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냄, 하수민 플로리스트를 만나다

우리는 보통 특별한 날에 꽃 선물을 한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동식 플라워 트럭이나 꽃 정기 배달 서비스 등을 통해 일상에서도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을 위해 가볍게 꽃을 선물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꽃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꽃을 한데 모아 그 아름다움을 증폭시키는 플로리스트 설해냄씨와 하수민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꽃이 머문 자리까지 아름답기 위해
설해냄 플로리스트와의 인터뷰


자기소개 부탁한다.
플라워에이블의 설해냄 대표다. 자연 유래 소재를 활용해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폐기 이후 모든 것들이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부분의 재료는 생분해가 가능한 재료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지만 대체가 불가능한 재료들도 존재한다. 이 경우에는 한번 사용하고 버려진 재료들을 재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또한,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꽃다발 재료 중 환경오염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플로랄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플로랄폼을 사용하지 않은 화병꽂이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플라워에이블은 친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꽃집이다.
 

국내 첫 제로웨이스트 꽃집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꽃집을 운영하기 전 국회 보좌관 인턴으로 일했다. 그러다 내가 가진 이야기와 가치를 세상에 더욱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단 욕심이 생겼고 평소 유일한 취미였던 꽃꽂이를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다. 꽃집의 콘셉트를 어떻게 잡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나 스스로 꽃 선물을 받았을 때 느꼈던 감정이 핵심 아이디어가 됐다. 누구나 꽃을 받았을 때는 좋은 기분을 갖지만, 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막막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꽃을 주고받는 마음을 모두 지키고 싶었다. 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꽃집 운영을 결심하게 됐다.


플라워에이블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플라워에이블에서는 재생지로 만든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 갈색 혹은 흰색 습자지를 활용해 색 차이를 내고, 종이로 만들어진 끈을 주로 사용한다. 천으로 된 리본이 꼭 필요한 경우엔, 의류 공장에서 버려진 조각천을 모아 리본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린 워싱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작품이 정말 친환경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소비자들에게 제로웨이스트의 개념을 알리면서 그들에게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꽃 선물은 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
꽃집에서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 일반적인 꽃다발은 보통 플로드지****로 포장을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만든다. 속포장과 겉포장을 나눠 다른 재질의 부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플로드지는 색이 함유된 비닐로 일반 비닐과 달리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포장 시 사용하는 공단 리본도 다양한 소재가 섞여 있어 재활용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꽃바구니는 꽃다발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 꽃바구니 속 초록색 플로랄폼은 미세플라스틱 가루를 뭉친 스펀지로 하수 처리장에서도 처리하기 위해 애를 먹는 재료다. 실제로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취급 시 장갑과 보안경을 착용하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기도 하다. 플로랄폼이 제대로 버려지지 않고 물가로 흘러가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플로리스트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좋은 꽃을 빠르게 구매하기 위해 주로 새벽 시장을 이용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새벽 시장에 가는 것은 힘들지만, 꽃이라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손을 주로 쓰는 직업이기에 관절염이나 터널 증후군 같은 병을 앓기도 한다. 플로리스트는 단순히 꽃을 파는 직업이 아니다. 나의 가치관을 담은 꽃을 파는 것이기에 생각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고민이 필요하다.
 

플라워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나.
꽃 산업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많은 플로리스트들이 생기고 있고 청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플로리스트로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우려점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경쟁자가 더 많아졌다고 경계하는 분위기 말고 플로리스트들끼리 협력해 ‘아시아 화훼 산업’을 더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친환경 꽃꽂이를 추구하는 플로리스트들과의 콜라보 활동이나 캠페인을 많이 해보고 싶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친환경 꽃다발을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재생지를 사용하고, 재활용 물품들을 활용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 최근 시들지 않는 꽃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조화에 대한 인기도가 올라가고 있는데, 조화는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다. 조화 분야에서도 친환경적인 꽃다발을 만들고 싶다.


