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멀티태스킹’과 뇌손상

ARMS(Analytical Reporters of Medical Studies)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운동식단 관리 및 건강 관련 지식들을 전달하고자 설립된 우리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학술회다.

 

서론

 

타닥타닥..’ 학생들이 타자를 치는 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메운다. “? 나 빼고 모두 필기를 뭘 그렇게 열심히 하지?” 주위를 살핀다. 모두들 노트북 한 편에는 강의 자료, 다른 한 편에는 PC 카카오톡을 켜 놓은 채로 수업내용 필기와 카톡을 동시에 하고 있다. 우리 연세인 누구나 강의실 뒤편에 앉았을 때 한 번은 봤을 법한 강의실 풍경이며 이것이 우리가 가장 흔히 경험하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의 예시이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이란 다수의 미디어 정보의 흐름을 동시에 받아들이며 여러 가지 미디어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 포화상태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에게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이미 당연하게 자리잡혀 있는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주의 집중이 분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우리의 뇌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어떨까?

이번 칼럼에서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본론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기억력

수업 시간에 PC 카톡을 하면 머리가 멍해지고 수업내용과 카톡 내용 어느 하나 완전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당신이 집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

관련 연구에서는 미디어 멀티태스킹 척도(Media Multitasking Index, MMI)에 따라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Heavy Media Multitasker, HMM)과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적게 하는 사람(Light Media Multitasker, LMM)으로 분류한다. 연구에 따르면 HMMLMM에 비해 주의력 결핍의 정도가 심하고 주변의 간섭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여 정보를 일시적으로 (일반적으로 30초 이내로) 저장하고 처리하는 작업 기억 능력이 낮다.** 작업 기억은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낮아진 작업 기억 능력은 오랜 기간 정보를 저장하는 장기 기억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일련의 정보 처리 과정을 방해받고 단기 및 장기 기억력이 모두 손상되는 것이다.***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뇌 구조 이상

앞선 연구에서 HMM의 작업 기억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주의력 결핍 혹은 손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지금부터 HMM에게서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해답은 바로 우리 뇌의 전측대상피질에 있다.

우리 뇌의 전측대상피질은 주의 통제’, ‘감정 조절’, ‘운동 통제등의 영역에 관여한다. , 우리 뇌의 관리사무소인 셈으로 뇌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정보 처리 경로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HMM의 뇌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관찰된다. 전측대상피질의 회색질 밀도와 미디어 멀티태스킹과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에서는 HMM의 뇌에서는 회색질의 밀도가 LMM의 뇌에 비해 낮게 나타나 있음을 확인했다.**** 회색질은 뇌의 신경들이 모여있어 뇌의 주요 활동이 이루어지는 조직인데 이러한 회색질의 낮은 밀도는 관리사무소를 담당하는 관리인들의 수가 줄어든 것과 같다. 관리인이 줄어들면 사무소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처럼, HMM에게서는 전측대상피질이 담당하는 인지 능력에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놀라운 점은 위와 같은 뇌 구조 이상이 인터넷 중독자들의 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며, 많은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인터넷 중독자들도 미디어 매체에 대한 노출의 정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는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ADHD, 충동성, 감정 조절과의 상관관계와 같은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결론

 

앞서 다룬 내용을 종합하자면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서는 주의 통제’, ‘감정 조절등을 조절하는 뇌의 전측대상피질의 밀도 감소가 나타나며 이로 인해 결국 장기, 단기 기억 능력이 손상될 수 있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반드시 뇌 구조의 이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뇌 기능, 뇌 구조 사이에는 명백히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루한 수업 시간, 미디어 포화상태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수업자료 옆에 PC 카톡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은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강의 시간에는 잠시 PC 카톡을 꺼 두고 강의에만 집중해 보는 것이 어떨까? 단순히 수업에 집중하기 위할 뿐 아니라 건강한 뇌 기능을 위해서 말이다!

 

 

SEVERANCE ARMS

글 정채윤(간호·18)
박정현(약학·19)
이주연(의예·22)

 

* Uncapher MR, Wagner AD. Minds and brains of media multitaskers: Current findings and future directions. Proc Natl Acad Sci U S A. 2018 Oct 2;115(40):9889-9896. doi: 10.1073/pnas.1611612115. PMID: 30275312; PMCID: PMC6176627.

** 조수진. 기억처리과정의 이해. Audiology and Speech Research, 2012;8(1): 1-8 p.

*** Uncapher MR, K Thieu M, Wagner AD. Media multitasking and memory: Differences in working memory and long-term memory. Psychon Bull Rev. 2016 Apr;23(2):483-90. doi: 10.3758/s13423-015- 0907-3. PMID: 26223469; PMCID: PMC4733435.

**** Loh KK, Kanai R Higher media multi-tasking activity is associated with smaller Gray-Matter Density in the Anterior Cingulate Cortex. PLoS ONE 2014 9(9): e106698.

***** Zhou Y, Lin FC, Du YS, Qin LD, Zhao ZM, Xu JR, Lei H. Gray matter abnormalities in Internet addiction: a voxel-based morphometry study. Eur J Radiol. 2011 Jul;79(1):92-5. doi: 10.1016/j.ejrad.2009.10.025. Epub 2009 Nov 18. PMID: 19926237.

 

* 미디어 멀티태스킹이란 다수의 미디어 정보의 흐름을 동시에 받아들이며 여러 가지 미디어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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