 환자들, 특히 아토피 환자들에게서 흔히 발생하여 스테로이드 포비아를 측정하는 도구(The Topical Corticosteroid Phobia Scale, TOPICOP)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이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2, 3].

스테로이드라는 대분류하에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다양한 스테로이드는 어떻게 다를까? 스테로이드는 정말 위험한 약물일까? 스테로이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금부터 알아보자.

 

본론

스테로이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및 분류

 

스테로이드란 4개의 탄소 고리가 존재하는 특정 분자 구조를 갖는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스테로이드 합성이 이루어지는 장기로는 부신 피질과 생식샘이 대표적인데, 이와 관련하여 스테로이드는 크게 ‘부신 피질 호르몬’ 계열과 ‘성 호르몬’ 계열로 나뉘며,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스테로이드가 존재한다. 부신 피질 호르몬 계열에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무기질 코르티코이드’가 있고, 성 호르몬 계열에는 ‘프로게스테론’, ‘안드로겐’, ‘에스트로겐’이 있다. 이러한 스테로이드는 각자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신체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vs 당질 코르티코이드

 

현재 여러 논의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테로이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와 ‘당질 코르티코이드’이다. 여기서 잠깐, 앞선 분류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라는 물질은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안드로겐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에 목적을 가지고 변형을 가해 인위적으로 합성한 스테로이드이다[4]. 안드로겐 계열의 스테로이드는 이른바 ‘남성호르몬’이라고 불리는데, 성대의 변화나 체모의 발달 등의 남성화 작용과 근육 합성 등의 동화 작용(anabolic metabolism)을 갖는다. 이러한 동화 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합성한 스테로이드가 바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인간의 근육을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호르몬계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약물 사용 운동가들이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불임, 여성형 유방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약물 ‘남용(abuse)’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며, 적정량의 용량을 사용한다면 심한 영양 불균형 및 전신쇠약 등을 겪는 환자에게서 치료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4, 5].

그렇다면 병원에서 주로 쓰는 스테로이드는 무엇일까? 바로 앞선 분류에서도 있었던 ‘당질 코르티코이드’이다. 우리 몸에서 생산되고 사용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인데, 코티솔은 우리 몸이 받는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분비된다. 코티솔은 면역 억제, 혈당 증가 등 다양한 작용을 하는데 이 중 병원에서 사용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바로 ‘면역 억제’ 즉, 항염작용에 집중한다.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진정시켜 손상을 줄이고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이러한 이유로 병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 중 하나이며, 일부 질병에서 예후를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과도한 당질 코르티코이드 사용은 체중증가, 여드름과 같은 부작용부터 심한 경우 당뇨병, 쿠싱 증후군 등의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국소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제제 등으로 이러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6].

 

결론

 

요약하자면 체육계에서 논란이 되는 스테로이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체내에서 남성호르몬과 같이 작용하여 근성장을 유발하고, 우리가 병원에서 흔히 처방받는 스테로이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로 체내에서 항염증 효과를 일으킨다. 두 제제는 확연히 다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로부터 근성장을 기대하거나, 또는 근성장을 위해 약물을 투여했다는 오해받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포비아가 생기는 원인은 지식 부족, 잘못된 정보,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2].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우리 몸에 필요한 약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 스테로이드는 여러 질병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모든 약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 시의 주의사항을 잘 지키고 용법과 용량을 잘 지켜 사용한다면 스테로이드는 우리에게 효과적이고 강력한 치료제가 될 것이다. 독자들에게 이번 칼럼이 스테로이드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해소하고, 미래 건강의 주체자로서 합리적인 약물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란다.

 

 

SEVERANCE ARMS
글 계창명(의학·19)
정채윤(간호·18)

 

[1] Li, A. W., Yin, E. S., & Antaya, R. J. (2017). Topical Corticosteroid Phobia in Atopic Dermatitis: A Systematic Review. JAMA dermatology, 153(10), 1036–1042. https://doi.org/10.1001/jamadermatol.2017.2437
[2] Contento, M., Cline, A., & Russo, M. (2021). Steroid Phobia: A Review of Prevalence, Risk Factors, and Interventions.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dermatology, 22(6), 837–851. https://doi.org/10.1007/s40257-021-00623-6
[3] Moret, L., Anthoine, E., Aubert-Wastiaux, H., Le Rhun, A., Leux, C., Mazereeuw-Hautier, J., Stalder, J. F., & Barbarot, S. (2013). TOPICOP©: a new scale evaluating topical corticosteroid phobia among atopic dermatitis outpatients and their parents. PloS one, 8(10), e76493.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076493
[4] Kicman AT. Pharmacology of anabolic steroids. Br J Pharmacol. 2008 Jun;154(3):502-21.
[5] El Osta R, Almont T, Diligent C, Hubert N, Eschwège P, Hubert J. Anabolic steroids abuse and male infertility. Basic Clin Androl. 2016 Feb 6;26:2. 
[6]Ramamoorthy S, Cidlowski JA. Corticosteroids: Mechanisms of Action in Health and Disease. Rheum Dis Clin North Am. 2016 Feb;42(1):15-31, v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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