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권 발행,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할 안건

천우진(JCL·21)
천우진(JCL·21)

 

대한민국의 통화 단위는 동전인 10, 50, 100원과 500, 지폐인 1,000, 5,000, 10,000, 그리고 50,000원으로 구성된다. 최근 각종 매체에서 뜨겁게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는 3만원권 화폐의 발행이다. 2023년 설날을 기점으로 여러 매체에서는 경조사비의 기본단위가 5만원이 된 것이 부담스럽다며 3만원권의 출시를 주장하는 글이 게시됐다. 필자 또한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3만원권의 발행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3만원권 도입을 지지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3만원권 발행을 지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3만원권이 화폐 사용의 편리성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커뮤니티나 언론 매체를 보면 5만원권의 잔돈 교환에 관한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편의점에 5만원권을 잔돈으로 교환하기 위해 자주 오다 보니 잔돈이 부족하다는 글, 배달시킬 때 5만원권인 걸 미리 말하지 않았다가 잔돈 교환으로 인해 마찰이 생겼다는 글, 택시 결제할 때 5만원권을 냈다가 진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글 등 1만원권과 5만원권 사이의 간극이 크다 보니 생기는 여러 갈등과 고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3만원권을 도입할 경우, 이러한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 잔돈 바꾸는 것이 수월해져 눈치 볼 필요도 없어진다. 이처럼 3만원권을 도입하면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해져 현금 사용 증가의 효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게 된다.

3만원권 발행을 지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최근 경제 상황을 보았을 때 3만원권이 고물가 시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이 관습적으로 느끼는 경조사비의 기본단위는 5만원이다. 여론조사 기업 네이트 Q가 성인 6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약 43%가 세뱃돈의 적정 금액은 5만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고물가 시대에는 대다수 사람이 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듯하다.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명절지출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3만원권 도입이 설날을 기점으로 논쟁이 됐다는 점만을 봐도 최근 경제상황과 앞으로의 경기불황에는 5만원이라는 금액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3만원권 도입은 국민들의 경조사비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액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3만원권을 도입하면 개인들이 느끼는 경제 부담을 감안해 1만원권, 3만원권, 5만원권을 다양하게 조합해 경조사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3만원권 발행을 곧바로 시행하기에는 준비해야 할 것들과 예상되는 지출이 많다. 3만원권의 디자인을 정하는 일부터 유통체계 수립, 현금자동입출금기의 인식 체계 수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한국은행은 3만원권 도입에 대해 아직은 비용이 편익보다 큰 상황이라며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문제들은 3만원권 도입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이를 따져봤을 때 3만원권 도입의 경제성이 낮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기존 1만원권, 5만원권만 있다는 체계는 위변조 화폐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여론이 3만원권 도입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는 지금, 3만원권의 도입은 신중한 논의를 통해 되도록 빠르게 방향성을 잡아야 할 사안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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