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굿즈 문화의 발전과 문제점을 살펴보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3년 연속 ‘그래미 어워드’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케이팝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 문화도 케이팝의 인기만큼 점차 발전하고 있는 만큼 팬들이 소장할 수 있는 굿즈 문화도 발전하고 있다. 팬덤 문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굿즈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아이돌 굿즈 문화


케이팝은 한국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대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한류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연상 이미지 중 케이팝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케이팝의 인기만큼 케이팝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기 위한 팬들의 문화도 커지고 있다. 굿즈는 사전적 정의로 상품, 제품 등을 의미하지만 아이돌 문화 안에서는 아이돌과 관련된 파생 상품을 의미한다. 아이돌의 얼굴 혹은 이름이 적힌 필기구, 스티커, 담요 등이 그 예시다. 아이돌의 소속사가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지만, 팬들이 직접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아이돌 굿즈를 매달 구매하는 이현서(21)씨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를 갖고 있거나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며 “아이돌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기만 할 때보다 아이돌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1990년대에는 현장 응원이 팬덤 문화의 주를 이뤘다. 아이돌 팬덤을 대표하는 색상의 풍선이나 아이돌 사진이 그려진 책받침, 포스터 등이 콘서트 현장에서 판매됐다. 아이돌 팬들은 스티커나 이름표 등 직접 오프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소비하기도 했다. 2010년도에는 엑소, 트와이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다수 데뷔하면서 아이돌의 영향력이 증가했다. 아이돌이 패션, 뷰티 산업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며 아이돌이 광고한 제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기업들은 제품에 아이돌의 사진이나 이름을 넣어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주로 온라인에서 굿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케이팝 해외 팬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팬들이 대량으로 굿즈를 제작 및 주문해 해외 팬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굿즈 문화는 대중음악 산업을 키우는 핵심 문화 중 하나로 작용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굿즈 문화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팬들이 굿즈를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금을 기부하는 식이다. 손재주가 좋은 일부 팬들은 직접 굿즈를 제작해 다른 팬들에게 판매해 얻는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한다.기부 자체를 목적으로 굿즈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팬덤인 ‘멜로디’는 정기적으로 기부 의사가 있는 팬들을 모아 굿즈를 제작해 판매한 수익의 일부를 기부한다. 이렇듯 굿즈 판매 수익금을 모아 아이돌 그룹이나 팬덤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굿즈 문화가 존재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아이돌 팬 문화는 과거에 비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측면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팬들의 대량 앨범 구매,
건강한 소비인가?


앨범은 아이돌 굿즈 중 가장 판매량이 높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앨범 판매량은 지난 2016년 기준 1천80만 8천921장에서 2022년 6천만 장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아이돌 팬 10년 차인 임문영(22)씨는 “아이돌의 컴백과 동시에 새로운 앨범이 발매되면 항상 50장씩 필수적으로 구매해왔다”며 “구매한 앨범은 집에 쌓아두거나 기부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팬들은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매하기도 한다.

타 아이돌 팬덤과의 경쟁 심리는 과도한 앨범 구매 현상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요즘은 대다수가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기에 앨범 판매율이 아이돌의 인기도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팬들은 경쟁 심리로 과도하게 앨범을 구매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 판매량이 신기록을 갱신하거나 타 가수 앨범의 판매량을 뛰어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6천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은 비정상적”이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현대사회에서 앨범 판매량에 대한 집중은 음원이 디지털화된 현시대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도한 앨범 구매 경쟁 해소를 위해 아이돌 소속사의 적극적 해결방안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다양한 앨범의 구성품도 팬들의 과도한 앨범 구매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돌의 앨범 안에는 CD와 함께 포토카드, 친필 사인 등 다양한 굿즈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앨범마다 들어있는 굿즈가 다르기에 팬들은 모든 종류의 굿즈를 소유하기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하게 된다. 앨범에 랜덤으로 포함된 팬사인회 당첨 티켓이 팬들의 앨범 대량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팬사인회에 반드시 참석하고 싶은 팬들은 티켓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동일한 앨범을 반복해서 구매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 정호철씨는 “포토카드와 팬사인회 티켓 뽑기는 일부 사행성을 띠고 있다”며 “문제가 심화되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량 앨범 판매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대량 앨범 구매,
그 이후


팬들이 구매한 앨범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지난 2022년 7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아이돌, 가수 앨범 기부 좀 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해당 글에는 과도한 앨범 기부 관련 문의 전화에 지친다는 기부처 관계자 A씨의 호소가 담겨 있었다. 아이돌이나 가수가 앨범을 발매하면 팬들이 앨범을 대량 구매한 후 사후 처리를 위해 기부한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복지센터나 비영리단체에 대량으로 앨범을 기부하면 목적에 맞게 공익에 활용하거나 회계처리를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기부할 수 없게 된 앨범은 결국 버리게 된다. 지난 2022년 11월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발표한 ‘듣지도 않고 폐기되는 앨범, 폐기물만 100톤!’에 따르면 과포장과 중복 소비를 조장하는 일부 기획사의 잘못된 관행으로 매년 100t 이상의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다. 앨범은 일반적으로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분리배출에 대한 명확한 표기가 되어있지 않으며 앨범의 플라스틱 커버는 소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염화비닐로 제작된 앨범 포장지는 재활용할 수 없으며 불에 탈 경우 강한 부식성 가스를 배출해 환경오염에 치명적이다. 포토카드와 같은 앨범의 구성품도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로 코팅 종이로 제작돼 재활용 시 코팅된 부분과 종이 부분을 분리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앨범 문화를 위해


앨범 판매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존재한다. 모바일의 발달에 따라 음악 감상은 주로 CD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앨범에 CD를 포함하지 않는 플랫폼 앨범이 출시되고 있다. 플랫폼 앨범을 통해 실물 CD 대신 NFC**나 QR코드를 통해 수록된 음악이나, 사진, 영상 등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다. 기존 앨범에서 실물로 판매된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친환경 앨범이 출시되기도 한다. 지난 2022년 12월 발매된 송민호 정규 3집 ‘투 인피니티’ 앨범은 대부분 친환경 소재로 구성돼 있다. 해당 앨범은 국제 산림관리협회에서 인증받은 용지와 콩기름 잉크를 활용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인쇄 화학약품을 최소화했다. 포토 카드는 환경보호 코팅 기법을 사용했으며, 생분해할 수 있는 옥수수 전분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신시아 활동가는 “환경을 덜 훼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앨범의 형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앨범 폐기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다수의 사람이 스트리밍 형식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만큼 사실상 앨범 생산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활동가는 “앨범 자체의 과잉생산과 과잉 소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몇몇 기업은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그린워싱*** 하며 앨범을 판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정 평론가는 “건강한 굿즈 소비문화를 위해 아이돌 기획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중문화에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앨범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케이팝 팬덤 문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아이돌 굿즈 문화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의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아이돌 굿즈 문화의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모두가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돌 굿즈 문화로 나아가길 바란다.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 스트리밍(Streaming):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스마트폰 따위의 휴대용 단말기나 컴퓨터에 내려받거나 저장하여 재생하지 않고,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일
**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에서 사용 가능한 무선 통신 기술
***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애써 포장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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