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학대 반복되지만…이들을 위한 쉼터는 없다

「아동복지법」 제15조는 학대 피해 아동의 즉각 분리가 필요한 경우를 규정한다. 동일한 학대 사례가 2회 이상 신고됐거나 재학대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장애아동은 즉각 분리돼도 보호받을 곳이 없다. 운영 중인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가 단 한 곳도 없을뿐더러,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반 아동쉼터와 장애인 쉼터는 개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대 피해 장애아동은 학대가 일어났던 집으로, 시설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허울뿐인 제도 앞에서 이들은 방치되고 있다.

 

장애아동에게 쉼터 입소는
바늘구멍 뚫기에 가깝다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권익옹호팀 명노연 팀장은 “특히 학대 피해 장애아동을 보호할 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애아동 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상담원이 조사를 맡는다. 즉각 분리가 결정되면 학대 피해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 중심의 일반쉼터나 성인·청소년·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 쉼터를 찾게 된다. 그러나 쉼터에 이들을 위한 자리는 거의 없다. 비장애아동 위주의 일반 쉼터 몇 곳에 전화를 걸자 “장애가 있는 아동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함께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애인 쉼터 역시 상황이 열악하긴 매한가지다. 경상국립대 사회복지학과 배화옥 교수는 “장애인 쉼터는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수용되기에 회복에 집중하기 어려울뿐더러 수요에 비해 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게 장애아동은 쉼터 몇 곳을 옮겨 다니거나 거절당해야 했다. 지난 2021년, 장애아동 학대 사례는 166건이지만 쉼터에 입소한 건수는 14건으로 학대 발생 건수 대비 10%를 겨우 웃돌았다.

학대 피해 장애아동에게 쉼터는 절실하다. 아동의 주 거주지인 가정 내 학대 발생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아동 학대 행위자 중 부·모가 43.4%(72건)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배 교수는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유아는 학대에 더욱 취약하다”고 했다. 

지난 2022년부터 서울특별시, 경기도, 부산광역시에서 장애아동 전문쉼터 설치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운영 중인 곳은 없다. 민간 위탁 과정을 거치며 설치, 운영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해당 사업을 위탁받은 부스러기사랑나눔회 관계자 A씨는 “이제 막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나머지 지역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쉼터 설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김유리 교수는 “서울, 경기, 부산을 제외한 지역의 학대 피해 장애아동은 실태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며 “이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쉼터, 회복의 끝이 아닌 시작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쉼터 내 인프라에  개선이 필요하기도 하다. 쉼터 내 ▲인력 ▲관리 체계 ▲퇴소 이후를 위한 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배 교수는 “현존하는  체계를 답습할 경우, 쉼터가 제 몫을 다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쉼터는 원장, 보육사, 심리치료사로 구성돼 있다. 배 교수는 “이들 중 보육사의 근무환경이 가장 열악하다”고 했다.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당직근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뿐더러 취침, 휴식 시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육사가 아동 식사까지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학대 피해 아동쉼터 관계자 B씨는 “업무강도가 높아 몇 개월만 일하다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학대 피해 장애아동의 더딘 회복으로 이어진다. 배 교수는 “보육사가 보호아동의 회복과 치료 등 본연의 업무에 종사하기 어렵고 기본적 돌봄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고 했다. 

쉼터에 전문 인력이 부재한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고광현 팀장은 “장애아동 돌봄은 이들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한 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장애아동의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껏 비장애아동 중심의 쉼터에 장애아동 전문가는 없었다. 이는 비장애아동, 장애아동, 돌봄 인력 모두에게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배 교수는 “비장애아동은 장애아동을 이해하지 못해 같이 생활하는 것을 피한다”며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의 회피로 2차 가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비장애아동, 장애아동 모두의 회복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쉼터 인력 확충과 특수 교사 배치가 중요한 이유다. 

쉼터 이후의 삶에도 주목해야 한다. 쉼터에 학대 피해 장애아동이 영구적으로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준혁 교수는 “쉼터는 회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쉼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입소 시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는 시설에 입소하면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팀의 관리가 즉시 종결된다. 김 교수는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심리회복 프로그램, 상담 등이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재학대를 막을 방법 역시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피해장애인 쉼터 입소자 퇴소 후 사회복귀 유형’에 따르면 퇴소 후 자립한 비율은 17.6%에 그쳤다. 나머지는 시설 혹은 원가정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김 교수는 “그렇기에 학대 피해 장애아동이 쉼터에 있는 동안 이들이 돌아갈 가정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대 피해의 주 발생지인 가정에 장애아동을 이해할 수 있는 트레이닝,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쉼터 너머, 학대 근절을 위해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장애아동에게 전용 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비장애아동 중심의 쉼터와 장애인 쉼터는 학대 피해 장애아동을 온전히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일반 아동 쉼터에서 장애아동의 회복이 힘들다”며 “장애인 쉼터는 장애의 특성을 공유하기에 상황이 나을 수는 있으나 아동과 성인의 회복 과정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자체 재원 부족으로 전국적인 쉼터 확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쉼터는 정부가 40%, 지자체가 60%를 부담해 설립되고 있다. 배 교수는 “지자체가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껴 설립을 꺼린다”며 “정부 지원이 확대될 때 쉼터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장애아동 전문쉼터 예산은 줄어들었다. 2023년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 정부 예산안은 20억 3천700만원으로 지난 2022년 20억 1천800만원에 비해 1천900만원 삭감됐다.

쉼터 확대를 위해서는 통계 정비도 필요하다. 장애아동 학대에 대한 통계는 장애인 학대 통계와 아동학대에 대한 통계로 분산돼 있다. 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 교수는 “통계를 바탕으로 상황이 정확히 파악돼야 적절한 대응 방안 모색이 가능하다”고 했다.

쉼터 확충과 더불어 장애아동들 간 분류 역시 필요하다. 장애 유형별로 학대 대응 양상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장애 정도에 따라 대처가 달라져야 한다”며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학대를 체감하는 바도 다르다”고 했다. 가령 정신장애를 가진 아동은 신체장애를 지닌 아동에 비해 학대 사실의 인지와 도움 요청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 김 교수는 “인지장애가 있는 아동은 학대 사실 인지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발견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학대 피해 장애아동이 학대의 사각지대에서 발견될 수 있도록 신고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는 “개개인의 도덕심에 기대기는 어렵다”며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방안을 도입해 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장애아동 학대 문제는 돌봄의 사회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장애아동 양육의 부담을 가족에게만 전가하지 말고 사회의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양육 초기, 부모가 자녀의 장애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장애아동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부모가 이를 훈육 대상으로 인지해 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장애아동 학대 원인 중 양육스트레스가 가장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배 교수는 “비장애아동 돌봄에 비해 장애아동 돌봄으로 얻는 경제적, 직업적 손실이 크다”며 “그렇기에 장애아동 양육스트레스를 학대로 풀어내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사회가 장애아동 가정의 돌봄 부담을 함께 나눠야 하는 이유다. 최 교수 역시 “부모가 장애아동 양육에 소진되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아동을 위한 전용 쉼터 논의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들을 짓밟는 학대는 계속된다. 쉼터가 장애아동 학대를 예방할 순 없어도 학대의 굴레를 끊을 수는 있다. 학대 피해 장애아동에게 쉼터는 일시적 ‘휴식’을 넘어 이들의 삶에 내리쬐는 ‘햇살’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쉼터에서의 치유 경험은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했다. 쉼터가 제 몫을 다하도록 제도의 정비와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글 김혜진 기자
socio_quee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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