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성장하는 불법 사설토토의 현실을 들여다보다

완연한 봄이 찾아오며 다양한 스포츠 리그도 활기를 띠고 있다. 벚꽃과 함께 찾아온 KBO리그, 시즌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기 위한 유럽 챔피언스리그까지, 스포츠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스포츠 리그가 흥할수록 덩달아 뜨거워지는 곳이 있다. ‘불법 사설토토’ 사이트다. 지난 2021년 형사정책연구원은 불법스포츠도박의 규모를 22조 8천억 원 정도로 추정했다. ‘불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끊임없이 거대해져 가는 ‘불법 사설토토’ 흥행의 원인과 내부 구조를 짚어봤다. 

 

불법 사설토토, 20대의 놀이문화가 되다

 

이정재(23)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와 함께 사설토토를 즐겼다.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금액은 점차 커져 150만 원까지 베팅했다. 같이 사설토토를 즐긴 친구는 7천만 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A씨 또한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설토토를 처음 접했다. A씨는 사설토토에서 제법 이윤을 남기는 편이다. 그는 “베팅으로 딴 금액을 사이트 안에서 계속 다시 베팅하면 손해가 안 난다”며 “그러다 6연속씩 승부를 맞추면 짜릿해서 못 끊게 된다”고 말한다. B(22)씨는 사설토토를 군대 생활관에서 배웠다.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있는 날에는 생활관 동기들과 함께 베팅하고, 돈을 딴 친구가 PX에서 음식을 쏘는 방식이었다. B씨는 “새벽에 몰래 축구 경기를 보며 토토 하는 게 군 생활의 낙”이었다고 회상한다.

이처럼 사설토토는 고등학생부터 20대 남성까지 함께 즐기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가 발행하는 ‘스포츠토토’와 공식 온라인 발매 사이트인 ‘베트맨’을 제외한 모든 사설토토는 명백한 불법이다. 불법 사설토토는 ▲높은 사행성으로 인한 중독 ▲‘먹튀*’ 가능성 ▲미성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등 여러 방면의 피해 가능성이 존재한다.

A씨는 “10만 원으로 베팅 금액이 제한된 스포츠토토에 비해 금액 제한이 없는 사설토토에 끌리게 된다”고 말한다. 이씨 또한 “확실히 사설토토는 중독성이 높다”며 “본전을 잃으면 하루 종일 돈을 빌려 사이트에 충전하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이씨는 사설토토 사이트에서 ‘먹튀’ 하는 경우도 목격했다. 이씨는 당시 ‘비월’이라는 사설토토 사이트를 이용했지만, 어느 순간 사이트가 사라져 버렸다. 해당 사이트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먹튀 피해 호소 글이 눈에 띈다.

이러한 불법 사설토토 사이트에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접수된 청소년 도박 상담 건수는 지난 2014년 89명에서 2019년 1천459명으로 16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불법도박 문제 위험집단 비율은 6.4%였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21%가 위험집단으로 파악됐다. ‘불법도박 문제 위험집단’은 불법도박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집단을 의미한다. 해당 수치는 학생들에게 위험이 만연하게 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불법 사설토토 검증 사이트에 여러 개의 사설토토 홍보 배너가 달려있다.
▶▶ 불법 사설토토 검증 사이트에 여러 개의 사설토토 홍보 배너가 달려있다.

 

거대해진 시장 규모
단단해진 불법 회사

 

불법 사설토토가 스포츠토토보다 흥하게 된 이유로는 ‘환급률’의 차이가 가장 크다. 환급률은 베팅에 성공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스포츠토토의 환급률은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50~70%로 규제받고 있다. 실제론 60% 선에서 운용 중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국내 불법 사설토토의 경우 90%~95%까지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스포츠토토 코리아 건전기획부문 심현진 부문장은 “스포츠토토의 판매 금액으로 사업 운영비, 판매점 수수료,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도 하고 있기에 환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당연히 배당금이 높은 사설 토토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동일한 10만 원을 투자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평균 4만 원 정도 차이 난다.

또한 이씨와 A씨는 환급률의 차이와 더불어 자신이 사설토토를 이용하는 까닭으로 ▲추가금 지급 ▲모바일 접근성 ▲베팅 마감 시간의 차이를 이유로 꼽았다. 사설 업체의 경우 10만 원을 게임 머니로 충전 시 1만 원을 추가로 지급해 주는 이른바 ‘뽀찌’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모바일 앱 혹은 사이트로 언제 어디서나 사설토토를 즐길 수 있지만, 스포츠토토는 현장 발권만 가능해 제한적이다. 사설토토의 경우 경기 시작 10분 전까지도 언제든 베팅할 수 있고, 경기를 보며 실시간으로 베팅할 수 있는 게임도 있어 훨씬 흥미를 끈다.

