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간부 처우 개선 절실해

 

우리 군의 ‘허리’로 일컬어지는 초급 간부의 열악한 대우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방증하듯, 초급간부 지원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고 군을 떠나는 초급간부도 많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23일 열린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세미나’에서 “초급간부는 군의 근간이자 강군 건설의 핵심”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이들을 그렇게 대우하지 못합니다. 초급간부의 여건,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보았습니다.

 

열악한 처우에 군복 벗는 간부들

 

흔히 하사, 중사, 소위, 중위, 대위를 지칭하는 ‘초급간부’는 군의 실무를 담당하고 현장에서 병사를 통솔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군은 초급간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초급간부의 상당수를 배출하는 학사장교, 학군사관(ROTC), 부사관 지원 경쟁률은 근 5년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ROTC 지원 경쟁률은 지난 2018년 3.3대 1에서 2022년 2.4대 1로 떨어졌고 학사장교 지원 경쟁률은 4.0대 1에서 2.6대 1로 떨어졌습니다. 단기복무부사관 지원 경쟁률은 4.5대 1에서 3.2대 1로 하락했습니다. 우수한 군인을 양성하는 목적으로 설립됐고 매년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던 사관학교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임병헌 국회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사관학교를 자퇴한 생도의 수는 급격히 늘었습니다. 2018년에는 9명이 자퇴했는데, 작년에는 63명이 자퇴했습니다. 사관학교는 편입학 제도가 없어 자퇴생의 자리는 그대로 신임 간부의 공백으로 이어집니다. 

이미 간부로 임관한 후 그만두거나 지원 후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2022년 전역을 신청한 5년 차 육해공군 장교는 총 184명이었습니다. 이 중 164명이 전역을 승인받아 올해 군을 떠납니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육군의 경우 전역 신청자가 2년 사이 3배나 늘었습니다. 또, 육군 장교로 지원했다 임관 이전에 중도 포기한 인원도 최근 5년간 245명에서 640명으로 상승했습니다. 

 

초급 간부, 무엇이 문제인가

 

초급간부들은 처우가 열악해 애국심만으론 버티기 힘들다고 입을 모읍니다. ▲낮은 봉급 ▲열악한 수당 ▲열악한 거주 환경이 문제로 꼽힙니다.

지난 2월, 본인을 해군에 복무하는 1호봉 하사라고 소개한 A씨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아래 육대전)에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공개했습니다. 그는 “직급 보조비를 포함해 봉급으로 170만 원을 받는다”며 “초과 근무를 안 하면 진짜 너무 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소위 1호봉과 하사 1호봉은 각각 178만 5천343원, 173만 4천391원을 받습니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반영해 작년에 비해 1.7%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 병장 월급이 50% 넘게 인상된 것과 대조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병장 월급 200만 원 시대’는 2025년부터 시작되는데, 만약 초급 간부의 봉급이 올해처럼 매년 1.7%가량 상승한다면 2025년에는 병장이 초급 간부보다 봉급을 많이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편, 국방부는 반박 자료를 배포해 병장이 초급 간부보다 봉급을 더 많이 받는 ‘역전 현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임관한 소위의 경우, 기본급과 수당을 더해 월평균 세전 수령액 241만 8천550원을 받는다며 이는 병장보다 120만 원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병의 봉급이 대폭 늘어 간부 봉급과의 차이가 작아지면서, 복무기간이 더 긴 간부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ROTC의 의무복무기간은 28개월, 학사장교의 의무복무기간은 30개월로 18개월인 육군 병사보다 10개월 이상 높습니다. 군 관계자는 “강군 육성에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려면 병사 봉급 인상을 고려해 초급간부, 특히 소위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당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나옵니다. 현재 군인과 군무원은 당직 수당으로 평일 1만 원, 휴일 2만 원의 돈을 받습니다. 다른 공무원들이 평일 3~5만 원, 휴일 6~10만 원의 수당을 받고, 상당수의 간부가 격오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돈입니다. 심지어, 수당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군내에선 “3년간 월평균 70시간 24분을 초과 근무해도 후방 지역이라는 이유로 월당 27시간만 인정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화제였습니다. 주택수당 문제도 있습니다. 간부들은 현재 「군인복지기본법」에 따라 주거지원을 받고, 주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주택수당을 받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수당 규정 제11조의2는 ‘3년 이상 복무한 자를 대상으로 주택수당을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숙소와 주택수당을 모두 받지 못하는 간부들이 있는 상황입니다. 

열악한 거주 환경 역시 문제입니다. 복무지가 자주 바뀌고, 격오지 근무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군 특성상, 숙소 지원은 간부들의 주거권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페이스북 육대전에는 한 육군 중위가 본인이 생활하고 있는 숙소의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습니다. “초급 간부 주거 지원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글과 함께였습니다. 사진 속 숙소의 벽엔 곰팡이가 가득했고 싱크대는 무너져 있었습니다. 2월에는 한 공군 초급간부가 “공군의 모 비행단 독신자 간부 숙소”라며 사진 한 장을 육대전에 올렸습니다. 사진 속 숙소에는 두 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이불 두 장과 약간의 짐을 둘 수 있는 공간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간부는 “최소한의 개인 공간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간부 숙소 중 750여 곳은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른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절반 이상의 육군 간부 숙소는 준공된 지 20년이 넘었고 리모델링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건물도 60%에 달했습니다.

 

우리 군의 허리가 튼튼해지려면

 

초급간부 문제가 주목받으며 국방부와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올해부터 간부에게 지급되던 소대지휘활동비가 월 6만 2천500원에서 12만 5천 원으로 늘어납니다. 이어 국방부는 하사 호봉 승급액, 초급 간부 성과 상여금 기준 호봉, 당직 근무비를 다른 공무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장교와 부사관에서 일시금으로 주는 ‘단기복무장려금’은 올해 각각 50% 인상해 장교 900만 원, 부사관 750만 원이 됐습니다.

간부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있습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초급간부의 복무여건 향상을 위해 노후 간부 숙소를 리모델링하고 간부 숙소를 1인 1실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숙소를 지원받지 못한 간부에게 지급되는 주택수당 또한 올해 월 8만 원에서 월 16만 원으로 2배 인상됐습니다. 3년 미만의 초급 간부에게도 주택수당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및 인사혁신처와 협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모두 실현되기 위한 예산 지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도 간부들의 당직 근무비를 평일 1만 원에서 3만 원으로, 휴일 2만 원에서 6만 원으로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올해 예산 부처가 이에 반대하며 끝내 무산됐습니다. 간부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예산 지원을 끌어내는 것이 특히 중요한 까닭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초급 간부의 의무복무기간을 줄이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1968년 이후, 병사들의 복무기간은 36개월에서 18개월까지 점진적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초급 간부의 70%를 배출하는 ROTC의 의무복무기간은 52년째 변함이 없습니다. 단기복무 간부 장려금과 수당을 대폭 인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군 간부들의 급여만을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단기복무 장려금 등과 수당을 인상해 적은 봉급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조기 전역하는 장기복무자에게 취업과 사회 적응을 돕는 정책을 마련해 군 생활 이후의 삶을 돕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사병의 월급이 대폭 인상되는 등 군인의 처우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창끝 전투력’의 핵심인 초급 간부의 처우 개선도 시급합니다. 이미 수년째 제대로 된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간부 지원 경쟁률이 하락하고 조기 전역자가 늘어난다면 우리 군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초급 간부를 정상적으로 수급하고 군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것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글 김병훈 기자
socio_bab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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