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대안 아닌 보편이 되려면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에서
학생을 위한 교육은 사라졌다

학교는 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며
교육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학교에서 나오기를 선택하고 나올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있다. 흐려진 교육의 본질이 학생의 이탈을 야기한 것이다. 입시경쟁으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게 된 경우다. 전국 각지에는 이들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아래 대안학교)가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위한 해맑음센터, 탈북민을 위한 장대현학교, 미혼모의 학업과 육아를 돕는 나래대안학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처럼 대안학교는 교육받아야 하고, 교육받고 싶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황금중 교수(교과대·교육철학)는 “대안학교가 무너진 교육의 본질을 일깨우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안학교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 힘겹게 운영되고 있다.

▶▶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대안학교로, 초등 수준의 교육을 맡고 있다. 공교육 체계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주로 찾는다.
▶▶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대안학교로, 초등 수준의 교육을 맡고 있다. 공교육 체계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주로 찾는다.

 

공교육의 ‘대안’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대안학교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안교육기관협의회 박은영 간사는 “당시 입시지옥의 폐해와 폭력이 난무하는 비인간적 제도권 학교에 대한 반발을 계기로 대안학교 운동이 본격화됐다”고 했다. 과열된 교육 시장에서 교육과정은 시험 위주로 획일화, 서열화됐고 학교는 소수의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대안교육기관인 맑은샘학교 전정일 교장 역시 “입시와 경쟁 위주 교육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대안학교를 찾는 학생, 학부모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공교육 체계에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 이들은 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지난 202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중 37%는 공교육에 무의미함을 느껴서, 29%는 원하는 교육 욕구를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해 제도권을 벗어났다. 황 교수는 “제도권 학교가 모든 구성원을 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학생 자녀가 대안학교에 진학한 학부모 A씨는 “몸과 마음이 자라는 청소년기에, 아이를 경쟁에 과도하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경우, 장애가 있는 경우, 가출한 경우 등이다. 대안학교는 그 이름처럼 대안적 학습 기회로 작용해 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적 통로가 될 수 있다.
대안학교는 지난 30년간 합법적 학교는 아니었지만, 실제적인 학교로서 기능하며 제도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반복해왔다. 박 간사는 “지금껏 정부는 대안학교를 사업장으로 치부했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을뿐더러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학력을 인증받지 못하는 등 각종 차별에 놓여있었다.

 

대안학교, 만성적 재정난에 시달리다

 

대안학교는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아래 대안교육기관법)에 재정지원에 관한 규정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재정 지원은 필수적이다. 고려대 교육학과 홍후조 교수는 “재정이 충분해야 양질의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재정난으로 교사들의 복지 여건도 열악한 상태다. 대안교육기관 관계자 B씨는 “교직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에 준하는 월급을 받는다”며 “웬만큼 사명감이 있지 않고서야 남아있기 어렵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의 대안학교는 교사 1명, 서울특별시의 대안학교는 교사 2~3명만큼의 지원금을 지자체에서서 받는다. 지원금액도 한 달에 250만 원 전후다. 이러한 이유로, 재정적으로 열악한 학교는 교사 1명으로만 운영을 이어가기도 하며, 혼자서 학교 행정, 학생상담, 프로그램 기획, 점심 식사 준비까지 모두 도맡아야 한다. 박 간사는 “해당 교사는 연월차도 쓰지 못하는 등 과로하고 있다”고 했다.
대안학교는 기본적으로 지자체의 특별교부금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정을 마련한다. 특별교부금은 특별한 사유 발생에 대비해 주어지는 자금이다. 전 대표는 “현재 특별교부금은 프로그램 위주로 소액만 지원되고 있다”고 했다. 재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없을뿐더러 지원되는 액수도 많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무작정 올리기도 어렵다. 공교육 학비보다 대안학교 등록금이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 간사는 “오히려 학생 측의 상황이 어려우면 학비를 안 받기도 한다”고 했다.
재정지원 상황이 지역별로 상이한 것도 문제다. 대안교육기관법을 보완하는 대안교육기관지원조례, 학교밖청소년지원조례의 존재 여부와 지원 정도가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급식 지원 단가는 천차만별이다. 2023년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의 대안학교는 1인당 6천 원, 경기도 과천시의 대안학교는 1인당 4천710원을 지원받고 있다. 전 대표는 “정부가 지자체별 지원 추이를 파악한 뒤 전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은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 박 간사는 “원하는 교육을 찾아 대안교육을 선택한 이들이 무상교육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건 낡은 관행이다”고 했다. 홍 교수도 “대안학교와 공교육을 완전히 동급으로 취급할 수는 없어도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의 대안을 도입해볼 법하다”고 했다. 공교육 사용되는 예산을 대안학교로 일부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공교육에는 1인당 연간 1천700만 원이 지원된다. 홍 교수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지자체 교육청 예산도 풍족한 편”이라며 “이를 대안교육 예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지자체 간 교육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재정교부금에 대안교육 지원금을 포함하는 방법도 있다. 전 대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안학교가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안학교의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황 교수는 “대안교육 역시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므로 시혜적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며 “부패를 막기 위해 자율성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본적인 확인 정도는 필요하다”고 했다.

