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쓰레기매립지부터 신규 소각장까지… 수도권 쓰레기 어디로 가나

지난 1992년, 서울특별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매립했던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정부는 경기도 김포군(현 김포시) 서부의 간척지를 신규 쓰레기 매립지 부지로 선정했다. 이어 부지를 서울특별시, 인천직할시(현 인천광역시), 경기도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광역 수도권 매립지로 지정했다. 409만㎡ 규모의 제1 매립장, 378만㎡ 규모의 제2 매립장이 각각 지난 2000년, 2018년 사용종료 됐고 현재는 103만㎡ 규모의 제3-1 매립장을 사용 중이다. 매일 수백 대의 트럭이 수도권 각지의 쓰레기를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지만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싼 논쟁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의 조감도이다. 현재 제3-1 매립장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의 조감도이다. 현재 제3-1 매립장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표류하는 ‘쓰레기 갈등 해결책’

 

“인천광역시와 인천 주민들은 30년을 견뎠습니다
더 이상의 연장은 불가능합니다”
-인천광역시 관계자 B씨

 

지난 1995년, 김포군 검단면 지역(현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동 일대)이 인천광역시에 편입되면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대부분이 인천광역시 관할에 들어오게 됐다. 지난 2000년에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관리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설립되며 매립지 권리 권한이 공사에게 부여됐다. 
지난 2015년에는 수도권 3개 광역지자체(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와 환경부가 합의(아래 4자합의)를 통해 제3-1 매립지를 오는 2025년까지만 사용하고 대체 매립지를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합의에서 10년을 더 연장한 것이다.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할 경우, 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약 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과 함께였다. 다만 합의 이후의 대체매립지 조성에는 진전이 없었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심지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 2022년부터 건설폐기물 직반입을 금지하고 중간처리를 의무화하며 매립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수용할 수 있는 쓰레기의 양이 늘어 매립지의 사용 가능 기한은 늘어나게 됐다. 공사 관계자 A씨는 “그 결과, 지난 2022년 폐기물 반입량은 1천766t으로 전년도 반입량 2천908t에 비해 39.3%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제3-1 매립장의 포화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매립장의 포화 시점을 2042년경으로 예측한다. 
한편, 인천광역시 관계자 B씨는 “인천광역시가 30년 넘게 수도권의 쓰레기 처리를 담당해왔다”며 “합의대로 오는 2025년경 사용을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립지를 처음 조성할 당시에는 매립지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현재는 청라국제도시, 검단신도시가 조성돼 주민들의 불편과 반발이 큰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호응하듯 지난 2020년 11월, 인천광역시는 옹진군 영흥면 일대에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25년 이후에는 경기도와 서울특별시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의견을 공고했다. B씨는 “4자합의 내용뿐 아니라 환경법에 규정된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을 예정대로 종료하는 것이 맞다”며 “인천광역시도 자체 매립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서울시, 경기도도 자체 매립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합의에 따르면 2015년경 매립지 사용을 종료해야 했으나 수도권 쓰레기 처리 상황을 고려해 10년 연장에 합의한 것”이라며 “더 이상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인천광역시가 쓰레기 매립지 독립을 선언하자 경기도와 서울시는 부랴부랴 대체 매립지를 찾기 위해 나섰다. 2천500억 원의 특별지원금을 내걸고 부지를 찾았지만 신청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2026년부턴 생활폐기물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직매립하는 것도 금지된다. 생활폐기물을 매립하기 전에 소각할 수 있는 시설 또한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각장과 매립시설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를 찾아보긴 어렵다.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부 배재근 교수는 “인천광역시의 주장으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 연장이 원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3개 시·도가 대책을 만들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갈등: 소각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지난 1992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 가장 많은 쓰레기를 처리한 서울특별시는 쓰레기 배출량 감소와 직매립금지에 대비해 신규 소각장 설치를 추진했다. 헌재 하루에 400t을 처리할 수 있는 양천구 소각장, 800t을 처리할 수 있는 노원구 소각장, 900t을 처리할 수 있는 강남구 소각장, 750t을 처리할 수 있는 마포구 소각장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직매립금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하루 1천t 정도를 더 소각해야 한다. 서울시는 마포구 소각장 옆에 일평균 처리 용량 1천t의 소각장 하나를 추가 설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해당 부지는 소각장 직·간접 영향권인 300m 안에 거주하는 주민이 없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이미 시가 소유하고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발표 이후, 마포구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이들은 ▲입지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점 ▲마포구에 이미 소각장이 있다는 점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점을 들어 신규 소각장 설치를 전면 백지화하라고 말한다. 
정의당 마포구 위원회 전진영 부위원장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마포구 주민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서울시에서 마포구를 일방적으로 지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청회와 주민설명회가 두어 번 있었지만 설명회장에 절반도 입장하지 못한채 설명회가 끝나는 등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주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각장 입지 선정 과정에 참여한 배 교수는 “직매립금지 때문에 서울에 신규 소각장을 안 지을 수는 없고 소각장을 완성하는데 7~8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빨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절차에 따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마포구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포구에 랜드마크를 설치하고 대규모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 부위원장은 “랜드마크 건설이나 인센티브 제공보다 소각장 백지화가 주민들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마포구에 이미 소각장이 운영 중이라는 점도 주민들의 반발을 키웠다. 마포구청 관계자 C씨는 “현재도 소각장의 굴뚝이나 연기를 보며 불안함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며 “그런 마포구에 추가 소각장을 짓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토론회를 열고 소각장 전면 백지화를 위한 단체를 조성하는 등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묵은 ‘쓰레기 갈등’을 해결하려면

 

관계자들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장기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미비했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쓰레기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묻자 C씨는 “지자체에서 재활용 바구니를 제공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소각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며 “마포구에서 시범 운영 아파트를 선정해 시행해본 결과 소각 쓰레기가 대폭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C씨는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처리시설은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기 전에 종량제봉투 안의 폐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 쓰레기를 선별하는 시설이다. 선별된 쓰레기는 재활용되거나 시멘트의 연료로 재사용된다. 배 교수 역시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고 이를 줄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전처리기술을 비롯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화학적 재활용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인 쓰레기 처리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 도쿄도는 20년 전부터 쓰레기 문제를 준비해 현재 25개의 자치구 중 21개의 자치구가 자체 쓰레기 소각장을 마련했다. 중앙정부, 지자체, 주민이 꾸준히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그 결과 하나의 도 안에서도 발생지처리원칙에 따라 원활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소각장과 레저 문화시설을 융합한 ‘열병합 발전소’를 만들어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배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직매립금지를 지키기 위해 서울 안에 소각장을 추가 설치할 수밖에 없으나 설치가 완료된다면 당분간 서울의 쓰레기 처리는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소각장 추가 설치와 함께 장기적인 계획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부위원장 역시 “지금처럼 소각장을 확충하는 방안만을 고집하면 소각장은 계속해서 부족할 것”이라며 “결국 소각장을 둘러싼 주민과 지자체의 갈등이 서울 전역,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17일, 대체매립지를 확보하고 쓰레기 처리 계획을 논의하는 4자합의가 재개됐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4자합의체의 운영 방안과 대체매립지, 소각장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수십 년째 이어지는 원인은 장기적인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은 데 있다. 환경과 국민을 고려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이다.

 

 

글 김병훈 기자
socio_baby@yonsei.ac.kr

<사진 제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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