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수상소감] 

박초원(건축·18)

 

기뻤다.

 

그 뒤의 글자들은, 마음 속에 묻기로 한다. 언젠가 <뽀삐>가 찾아오기 전에, 

시詩로 환생하기를 바라며… 

 

무언가 써지고 지워진 이유는,

1. 세자면 끝이 없고,

2. 말이 되는 순간 부정확해지며, 

(말의 필연이랄까,)

3. 마치 별과 수프의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실 말의 필연이랄까, 같은 말로 무책임하게, 말로써 할 수 있는 말의 자기 구원을 미루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구원이라기보다도 구원에 가장 근사한 값을 향해 수렴하는 태도를… 

물론 그런 것을 믿는다는 가정 하에…)

 

4. 이런 식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아마, 여기 적힌 것에도, 적히지 않은 것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멋쩍고 야심찬 선언, (혹은 의문,)과 함께, 소감을 마무리하려 한다. 

시를 읽어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마땅히 감사 받아야 할 분들께도 마음을 담아 감사를 전한다. 무엇보다, 내가 별이라고 쓰면 별이라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시를 쓸 수 있었으므로…

 

수상으로 돌아오는 모든 영예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뽀삐>의 뜻을 알고 있는, 나의 나무 씨께 돌린다.

 

당신의 영원으로부터.

 

[박영준 문학상(소설 분야) 수상소감]

이진명(사회·20)

소설로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네요.

인복이 많습니다. 제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 여러 은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유익한 평을 내어주는 연세문학회 회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를 항상 지지해주는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물론 제일 고마운 건 가족, 그 중에서도 어머니입니다. 이 중 한 명이라도 없었으면 이 소설은 쓰이지도, 상을 타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다 있었네요. 다행입니다.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쓰면 쓸수록 나는 내가 찾고 있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내가 찾고 있는 것의 의미와 연관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카는 자기가 사서를 쓸 때는 쓰면서 생각을 하지 생각한 다음 쓰지는 않는다고 밝히는데요, 저는 그 대목을 읽고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방식이 딱 그랬거든요. 입대한 친구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문득 제한속도 표지판이 눈에 띄었던 올해 6월 저는 아무런 설정이나 계획 없이 빛의 속도로 도로를 달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만 가지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은 쓰면서 하자는 생각으로요. 무작정 쓰고 보는 글쓰기, 결말이 어떻게 날지 저조차도 모르는 글쓰기―계획적인 글쓰기와는 거리가 아주 멀죠. 하여 카의 글을 읽었을 때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뜬금없이 카를 들먹이고 경위를 구구절절 늘어놓은 것은 수상소감을 읽는 분은 대부분 저처럼 소설을 쓰는 사람이리라 짐작되어서입니다. 남이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알면 자기가 작업하는 데도 참고가 되고(“저렇게도 쓰는구나”), 때로는 안심이 됩니다(“나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 저는 장강명, 김영하, 카가 자기가 글을 어떻게 쓰는지 고백한 것을 보고 읽으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침 제게도 제 작업법을 공유할 기회가 생겼네요. 제가 받은 위안을 이 글 읽는 분들도 같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이만 줄입니다.

 

[오화섭 문학상(희곡 분야) 입선소감] 

표지인(철학·17)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이불 속에서 고민만 하다가 화딱지가 나서 저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생각만 하느라) 머리는 깨질 것 같은데, 해놓은 일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수상을 하였습니다.

더 열심히 생각하라는 계시일까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불안은 잠시 잊고 더 공상해보렵니다.

 

저의 소리없는 방황에 묵묵히 기다려준 가족, 친구들,

그리고 제 글을 읽어준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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