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학자, 빈센트 발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보다

직접 그림자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어 보는 관람객들빛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있다. 때로는 거대해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그것은 바로 그림자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기에 무심코 지나간다. 반면 그림자학자 빈센트 발은 그림자를 통해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한다. 그와 함께 그림자의 세상을 들여다보자.

 

전시회에 입장하면 작가 빈센트 발이 그림자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그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벨기에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는 자신을 쉐도올로지스트, 즉 그림자학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우연히 만들어낸 그림자 작품을 SNS에 게시해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그림자를 관찰하는 것이 구름을 관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구름은 가만히 관찰하면 스스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변모한다. 그와 유사하게 그림자의 형태는 물체를 비추는 빛의 양, 각도,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작가는 그림자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작가와 작가의 대표작에 관한 소개가 주를 이루는 섹션1(Lightat the museum)을 지나면 섹션2(Glass lights)가 나온다. 해당 섹션에서는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바다를 그림자로 표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유리잔으로 만든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빛이 유리잔을 통과하며 생기는 미묘한 그림자를 활용한 작품들은 다른 세계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회를 관람한 박민기(20)씨는 “애니메이션으로 작가의 작품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어 남은 작품들을 관람하는 데 이해가 됐다”고 전했다.

 

섹션3(Shadow society), 섹션4Shadow zoo)에서는 각각 사회문제를 풍자한 작품, 동물을 활용한 작품이 등장한다. 작가의 작품은 언어유희를 활용한 작품명이 큰 특징이다. 작품 자체는 아기자기하지만, 아이디어 표현법과 작품명이 기발해 잠깐 지나쳤다가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세 가지 섹션을 통해 작가의 작품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특정 물체의 위치 및 역할에 대해 사회에서 부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배치하기도 한다.

그림자는 분석 심리학에서 사람의 모습 중 가장 어두운 면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림자가 하나씩은 존재한다. 작가의 그림자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전시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섹션5(Shadowscape)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작품의 주인공들을 통해 작가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그림자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작가와 동일하게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열망일 수도 있고, 그 외의 다른 욕구일 수도 있다. 그림자를 숨길 필요는 없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를 표현한 것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림자를 표현할 수 있다.

이 전시회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관람객들은 일상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비틀어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한다. 전시회를 관람한 최효림(23)씨는 “작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무척 놀랐다”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친구에게 이 전시를 추천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회의 마지막 부분에는 부스가 준비돼 있다. 관람객들은 부스에서 작가의 방식대로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빛과 종이, 그리고 색연필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해볼 수 있다.

전시회를 보며 아쉬웠던 점도 존재한다. 섹션3(Shadow society)의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관람 중 빛 때문에 방해받기도 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김형진(20)씨는 “통유리로 돼 있는 부분을 관람할 때 작품 사진을 촬영하거나 오랜 시간 작품을 관찰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커튼이 추가적으로 설치되면 관람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빈센트 발은 많은 사람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 두지 않는 그림자에 집중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는 그림자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세상을 작품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림자를 통해 내면의 세계를 살펴보고 싶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방법이 궁금하다면 빈센트 발의 전시회를 찾아가 보자.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사진 이지선 기자
ljs2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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