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영광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

이종혁(정경경영·18)
이종혁(정경경영·18)

지난 2월 25일쯤 현실판 『더 글로리』라고 불리는 정순신 아들 학교 폭력 관련 기사와 보도가 나왔다. 정순신은 신임 국가 수사 본부장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변호사로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스스로 국가수사본부장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더 글로리』다. 전개 방식은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극이었다. 『돼지의 왕』, 『모범택시』, 『소년심판』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학폭을 다뤘다. 현실에서 실행되기 어렵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통쾌함이 들기도 하고 대리 만족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보복성 정의에만 집중하고 있는가? 

학폭 근절을 위해 대학 입시에 학폭 가해 사실을 반영하는 단순한 접근 방식을 반대한다. 나는 학폭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물론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피해자 지원, 회복적 사법 및 교육을 다루는 피해자 중심 접근 방식이 징벌적 접근 방식을 보완할 때 포괄적인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학폭 사실로 대학이 가해자 학생의 대학 입학을 거부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이다. 학폭 가해자가 이미 그들의 행동에 대해 처벌받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추가적인 형벌이라고 생각한다. 학폭 가해자가 대학에서 제외되고 사회에 의해 낙인찍힌다면 그들은 더 고립되고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잠재적으로 미래의 범죄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무너진 불공평함을 회복하기 위해 처벌을 사용하는 것을 보복적 정의하고 한다. 그러나 보복적 정의의 맥락에서는 처벌에만 지나친 관심을 기울여 피해자의 권리 그리고 피해자 회복의 필요성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또한 제도적인 요인들로 인해 저소득 가정 또는 소수 집단의 학생들과 같은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불균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폭에 기인하는 사회 경제적, 인종적 장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학 입학을 거부하면 계층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게 된다.

학폭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회복적 정의’이다. 회복적 정의는 지역사회,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범죄 행동에 의한 피해를 바로잡는 것에 중점을 둔 사법적 이론이다. 앞서 말한 보복적 정의의 핵심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라면, 회복적 정의의 핵심은 함께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모두는 피해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징벌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도 제작발표회에서 피해자가 진심어린 사과를 받는 것이 회복과정에 있어 가장 핵심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피해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다.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가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제목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우리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폭력의 순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잃게 되잖아요.

인간의 존엄이나 명예나 영광 같은 것들.

그래서 그 사과를 받아내야 비소로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이란

생각이 들어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고요.

그게 동은이나 현남이나 여정이 같은

이 세상의 피해자분들께 드리는 응원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원점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