불법 사설토토는 스포츠토토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점들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규모를 확대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동위원회(아래 사감위)에서 조사한 ‘2019년 불법도박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의 추정 규모는 약 20조 5천억 원으로 5조 1천억 원에 해당하는 합법 스포츠토토의 4배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지난 2021년 연구에 따르면 현재는 22조 8천억 원 정도로 확대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설토토 사이트 개별 규모도 커졌다. 2020년 적발돼 처벌받은 중견 사설토토 사이트의 경우 5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당시 변호를 맡았던 형사 사건 전문 곽준호 변호사는 “요즘은 금액이 큰 경우 3천억, 5천억 정도의 사이트도 많다”고 말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사설토토 사이트는 기업과 같이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게 됐다. 먼저 흔히 ‘토사장’이라고 불리는 총책이 속한 본사가 있다. 해당 본사에는 게임 머니를 충전, 현금으로 환전하는 충·환전 직원이 속해있다. 24시간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선 최소 3명의 충·환전 직원이 필요하다. 사이트가 커질수록 충·환전 직원의 수가 많아지고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직도 생겨난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프로그래머 직원, 홍보 담당 직원도 본사에 속해있다. 곽 변호사는 “본사 말단 충·환전 직원들은 보통 200~3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었으며, 구조 위로 갈수록 받는 돈은 무한정 올라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본사만으로 홍보를 모두 책임지기 어렵기에 대부분은 ‘총판’이라는 부본사를 두어 홍보를 맡긴다. 규모가 커질수록 총판의 경우도 하위 총판을 하청해 홍보 역량을 키운다. 총판의 역할은 대대적인 사설 토토 사이트 홍보뿐만 아니라 ‘가족방’으로 불리는 비밀 카톡방을 만들어 고객 관리를 도맡는다. 실제 가족방에 초대됐던 A씨는 “총판이 가족방에서 사설토토 사이트의 이름이 바뀌거나 주소가 옮겨질 때 미리 정보를 줬다”고 말한다. 

이렇게 조직적인 규모를 지니고 있는 중견 이상의 사설토토 사이트의 총책은 보통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설토토 사이트 또한 해외 서버를 이용한다. 곽 변호사 역시 “최근 사설토토 사이트 서버는 보통 태국, 필리핀이 유행이다”고 말한다.

 

건강한 베팅 문화,
현실화될 수 있을까

 

불법 사설토토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포츠토토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불법 사설토토가 만연한 까닭 중 하나는 스포츠토토가 여러 규제로 인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베팅 또한 경쟁시장으로 운영되는 타 국가와 달리 스포츠토토에 의해 독점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스포츠토토의 경쟁력이 약화하면 불법 사설토토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스포츠토토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라 사감위의 규제를 받고 있다. 사감위는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며,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사행성 게임물을 규제하고 있다. 형사전문 이승환 변호사는 사행성 높은 토토는 “피해자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회”라며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가 없을 경우, 도박 중독이 만연하게 퍼질 위험이 크다. 특히 사감위는 사행산업의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건전 발전을 견인하고자 스포츠토토의 ▲환급률 제한 ▲모바일 앱 개발 제한 ▲매출총량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토토 건전기획팀 김영석 부장은 사감위의 여러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규제를 완화해 불법스포츠도박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으로 방향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먼저 불법 사설토토의 90~95%의 배당률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스포츠토토 환급률 50~70%의 완화가 필요하다. 또한 모바일 앱의 개발을 통한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 현장에서만 구매 가능한 스포츠토토와 달리 베트맨은 온라인 발권이 가능하다. 더욱이 모바일 앱과 게임머니 전환으로 쉽고 빠르게 베팅할 수 있는 불법 사설 토토 사이트와 비교하면 현행 스포츠토토의 접근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A씨와 같은 군인의 경우 스포츠토토를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제한된다.

마지막으로 매출총량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매출총량제로 인해 한 해 동안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넘으면 더 이상 스포츠토토의 발권이 금지된다. 실제 지난 2011년 매출총량제 준수 의무가 도입된 후 스포츠토토는 2017년 36일, 2018년 14일, 2019년 7일 발매중지를 해야 했다. 김 부장은 “연말 박싱데이** 즈음에 발매 중지가 되면 피해가 크다”며 “매출총량제 완화로 스포츠토토를 계속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불법 사설토토를 막기 위해선 수사기관의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총책 대부분이 주로 해외에 있고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곽 변호사는 “이러한 경우 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에 입국하는 틈을 타 잡을 수밖에 없다”며 “품을 들인 수사기관의 기획수사만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 역시 “불법 사이트 접근 차단부터 해외 소재 총책의 일망타진을 위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감위의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감위는 지난 2005년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불법 도박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출범했다. 그러나 현재 불법도박 관련 수사는 모두 경찰이 담당하고 있고, 단속권한이 부재해 사감위는 불법 도박 대신 합법 사행산업 규제에 치중하고 있다. 불법도박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사감위의 단속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수사기관의 인력 부담을 줄여 불법도박 전문 대응 기관으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 베팅에 대한 전면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스포츠 베팅을 불법으로 두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과 같은 유럽 스포츠 베팅 선진국들은 합법 스포츠 베팅의 규제를 완화해 스포츠 베팅의 양성화와 건전화에 성공했다. 곽 변호사는 “우리나라처럼 금지만 해서는 사설토토가 절대 안 없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법 사설토토는 우리 삶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불법 사설토토 사이트는 계속해서 성장해 하나의 기업이 됐다. 규모와 구조를 보면 불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정부와 입법기관, 수사기관의 집중된 관심이 필요하다. 더불어 불법에 대한 재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유동기 기자
socio_princess@yonsei.ac.kr

 

* 먹튀: 배당금을 주지 않고 계정을 삭제하거나, 사이트 문을 닫는 것을 말한다.
** 박싱데이: 성탄절 다음 날인 12월 26일 이후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2~3일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경기가 있어 큰 흥행이 된다.
*** 바다이야기 사건: 2004년 심각한 중독성과 도박성을 바탕으로 여러 자살 피해자가 있었던 도박성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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