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를 만나다

케이팝은 전 세계 곳곳에서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익숙한 멜로디와 퍼포먼스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특한 음악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케이팝은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으며 케이팝 산업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익숙한 듯 새로운 케이팝의 매력은 무엇인지,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음악인류학자이자 음악 평론가인 김영대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문화인류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음악인류학으로 석박사를 마쳤다. 

케이팝이 해외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인가.
케이팝은 만들어질 당시부터 해외 대중들과 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음악이다. 한국이 탄생시켰지만 해외 팬들이 함께 참여하고, 심지어는 그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리드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음악 장르이기도 하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이전까지의 세계 음악 시장이 제공하지 못했던 소비자의 니즈를 채워주며 차별성을 갖추게 됐다. 미국은 솔로 아티스트들을 위주로 산업이 재편돼 있어 그룹 아티스트보다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케이팝은 산업규모 상 미국의 대중음악 시장보다 한참 뒤처져 있음에도 마니아층을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그룹 퍼포먼스가 주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미국의 아티스트들이 소비자들에게 채워줄 수 없었던 니즈를 채워준다. 확연한 마니아층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서 케이팝 산업을 키워나가고 유지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취했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인 예시다.

케이팝 아티스트의 위상이 높아졌다.
더 이상 아이돌과 아티스트가 다른 개념이라는 사회적 통념은 일치하지 않는다. 케이팝 아티스트는 춤부터 노래, 랩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높은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빅뱅, 방탄소년단과 같은 그룹이 등장한 이후로 몇몇 케이팝 아티스트는 셀프 프로듀싱**까지 소화하고 있다. 물론 음악을 직접 제작해야만 아티스트라고 불리지 않는다. 춤을 추는 댄서와 아이돌 모두 아티스트이며 심지어 매력적인 외모로 무대 공연을 하는 것도 아티스트의 자질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다른 케이팝 아티스트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방탄소년단은 사람들이 기존의 케이팝에서 결핍됐다고 느끼는 요소를 채워줬다. 기존 케이팝 아티스트가 가진 외적인 부분과 실력, 그리고 세련된 음악에 인문학적인 터치도 더해졌다. 쉽게 말하면 가사와 그 안에 담긴 내러티브 서사를 의미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자 음악적인 진정성을 뜻하기도 한다. 대중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일관적인 발언이나 행동과 행보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느낀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는 진정성에 기반한 서사나 담론이 인문·철학적으로 담겨있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유기적이고 진실한 목소리로 팬들과 소통한다. 이것이 방탄소년단을 성공으로 이끈 동력이지 않았나 싶다. 

방탄소년단의 사례를 토대로 케이팝이 더욱 글로벌하게 확장할 방법은 무엇인가.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이 케이팝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어왔다. 덕분에 영향력 있는 매력적인 아티스트가 탄생할 수 있게 됐다. 군 복무로 인한 방탄소년단의 공백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물줄기의 흐름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영국도 비틀즈와 후발 주자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흐름 덕분에 콜드플레이 같은 새로운 그룹이 등장할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전을 거듭했다. 이전까지는 대개 무난하고 중립적인 음악을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방탄소년단은 음악에서 굉장히 강력한 서사를 보여줬다. 보통의 아이돌 그룹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스스로와 사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생각을 풀어나갔다.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기존의 케이팝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케이팝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아티스트의 세계관도 중요한가.
아티스트 세계관은 케이팝의 성공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관은 케이팝 소비자가 케이팝 문화를 더 깊이 있고 흥미롭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이 음악으로만 끝나지 않고, 음악을 통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영화나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기도 한다. 케이팝이 다방면의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확장은 케이팝 팬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 휘발을 방지하고, 아티스트에 대한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기도 한다.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선택지를 많이 제공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이고, 케이팝 문화에 더 깊게 관여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과거에는 케이팝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음악사적으로 언제나 이분법적인 구도가 존재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남성이 선호하는 음악은 더 진지하고 깊이가 있지만 여성이 선호하는 음악은 가볍고 유치하다고 여겼다. 현재 케이팝 팬층은 주로 여성으로 구성돼있기에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케이팝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이어졌다. 케이팝 음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댄스음악에 대한 편견도 하나의 원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록음악은 진지하고 제대로 된 음악인 반면 댄스음악은 가볍고 유치한 음악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며 댄스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케이팝 팬덤의 특징이 궁금하다.
케이팝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주류 시장이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문화다. 그렇기에 케이팝 팬덤은 아웃사이더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또한 일반적 음악을 즐기는 대중과는 다르게 케이팝 팬들은 적극적이고 탐구적이다. 때로는 정치적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의 경우 본인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해 아주 철저한 옹호자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 주류 시장이나 국내 언론은 그들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심해왔다. 케이팝 팬들은 아티스트가 받는 어떤 오해라든지 편견에 대해서 아주 적극적이고 논리적으로 보호하고 격렬한 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존의 케이팝은 음지쪽에도 많았고 주류 위에서 겨루는듯한 느낌이 많이 없었는데 최근 케이팝 팬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면모를 자주 보였다. 이러한 특징은 타 음악 장르의 팬덤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케이팝 산업의 문제와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케이팝 관련 종사자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아티스트의 정산 문제에 대한 의식 문제가 심각하다. 신인 아티스트의 런칭을 위해 기획사는 초기에 큰 비용을 투자한다. 데뷔 이후에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아티스트의 활동을 정상적으로 정산해주지 않는다. 세계적인 그룹들조차 데뷔 4~5년 지나고도 정산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음악이나 아티스트보다 회사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아티스트에게 나눠주는 동시에 기업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케이팝 산업 전체의 건강을 생각하는 리더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

최근 눈에 띄는 케이팝 산업의 변화점이 무엇인가.
AI 기술이나 가상(Virtual) 아이돌, 메타버스 등이 케이팝 산업에 미칠 영향과 변화가 주목된다. 기술은 지속해서 발전할 수밖에 없고, 중요한 것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케이팝의 틈새시장 전략이 앞으로 변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뉴진스와 같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사례를 보면 더 이상 하위 문화적인 특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한국의 쿨함과 미학을 강조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케이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산업이자 장르, 문화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 케이팝이 더욱 비상하기 위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그의 삶이 궁금하다>

음악 평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너무 좋아했다. 음반을 사면 그 안에 해설을 쓰는 음악 평론가나 방송에 나오는 DJ에 대한 선망을 가지면서 음악 및 영화 평론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됐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아마추어 평론가로 활동했다. 1998년쯤부터 기존의 잡지나 방송에서 돈을 받고 음악 평론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음악인류학을 공부했다.
음악인류학은 음악을 다양한 소셜 컨텍스트 안에서 이해하는 학문이다. 아티스트를 포함해 음악이 탄생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사회적인, 정치적인, 문화적인 함의 같은 것들을 연구한다. 미국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다. 음악 평론가로서 미국 음악에 대해 논하면서 현지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음악인류학을 공부해 관심 있는 대중음악과의 접목을 시도해보고자 했다.

평론가가 되려면.
대중음악은 음악과 산업 두 분야에 대한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 음악 분야는 역사와 이론의 영역을 차분히 익혀야 한다. 또한 실제 산업의 작동 과정을 냉철한 눈으로 관찰하며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과 괴리가 있는 담론이 발생하게 되며 혼자 머릿속에서 근거 없는 상상을 자주 하게 된다. 현장에 연계된 음악 평론가로서의 감수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 셀프 프로듀싱: 직접 본인의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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