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판은 내가, 블랙미러 시즌3 『추락』

소셜미디어는 어느새 현대인의 필수 어플리케이션이 됐다. 소셜미디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줄곧 제기돼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 시즌3 『추락』에서는 평판을 뜻하는 평점이 중요한 가치가 돼버린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블랙미러 시즌3 『추락』와 함께 소셜미디어의 위험성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해보자.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

 

『추락』에서는 인물의 평점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마치 현실 세계의 별점처럼 말이다. 소셜미디어의 높은 평점을 가진 사람이 모든 선택권에서 우위를 지닌다. 반대로 낮은 평점을 지닌 사람은 원하는 서비스를 누리거나 혜택을 받기 어렵다. 평점은 곧 인물을 대변하는 점수인 것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자신의 평점을 지키기 위해 속마음을 내비치거나 쉽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 사람은 평점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박탈당하고 감옥으로 잡혀가기 때문이다. 주인공 레이시는 5점 만점의 평점 중 4.2점을 보유한 인물이다. 그는 더 높은 평점을 받기 위해 전문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주변에 선행을 베푼다. 높은 평점을 보유하고 있는 친구 나오미의 결혼식에 참석해 평점을 높일 기회를 노리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낮은 평점으로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거나, 좋은 차를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평점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레이시의 행동은 ‘나’를 최대한 아름답게 포장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는 평점에 중독된 삶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조한다. 레이시는 매일 아침 자신과 사람들의 평점을 확인하며 새로 만난 사람의 평점부터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종 억눌러뒀던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평점이 높은 어릴 적 친구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모습을 보인다. 방대한 정보와 과도한 인간관계 형성으로 분석 능력 마비, 불안감, 자기 회의감 등을 느끼며 SNS 피로감을 호소한다. 레이시의 모습은 드라마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레이시처럼 SNS에 과도하게 몰두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바뀌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평점에 집중하는 당신의
인생은 행복한가

 

“그래서 목표가 몇점인데. 4.3점? 4.4점?
누나. 거기는 웃는 얼굴만 걸친 감옥이야.
누나는 변했어. 평점이니 뭐니 하면서
행복한 척하는 인간들과
누나를 비교하는 것 좀 멈춰.”

 

남동생 라이언은 어린 시절 그를 괴롭혔던 나오미의 결혼식에 가서 축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화를 낸다. 높은 평점을 얻기 위해 어렸을 때 그를 괴롭혔던 나오미의 결혼식에 가려는 모습이 한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평점의 높낮이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레이시는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평점에 대한 집착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자존심까지 버리면서 높은 평점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비소를 선사한다.

 

“정말 나 같네요, 예전의 나요
옛날에 저는 4.6점이었어요
...
그런 놈들과 관계를 끊으니
꽉 죄던 신발을 벗은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해보지 그래요?”

 

레이시는 우연히 만난 친구 수잔으로부터 평점 사회의 모순에 대해 듣는다. 낮은 평점 때문에 결혼식에 타고 갈 차를 빌리지 못한 레이시는 결국 히치하이킹에 성공해 수잔의 도움을 받는다. 본래 높은 평점을 가지고 있던 수잔은 자신의 선택으로 평점이 1.4까지 떨어지게 됐다. 수잔은 암에 걸린 남편이 평점이 낮다는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은 것에 대해 불공평함을 느꼈다. 그런 상황에서도 평점 하락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레이시는 평점이 낮은 사람을 직접 마주해보니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도 언젠가는 평점에 연연하지 않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레이시는 결혼식에서 준비한 축사를 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결혼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평점을 위해 참석했다는 것을 체감한다. 사람들은 그저 가식적인 축하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평점을 높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느라 분주했기 때문이다. 평점에 매몰된 사회에 실망한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열등감, 나오미가 자신을 괴롭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모든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속마음과 직접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레이시처럼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도록 한다.

드라마는 꾸밈없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 앞에서 한 레이시가 감옥으로 잡혀가는 모습으로 끝난다. 그는 감옥에 들어가서야 가장 현실적이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평점에 전전긍긍하던 그가 마침내 평점 사회에서 탈출해 자유를 찾은 것이다. 화난 감정을 표출하고 홀가분한 웃음을 짓는 그의 표정은 '좋아요' 수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영화는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도록 변화하는 레이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자신을 스스로 판단하게 된 레이시처럼 우리도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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