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근처에 위치한 찻집을 방문하다

학업과 취업 준비로 바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커피 수혈’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茶)’ 한 잔의 여유는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에게는 케모마일 차 한 잔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더 익숙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때로는 한 줌의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바쁘디 바쁜 일상 속 한 줌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 연세대 근처 찻집들을 찾아가 봤다.

 

 

몸에 좋은 차!
인기 없는 차?

 

차는 칼로리와 나트륨이 없는 음료이다. 잦은 카페 방문으로 인해 칼로리를 걱정하는 이들과 자극적인 음식들로 인해 붓기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음료다. 또한, 대부분의 차에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성분이 존재한다. 저밀도의 콜레스테롤은 혈관 질병을 유발하기에 의사들 역시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에 차 한잔을 추천한다.

카페인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이들에게도 차는 좋은 대안이다. 차에 함유된 카페인 역시 우리의 신경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차를 마셔보면 느껴지는 씁쓸한 끝 맛도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씁쓸한 맛은 타닌 성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이 성분은 살균의 효과가 있으며, 소화 기능도 촉진한다.

여러 효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많은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보다 커피를 선호하는 김지은(21)씨는 “자극적인 디저트에 길들여진 내게 차는 너무 심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지원(22)씨는 “보통 카페를 가면 단순히 물에 티백을 우려 주지만, 그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차를 찾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차’보다 ‘커피’와 ‘음료’가 익숙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차를 향한 우리의 편견을 깨줄 가게가 있다면 어떠한가. 오늘은 연세대학교 근처, 특별한 찻집을 두 곳 소개하고자 한다. 

 

 

클로리스
#유럽_빈티지 #다양성 #밀크티

 

연세로에 위치한 클로리스는 프랑스의 여느 가정집을 연상시킨다. 문을 밀고 들어가면 유럽 빈티지 느낌의 인테리어가 시선을 빼앗는다. 특히 벽면에 빼곡히 장식한 수많은 찻잔은 클로리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곳의 점주, 조소영씨는 “찻잔들은 우리 가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프렌차이즈 카페처럼 종이컵에 차를 담게 되면 그 맛이 온전히 유지되지 않는다”며 “최상의 차 맛을 고수하기 위해 전통적인 찻잔을 고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찻잔은 시각적인 효과를 넘어 맛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조씨의 깊은 철학에 기대하며 메뉴를 골랐다. 기자는 직원이 추천해준 ‘클로리스 가든’과 사장님이 추천해준 ‘애플시나몬티’, 티푸드로는 ‘클로티드 스콘’을 주문했다. 클로리스 가든은 차의 정석 같았다. 향긋한 민트향과 약간 씁쓸한 끝 맛이 이 차의 매력이다. 다음으로 애플시나몬티는 마치 뱅쇼*를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 맛은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달달한 향과 깔끔한 마무리가 이 차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클로리스를 방문한다면 위 두 메뉴 이전에 꼭 ‘얼그레이 밀크티’를 주문해보길 권한다. 조씨가 가장 애정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우리 가게에서 한 메뉴만 추천할 수 있다면 무조건 이 메뉴를 추천한다”며 “홍차도 자신 있지만, 밀크티에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곳은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티타임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차를 경험하고는 싶지만, 차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곳은 전통적인 차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찻집보다 달콤한 메뉴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차는 블렌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커피보다 훨씬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매번 똑같은 카페 메뉴에 지친 분들이 우리 가게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씨의 바람대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차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길 소원한다. 

 

 

차차티클럽
#여유 #다식 #백차

 

연세대 남문을 나와 연남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골목길에 위치한 4층 건물이 보인다. 바로 ‘차차티클럽’이다. 가게에 들어가면 탁 트인 루프탑이 우리를 반긴다. 이외에도 바 형식의 테이블, 은은한 조명 등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들이 가게를 메운다. 가게의 사장인 이현재씨는 “차는 인사동 어머님들이 드실 것 같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청년들에게 차의 매력을 알려주고자 가게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손님이 직접 차를 우려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기와 찻잎이 제공되면 그 이후의 과정은 온전히 손님들의 몫이다. 이씨는 “손님이 직접 차를 우리는 과정을 통해 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차의 매력을 전하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씨의 찻집 운영 철학을 들으며 기자는 메뉴를 정독했다. 이곳에는 크게 네 종류의 차가 있다. 백차, 우롱차, 홍차, 보이숙차다. 이씨는 이중 백차를 추천했다. 그는 “백차가 가볍고 산뜻해서 차 입문자에게 많이 추천한다”며 “백차에서 보이숙차로 갈수록 그 맛이 더 진해진다”고 전했다. 기자는 고민 끝에 ‘백아’라는 백차와 ‘운남전홍’이라는 홍차를 주문했다. 백아는 옅은 노란색을 띠며 맑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은은한 향과 맛이 매력적이다. 반면 운남전홍은 짙은 다홍색으로 화려한 느낌이다. 달콤하고 새콤한 향과 진한 맛이 매력적이다.

이곳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사색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차가 주는 여유를 온전히 누리고자 한다면 혼자 방문하길 바란다. 내가 고른 차를 직접 우리는 과정을 통해 차와 본인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찻집의 이야기는 어땠는가. 단순히 ‘차’를 넘어 ‘차 문화’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두 가게는 우리를 차의 세계로 초대하기에 충분하다. 취재를 마치고, 차차티클럽을 나가는 길에 이씨는 “청년들이 차 문화에 더욱 익숙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The Y』를 보고 오는 분들에게는 서비스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개강 후 바쁜 삶에 치여 살고 있는 그대, 오늘 하루만큼은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 너무 많은 양의 차를 주기적으로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대부분의 차에는 카페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차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경우 중독성이 특히 강하다. 카페인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심장박동, 두통, 소화불량 등을 겪을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400mg 이하다. 즉, 하루에 3잔 이내의 차를 마시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사진 이지선 기자
ljs22@yonsei.ac.kr

 

* 뱅쇼: vin chaud, 프랑스어로 ‘따뜻한 와인’이란 뜻으로, 와인과 함께 다양한 과일과 향신 료를 넣고 끓인 따듯한 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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