 

등록되지 않은 것도 서러운데…

 

대안학교는 대안교육기관법 상 대안학교로 인정받은 등록 교육기관과 인정받지 못한 미등록 교육기관으로 분류된다. 지난 2022년부터 대안교육기관법이 시행되며 이전까지 대안학교가 겪었던 어려움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대안학교의 지위가 특별법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제정 당시 현장은 제도권 내에서 대안학교를 인정해줬다며 반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대안교육기관법 자체에 미진한 부분이 많은 탓에 대안학교를 둘러싼 어려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가령 광주시는 등록 학교로 전환된 대안학교가 많아져 아이들이 2.5배 늘었지만, 급식비 예산은 예년과 동일한 상태다. 박 간사는 “그렇기에 1인당 지원금이 3천 원에도 못 미친다”며 “대안교육기관법이 세심하게 제정되지 않은 탓에 교육권 보장이라는 제정 목적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누리집 대안교육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월 28일 기준,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은 215곳이다. 교육부는 아직 500~800여 개의 대안학교가 미등록 상태로 남아있다고 추산한다. 미등록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등록 대안학교에 있는 학생들보다 더 큰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학력 인증은 제도권의 테두리 안에 포함된 등록 대안학교와 미등록 대안학교 사이에 가장 큰 차이가 벌어지는 지점이다. 미등록 대안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정해진 교육과정을 수료해도 학력 인증을 받을 수 없다. 학력을 인증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검정고시에 응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명백한 차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전 대표는 “배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학력이라면 대안교육은 이를 충분히 충족한다”고 했다. 황 교수 역시 “똑같이 정해진 교육과정을 밟았음에도 학력을 인증받지 못하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등록 대안학교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대안교육기관법 제5조는 체육장을 비롯한 교지 등을 임차,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를 충족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경우도 있다. 조 교수는 “다양한 교육환경을 제도적으로 포용해주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도 “대안교육기관법의 목적은 더 많은 대안학교를 제도권 내에 포섭하기 위함”이라며 “까다로운 규제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현실에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미등록 대안학교는 미등록 상태로 남아있기를 선택한다. 한국교육정치학회에서 발행한 「비인가 대안학교가 경험하는 갈등과 난제」에 따르면 미등록 대안학교의 구성원들은 등록 대안학교로의 전환이, 이득은 별로 없음에도 제약이 많아진다고 생각해 꺼린다고 밝혔다. 등록에 따라 생기는 수업연한 및 수업일수, 학교생활기록에 관한 규정 탓이다. 교사 B씨는 “여건이 열악해 수용하기 어려운 규정이 많다”고 했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조영하 교수 역시 “대안교육에서 대안은 제도권 교육이 부응하지 못하는 교육 가치와 중요성을 포용하겠다는 가치적 선언”이라며 “인가로 전환될 때 그 가치는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기에 상당한 갈등의 지점이 된다”고 했다.

▶▶ 맑은샘학교의 뒤뜰, 대안학교 학생들을 위한 놀이공간이다.
▶▶ 맑은샘학교의 뒤뜰, 대안학교 학생들을 위한 놀이공간이다.

 

대안학교, 남은 숙제는

 

재정지원, 학력 인증에 대한 보완과 더불어 대안학교 지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대안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 불린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규정한, 학교를 진학하지 않는 경우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교육부가 아닌 여성가족부가 관리한다. 교육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여성가족부가 책임지고 있다. 황 교수는 “대안학교에 진학한 학생들과 공교육 내부의 학생들은 다르지 않다”며 “동등한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여성가족부의 학교밖청소년지원조례와 지자체의 대안교육지원조례가 대안학교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대안교육기관법의 제정으로 책임 소재가 교육부로 분산됐다. 박 간사는 “법 제정 이후로 광주에서는 지자체가 급작스럽게 대안학교 지원에 손을 떼고 교육청의 영역이라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법률에 명확한 책임 소재가 명시되지 않아 혼선이 생겼다”고 부연했다.
제도 정비와 더불어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대안학교를 향한 사회적 시선은 석연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귀족학교라 칭하며 비아냥거리곤 한다. 전 대표는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라고 했다. 공교육에서는 무상으로 지원될 경비가 대안학교에서는 지원되지 않아 학생들의 사부담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공교육보다 높은 이유다. B씨는 “지원받지 못해 등록금이 높은 상황이지만 주변 지인들이 돈 많이 드는 학교에 보낸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외국대학 진학 등을 목적으로 하는 대안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편견의 해소가 필요하다.
대안학교가 소수자들을 위한 학교라고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서 미래 교육의 화두로 보면 접근관점이 더 넓어질 수 있다. 박 간사는 “제도권 내의 혁신학교**에 대한 논의도 대안학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관련된 이야기가 이뤄진 것은 제도권 내에서도 공교육 체계의 문제에 다수 동감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대안학교는 제도권 밖에서 혁신학교의 취지와 시도를 이미 실현하고 있다. 대안학교를 단순히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보편 교육의 화두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맑은샘학교 전경. 대안학교는 기존 공교육 체계를 탈피해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 맑은샘학교 전경. 대안학교는 기존 공교육 체계를 탈피해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대안학교는 학교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을 일깨웠다. 제도권 안팎을 기준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헌법 제31조는 교육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 간사는 “무상의무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황 교수는 “대안학교를 선택한 아이들에게 지원과 지지를 다 한다면, 새로운 힘과 특출한 철학을 가진 이들을 길러낼 수 있다”고 했다.

 

 

글 김혜진 기자
socio_queen@yonsei.ac.kr
사진 반고은 기자
bahn0828@yonsei.ac.kr

 

* 바우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사람에게 현금 대신 지불하는 일종의 보증서다. 상품권의 개념과 유사하다.
** 혁신학교: 공교육의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탈피를 시도한 형태의 학교다. 제도권 내에서 일어난 변화이기에 의의가 있다. 주로 행복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화, 특성화된 형태의 교육을 시도했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과 맞지 않다는 반발과 혁신학교가 입지하게 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해 현재는 대다수 무산된 상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