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폐패널 관리 방안’ 시행 두 달, 현실을 들여다본다

‘생명의 원동력 태양에너지’, 
‘신재생에너지의 중추’ 

태양광 발전사업을 두고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우리가 햇빛에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밝고 환한 줄만 알았던 태양광 산업에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대대적으로 보급된 태양광 패널이 수명을 다한 뒤 골칫거리 폐패널이 돼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태양광 폐패널’을 재활용하고 처리 체계를 구축하고자 고민했다.

지난 1월 정부가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방안’을 내놨다. 이번에도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률 80% 달성”, “태양광 중심의 자원순환 체계 완성”,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 선도”와 같은 미사여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빛에 눈이 멀어 그림자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두 달, 현장을 들여다봤다.

 

‘시한부 친환경’ 태양광 발전
우리 정부 ‘집도의’ 자처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부터 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태양광을 중심으로 하는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기류’에 동참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자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태양광 에너지 발전량을 살펴보면, 2016년 512만 2천441MWh에서 2020년 1천929만 7천854MWh로 4년 동안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신규 보급량 역시 2016년 90만 9천218kW에서 2020년 465만 8천157kW로 증가했다.

이처럼 태양광 사업의 규모가 커지는 데에는 태양에너지가 고갈될 우려가 적고 별도의 발전소 설비가 필요 없으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친환경적’ 특징이 작용했다. 이에 더해 태양광 발전을 위해 설치한 패널을 유지 및 관리하는 데 부담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거대공공사업센터 여준석 박사는 “태양광 패널은 설치도 간단하고, 유지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재생에너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태양광 사업의 핵심인 ‘패널’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급된 태양광 패널은 통상 20~25년의 수명을 가진다. 태양광 사업이 본격화된 시기를 고려해볼 때, 전문가들은 오는 2027년을 기점으로 사용기한이 만료된 폐패널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 2018년 20t에 불과하던 폐패널 발생량이 2040년에는 5만 9천t, 2050년에는 11만 5천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패널은 수명이 다해도 ‘폐기 후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패널을 구성하고 있는 은, 구리, 실리콘이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분류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폐패널을 단순 매립하거나 방치할 경우 환경오염의 위험이 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김형래 환경사무관은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태양광 폐패널 대량 발생’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며 지난 1월 ‘태양광 폐패널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해당 방안은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기술 확보’와 ‘처리 및 관련 시설 확충’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전기 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아래 EPR)’ 대상에 태양광 패널을 포함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EPR은 폐패널 생산자들이 본인들의 매출량 대비 일정 이상의 폐패널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한국환경공단 이슬아 과장은 “EPR은 패널 생산자들이 직접 폐패널을 회수하고, 재활용 시장 내에서 처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기술은 ‘완벽’한데
원활한 제도 시행 앞엔 ‘장벽’ 있어

 

김 사무관은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을 위한 기술은 이미 수준급”이라며 “현재 네 개의 재활용 업체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곳도 많다”고 말했다. 시장이 충분히 활성화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술력의 확보와는 별개로 원활한 제도 시행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었다. 이 과장은 “오는 2030년 폐패널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용역 자료를 바탕으로 EPR을 수립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PR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태양광 폐패널 물량을 추산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의 실제 내구연한 파악이 어렵고 ▲한 번 보급된 패널의 사용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우며 ▲태양광 패널의 전 주기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폐패널 물량 추산이 쉽지 않다.

이 과장은 “태양광 패널은 다른 가전제품처럼 매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잘 파손되지 않아 추정 내구연한보다 오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어 교체 주기에 관한 자료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는 ‘태양광 패널 보급 시기’와 ‘제품별로 추정한 내구연한’을 기반으로 설계됐는데 내구연한 추정치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보니 제도 운용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말이다.
태양광 패널은 보급 이후 사용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구연한이 도래해 패널의 출력이 낮아져도 폐기 수순을 밟기보다 저효율을 요구하는 시설로 옮겨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폐패널을 이동시키는 과정을 정부가 모두 파악하기란 어렵다”며 “산업부에서 진행하는 정기 검사가 태양광 사용 경로를 추적하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태양광 패널의 ‘생애 전 주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태양광 관련 정책은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가 함께 시행한다. 태양광 패널 보급에 관한 사안은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진행하고 환경부는 에너지공단에서 수집한 폐기 신고량 자료를 바탕으로 재활용 목표를 설정한다. 환경부는 산업부가 수집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니 정확한 재활용 의무량 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과장은 “보급 주체인 산업부에 말소 신고된 자료와 연계해 재활용 목표를 산정하고 있지만 국무조정실에서 두 부서 간 통합과제 형태로 운영하는 현재로는 보급부터 재활용 폐기 처리까지 일련의 과정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보급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친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상엽 교수(사과대·행정학)는 “서로 다른 정부 부처가 협업하는 경우, 기능에 따라 분류된 각 부서가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부처 사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부처 간 단절돼있는 기능을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관리하며 이견을 좁혀줄 별도의 ‘플랫폼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

 

동일 사업에 관여하는 주체가 많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부처 간 조합 선정을 두고 발생하는 의견 마찰 ▲법령 주체가 상이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기업과 함께 사업을 실시하는 경우, 정부는 여러 기업이 모여 결성한 여러 조합 중 하나의 조합에 인가를 내주고 사업권을 부여한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은 환경부가 조합 선정을 맡았는데, 환경부 단독 사업이 아니다 보니 조합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여 박사는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에서 ‘태양광 사업을 전담하는 산업부‘와 ’재활용 사업을 전담하는 환경부‘가 각자의 전문성을 내세우다 보니 부처 간 이견이 있어 조합 선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EPR이 시행 중인 지금도 여전히 공제조합 선정과 관련해 국민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사업에 관한 조례나 합의 규정 마련을 지자체에 맡겨둔 점도 문제가 된다. 이 과장은 “재활용 사업에 관한 세부 지침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지자체는 전담 부서를 두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재활용 사업을 집행할 행정력이 부족하고 관련 설비를 갖추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군구 단위로 조합과 업무 협약을 맺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에 따르면 태양광 사업은 ’패널 효율에 따라 수요가 급격히 변하고 보조금 규모를 비롯한 각종 정부 방침에 크게 좌우되는 사업‘이다. 이런 사업일수록 시행 이후 혼선을 막기 위해 체계적이고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 

 

태양광 폐패널 물량에 대한 대응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서, 정부는 부처 간 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플랫폼 조직’을 구상하고,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 최은지 기자
socio_king@yonsei.ac.kr

 

*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 정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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