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한 푼 없다, 새로운 화폐 발행만이 정답일까

김지훤(글창융국문·21)
김지훤(글창융국문·21)

 

땡전 한 푼 없다’, 이 속담은 돈이 조금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겐 1만원권과 5만원권이 있다. 5만원권은 고액의 화폐로 인정하지만, 1만원권은 갑작스럽게 상승된 물가로 어딘가 부족한 땡전 취급을 당한다. 예를 들면, 반가운 조카를 만날 때의 용돈이나 세뱃돈 혹은 축의금 부조 등에서. 최근 가수 이적이 3만원권 화폐에 대한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가수 이적이 조카에게 줄 세뱃돈으로 1만원권은 좀스러워 보일까 걱정되고, 5만원권은 부담된다고 언급한 것이 3만원권 화폐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의 시초였다. 1만원권에서 5만원권으로, 그 화폐 단위의 폭이 큰 것이 3만원권 화폐의 필요성 근거로 언급됐다. 이러한 논란에 지난 122SNS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3만원권 발행을 적극 찬성한다“1·3·5로 커지는 한국 축의금 부조 단위에 맞춰 3만원권이 발행될 수 있도록 연휴 이후에 이에 관련된 국회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며 3만원권 화폐에 관한 필요성 여부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1·2·5 화폐 체제를 사용해 금융·경제 활동에서의 편리함을 보장한다. 우리나라는 이 체제를 사용하고 있진 않지만, 경제 규모 확대 및 물가 상승 등 변화하는 금융·경제 활동에 발맞춰 지난 2009623일에 5만원권을 발행하면서 그 편리함을 보장했다. 3만원권 화폐 없이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자리매김하며, 크게 성장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더욱 3만원권 화폐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서 최근 1년간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원으로 64만원이었던 2018년에 비해 13만원이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58.3%인 신용·체크카드의 절반 이상의 수준으로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이렇듯 아예 현금 없는 버스 등이 운영되는 등 현금 사용이 제한되는 공간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시간적·비용적으로 발행·유통 부담이 큰 동시에 위조 화폐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는 3만원권 화폐 발행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화폐 발행에는 최대 1년이라는 도안 결정 시간과 화폐 속 인물 선정의 고민이 함께 잇따른다. 특히, ·변조 방지 장치, 시각장애인용 감촉 장치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화폐를 발행하는 데에는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그렇게 제작됐던 5만원권은 고액의 화폐이지만, 2023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중 위조지폐 발견 현황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0년에 262021년에 222022년에 23장으로 비교적 적은 위조지폐의 수였다. 이는 총 22개의 방지 장치의 적용으로 일어난 효과다. 천 원권부터 5만원권까지의 권종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위조지폐의 수는 총 598장이었다. 이러한 수치는 멕시코(38.1), 영국(24), 유로존(12.8), 호주(9), 캐나다(5.9) 등 주요국과 비교해봤을 때, 100만 장당 위조지폐 발견 장수는 0.02장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화폐의 경우에는 액면 종류가 적어 사용자가 은행권 액면을 쉽게 식별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비록 현금거래에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은행권 수량을 요구한다는 단점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이후 현저히 감소하는 현금 사용을 고려해 신권 발행을 점차 줄이는 방안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신권 발행을 감소하기 시작하면서부터 1인당 교환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보통 한 나라의 화폐 액면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및 물가 상승과도 맞닿아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이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3만원권 발행이 물가안정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찬성 측의 입장은 다소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어린아이들의 세뱃돈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5만원권으로 이미 자리매김한 축의금 부조 단위를 3만원이 발행된다고 해서 갑자기 그만큼으로 낮출 수 있는 문제겠는가?

지난 2000년에 일본도 서구에서 통용되는 화폐 체제를 따라 2천엔권을 발행했지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자판기에서 이 화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신권화폐 발행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1·2·5 화폐 체제가 모든 국가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에 굳이 불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기보다는 1천 원부터 1만원권 화폐에 대한 인식을 재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동전도 티끌을 모은다면 태산이 될 수 있는데, 그저 금속 정도로 생각하는 등의 그 사고를 개선해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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