꽃,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하수민 플로리스트와의 인터뷰


자기소개 부탁한다.
플라워샵 그로브(grove)의 하수민 대표다. 꽃다발이나 부케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꽃 작업뿐만 아니라 꽃을 매개로 하는 아트 디렉팅을 주로 하고 있다. 유명 패션 잡지 ▲엘르(ELLE) ▲보그(VOGUE) ▲마리끌레어(marieclarie) ▲메종(maison)등 다양한 패션&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에서 꽃과 식물을 이용한 비주얼 디렉팅을 진행했다. 또한 아이유의 「Love Poem」, 트와이스의 「More&More」등 뮤지션들의 앨범자켓,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이니스프리, 신세계백화점, 모조에스핀 등 패션&뷰티 분야에서 꽃으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지난 3월에는 한국의 플라워 문화를 알리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GROVE INVITES YOU TO PARIS」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플로리스트는 어떤 직업인가.
플로리스트는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직업이다. 꽃과 식물을 매개로 활동하는 사람들 모두 플로리스트이기 때문에 범위를 제한하고 싶지는 않다. 꽃 작품은 고객의 의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에 차별화가 가장 중요하다. 작품 제작은 보통 플로리스트가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고객들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로브에서는 부케와 같은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제작하는 동시에 분위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작품들을 꽃과 식물을 매개로 제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로브 몬스터이다. 그로브 몬스터는 아프리카 부족들이 분장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창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적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점과 꽃으로 도깨비 모양을 만든다는 신선함이 어울러져 인기를 끌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모든 작품에 의미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꽃다발 하나를 선물하더라도 그 용도와 의미가 다르다. 해석한 의미가 적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미를 담아 만든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은 바로 차이가 느껴진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 작업한 그로브 몬스터는 괴물은 무섭고 부정적이라는 관념을 깨고 귀엽고 다채로운 색을 활용해 대중에게 흥미롭게 다가갔다. 작년에 제작한 블랙 트리도 기존의 밝은색 트리에서 벗어나 어둡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제작했다. 이처럼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감정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지난 3월 파리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한국 사람들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한국 스타일이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 팝업 스토어에는 초와 인센스******, 약과와 같은 한국적인 간식, 전통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모시 명태 등을 활용해 고사상을 입구에 차렸다. 작품은 그로브 몬스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꽃을 활용해 꾸몄다.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좋은 평을 많이 들었다.
 

플로리스트로서 겪는 고충은 무엇인가.
한국의 플라워 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작다는 점이 아쉽다. 사람들이 SNS를 활용하거나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플라워 시장을 경험해보는 일이 많아져서 최근 한국의 소비자층이 확실히 넓어졌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꽃은 여전히 특별한 날에만 사용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꽃을 접하며 꽃 문화 자체를 즐기면 좋겠다. 
 

한국 플라워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국내 꽃의 가격은 외국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합리적으로 꽃을 소비할 수 있도록 플라워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매 시장에서 꽃 가격을 안정화시켜 가격 변동을 낮춰야 한다. 다양한 품종을 재배할 필요도 있다. 외국에서 꽃을 수입하기보다는 국내에서 재배하는 것이 금전적인 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고유의 디지인을 지키고 꾸준히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 꽃을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해 더 많은 사람이 꽃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된다면 소비자들도 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그로브를 단순히 꽃집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로브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 그로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만들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또한 케이팝이나 한국음식 문화 이외에 한국의 플라워 문화도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항상 새롭고 재밌는 아이디어로 활동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

 

꽃은 이제 단순히 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우리 삶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꽃들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앞으로 그들이, 또 우리가 만들어 나아갈 한국의 플라워 문화를 기대해 본다.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사진 반고은 기자
bahn0828@yonsei.ac.kr

 

* 플로랄폼: 화학합성수지성분으로 생분해되지 않으며 발암물질도 함유하고 있다. 주로 화원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 플로드지: 꽃 포장지의 종류로 다양한 색이 있다.
*** 인센스: 향, 향침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태우는 향'이란 의미를 뜻한다. 가느다란 막대 모양의 스틱 타입과 원뿔 형태 등으로 나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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