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심사평

정명교
우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응모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시로서 평가받으려면 일반의지의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도약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솔직한 감정이라고 생각한 게 꼭 솔직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현의 장르인 소설과 달리 시가 자기 심사의 표현이라는 널리 알려져 있는 정의에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응시와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항목이 숨어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둘째 대상을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 대상과의 심리적 상호작용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똑같은 묘사이지만 소설의 묘사는 개진적이며, 시의 묘사는 통찰적이다. 즉 대상의 면모를 하나의 순간에 집약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시는 주제와 비유와 리듬의 총화이다. 주제가 깊이 있어야 하고, 비유가 정교해야 하며, 리듬이 공동체의 호흡에 근거하되 혁신적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점을 늘 되새기면 시작에 한층 발전이 있으리라 믿는다.
버드피딩, 스물 두 번째 도로시, 구슬놀이, 라하이나 눈, 아나키스트. 낙 홍이 마지막으로 고려한 작품들이다. 두루 저마다의 개성을 한껏 발휘한 작품들로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낙홍은 타고난 리듬이 돋보인다. 주제가 단순하고 감상적인 점이 흠이다. 라하이나 눈은 단어들의 대조를 통해 인식의 즐거움을 부추기면서 사람들의 일반적 정념과 그에 따른 기상 행동들을 풍자하고 있다. 이 풍자는 인류의 보편 심성을 겨냥하는 만큼 썩 장엄하다. 그렇다는 것은 못난 사람들을 감싸안을 필요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버드피딩은 미래를 향한 인간의 자세와 동작이 충분치 못함을 압축적인 관념들을 통해 적발하고 좀 더 분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설득력은 있으나 규모가 크고 관념적이다. 시인의 체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나키스트스물 두 번째 도로시를 두고 한참 고민하였다. 아나키스트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신념을 가지는 것과 모든 신념을 부정하고자 하는 신념을 가지는 일을 대비시키며 신념의 부정이 설정할 준거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시이다. 심각한 고뇌에 절실함이 담긴 서술이 돋보인다. 다만 주제를 좀 더 밀고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흔한 생각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스물 두 번째 도로시는 모든 인류에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소망들의 형상을 도로시라는 이름 안에 압축시키면서, 그런 소망들이 허상과 착시 속에서 헛되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손가락과 눈동자와 행성들의 궤적과 바람의 움직임을 통해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주제를 좀 더 밀고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지를 다루는 솜씨를 소중히 여겨, 당선작으로 뽑는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선에 들지 못한 모든 사람들도 격려를 보낸다.

 

[박영준 문학상(소설 분야)] 심사평

이기언
우리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소설은 글쓰기와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작품은 응모작들 가운데, 소설-004 <부고>, 소설-011 <부질없이 말캉해서> 그리고 소설-013 <과속> 세 편 정도 꼽을 수 있다.

우선, <부고>는 속도감 있는 글쓰기, 이야기 전개와 구성, 결말의 반전 등 작가로서의 잠재적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나,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결정적인 문제의식이 결핍되어 있다.

다음으로, <부질없이 말캉해서>는 작품 제목에서도 보듯이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이긴 하나, 이야기의 구성이 다소 작위적이고 독자에게 감흥을 주는 소설적 형상화도 미흡하다.

끝으로, <과속>은 모든 면에서 위 두 응모작을 압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응모자의 창조적 상상력은 웬만한 기성 작가를 넘어서도 한참을 넘어서고, 그 상상력을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형상화하면서 그 내용에 적합한 글쓰기 형식으로 구현해내는 재능 또한 아주 탁월하다. 따라서 응모자가 보여주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충분히 인정되기에, 이 작품은 당선작으로 선정될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오화섭 문학상(희곡 분야)] 심사평

최기숙
우리대학교 국학연구원 교수

연세문화상의 오화섭 문학상(희곡 부문)에는 모두 5편이 응모되었다. 대학생의 인생 고민, 가족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 사회를 보는 시각과 전망에 대해 드라마의 양식으로 상상하는 도전적 실험이 펼쳐졌다. 희곡이나 무대에 대한 이해도가 있고 연기 연출에 대한 감각을 갖춘 작품도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주제나 문제의식을 드라마로 이끄는 구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점이 있다. 이번 응모가 각자에게 무대 연출을 전제로 희곡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하기에 응모자 모두에게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당선작은 정하지 못했지만, <오트밀 구름><달려라 주영>은 끝까지 선정을 고민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두 작품은 희곡, 무대, 연기, 연출 등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고, 청년 시각의 창의성이 설계되었기에, 극적 전개의 방향성을 보완해서 향후 보다 진전된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오트밀 구름>은 무대에 대한 상상을 의미론적으로 설계하는 감각이 돋보였고, 제한된 배우들이 배역을 넘나들면서 관객과 소통하는 희극 요소가 흥미로웠다. 이를 주제나 미학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기획적 보완이 필요하다. <달려라 주영>은 행동을 이미지화하고 시간 설계를 극적으로 구성하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인물의 선택과 지향이 곧 극의 방향성을 결정하기에 다소 상투적 전개를 보완했으면 한다. 청년 세대의 고민을 드라마 형식으로 진솔하게 공유한 점이 공감 디자인의 잠재력을 함축하기에 가작으로 선정했다.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자에게 또 다른 응전의 불씨가 되어 창작의 길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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