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부 김민서 기자(QRM·20)
사진영상부 김민서 기자(QRM·20)

되돌아보면 나는 항상 시선의 끝에 두는 것을 달리했다. 초등학교 시절 비밀 일기에 빠졌고, 중학교 3년은 친구들이 전부였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나의 시선의 끝에는 드라마가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자지도, 먹지도 않고 16부작 드라마를 결론까지 다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16시간의 행복을 매주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평론가처럼 드라마의 내용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머릿속으로 나만의 제작사를 차려서 시놉시스를 짰다.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영상이 너무 좋았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몇 달에 걸쳐 드라마 한 편을 완성시키고 제목까지 지었는데 얼마 뒤 정말 똑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된 것이다. 고작 제목이 겹친 사건이었지만 꽤 인기 있던 드라마라 나는 내가 정말 천재 극작가인 줄 알았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선을 둘 곳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많아 오히려 쉽게 도전하기가 겁났다. 잘못된 선택을 할까, 시선을 둔 자리의 끝에 후회가 남을까 시작조차도 어려웠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정체성을 찾고, 내가 오래 그리고 멀리 시선을 둘 곳을 찾고 싶었다.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알기 위해 정말 부단히 돌아다니고, 경험하고, 느꼈다.

내가 세상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신문이었다. 바야흐로 가짜뉴스와 표절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생산되고, 또 재생산되는 세상에서 정직한 글을 보고 싶었다. 세상을 알면 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에서 시작한 습관이었지만 이제는 매일 아침 종이신문을 읽는다. 어느 기사에나 기자의 시선은 있다. 팩트 전달의 기사라도 어휘 사용과 뉘앙스에서 기조가 느껴진다. 신문을 읽다 보니 시선을 둘 곳을 찾기도 쉬워졌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기사가 있었고 기사를 선별하는 나의 눈에서 내 가치관이 보였다.

그렇게 돌고 돌아 찾은 나의 시선의 끝은 여전히 미디어였다. 10대에도, 20대에도 나의 종착역은 같았다. 연세춘추 입사는 시선이 향할 곳을 찾은 자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이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물살에 휘말리지 않을 특색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우리신문사에서의 배움을 발판 삼아 유튜브,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콘텐츠를 생산하며 나다움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재생산이 아닌 창조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꿈을 좇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 커다란 용기와 자신감을 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시하고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찾아내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내가 시선에 두는 무게가 다를지라도, 시선의 방향만은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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