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카피라이터를 만나다

얼마 전 방영된 JTBC 드라마 『대행사』를 본 적이 있는가. 드라마는 광고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중 특히 카피라이터는 한 줄의 카피를 탄생시키기 위해 며칠 밤을 샌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의 이야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쓰는 한 카피라이터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온라인 쇼핑몰 29cm의 전 헤드 카피라이터, 이유미씨를 소개한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온라인 쇼핑몰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이유미다. 현재는 퇴사 후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카피 쓰는 법」, 「문장 수집 생활」, 「편애하는 문장들」 등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탓에 안양에서 ‘밑줄서점’이라는 작은 책방도 운영하고 있다.

 

카피라이터는 어떤 직업인가.

말 그대로 카피를 쓰는 사람이다. 카피는 짧은 한 줄로 표현하는 광고다. 카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세일즈 카피는 한 줄의 글로 구매욕을 자극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물건을 사게 한다. 기업 슬로건 카피는 짧은 한 줄을 이용해 회사의 장점을 어필한다. 짧은 문장으로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카피라이터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카피라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디자인 직종에 종사하던 중 29cm에 에디터로 입사하게 됐다. 입사 후 글을 쓰는 일이 많아졌고, 독학으로 카피라이팅을 시작했다. 카피를 여러 개 쓰다 보니 이 일에 책임감이 생겼다. 그것이 내가 카피라이터의 길을 걷게 된 첫 시작점이다.

 

창작의 고통을 느낀 적은 없는가.

카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보고 들은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편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카피를 쓰는 과정이 마냥 쉽지는 않다. 창작의 고통보다는 편집의 고뇌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과정은 힘들지만, 카피가 완성된 후 느끼는 희열감이 있다. 그 희열감으로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신만의 카피 철학은 무엇인가.

단순히 상품의 장점을 넘어 이야기에 집중하자는 것이 나의 카피 철학이다. 사람들은 단편적인 정보보다는 이야기 형식의 글을 잘 기억한다. 비록 짧은 한 줄의 글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기억해주는 카피를 쓰고 싶다. 또한 ‘최고’, ‘베스트’, ‘필수’ 등의 단어를 사용하거나, 카피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 없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불안감을 조장해 구매욕을 자극하지 않는다. 경험에 빗대어 담백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담백하고 편안한 카피가 나의 정체성이자 매력이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

일상 자체가 영감이다. 특히 책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한 개인이 세상의 모든 일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책, 특히 소설을 통해 내가 경험치 못했던 직군, 연령, 성별을 간접 체험할 수는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책만큼 좋은 것은 없다. 대사가 좋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나서는 대본집을 꼭 구매해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치기도 한다.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관찰하려는 집요함과 감응력이다. 영감이 될 만한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더라도 본인이 무관심하다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책을 읽을 때 인상적인 문장을 메모하고,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좋은 문장은 수집하는 등 집요한 관찰이 필요하다. 상황과 사람에 공감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카피는 결국 물건을 팔기 위한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을 잘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멀리까지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것 또한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단기적인 계획을 말해보자면, 절판한 책 「문장 수집 생활」의 개정판을 봄 중에 출판할 예정이다. 현재는 이 일에 집중하며 책방 운영도 잠시 멈추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다.

 

카피는 단순히 구매를 유도하는 문장이 아니다. 카피라이터들은 한 줄의 좋은 카피를 위해 오늘도 수많은 문장을 수집한다. 한 줄 뒤에 숨겨진 셀 수 없는 줄의 이야기. 가벼운 문장 뒤에 숨겨진 여러 사람들의 삶과 문장. 상품을 빛내기 위해 기꺼이 그림자가 된 카피라이터들의 더욱 빛나는 이야기를 기대한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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