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 현황과 해결책을 살펴보다

최근 일확천금을 소재로 방영되는 드라마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첫째는 갑작스레 현금 20억을 얻게 되고,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주인공은 큰돈을 벌 기회를 찾아 수리남행 비행기에 오른다. 드라마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청년들도 한 방을 위해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가장 쉽고 빨리 상당한 돈을 움켜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방의 맛은 뜨겁다. 온라인 불법 도박에 중독되면 쉽사리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도박 중독, 왜 위험할까.

 

우리에겐 한 방이 필요해

 

최근 도박 중독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상담 접수현황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도박 관련 상담을 희망한 사람은 지난 2020년에 3238, 2021년에 3766,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에는 3713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청년층의 도박 중독 문제가 두드러진다. 지난 2021년 인천시에서 도박 관련 상담을 희망한 사람 752명 중에서 20대는 170명인 28.3%, 30대는 239명인 39.8%를 차지했다. 20~30대 청년 비율이 68.1%로 가장 높았다.

특히 온라인 불법 도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19 사행산업 백서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는 전체 82조 원 중 약 55조 원 규모로 오프라인 불법 시장보다 약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불법 도박 중독자 중 청년층의 비율도 주목해볼 만하다. 인천도박문제예방센터가 지난 1월부터 9월에 2030대 도박 상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 사행산업을 통해 도박하고 있다는 응답이 95.4%를 차지했다.

청년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불법 도박을 일종의 게임으로 소비하고 있다. 인천도박문제예방센터에서 시행한 위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온라인 도박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92.3%에 달했다. 이에 경일대 청년 도박문제 예방활동단 ‘G.O.P’(Gambling Over Project)온라인 도박은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익명성이 보장되며, 사이트 가입 절차가 간단하고 성인인증 절차가 존재하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도박 중독 문제는 청년들의 경제적 고통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 11,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상반기 기준 세대별 체감 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15~29세 청년들의 경제고통지수*25.1로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삼육대 중독과학과 이현재 교수는 청년들이 벌 수 있는 금액은 한정적이다노동 대신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도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투명한 사회경제적인 환경에서 청년들은 심적 불안과 미래의 전망에 대한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도박을 시작한다. 이것이 심해져 결국 자력으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소망이 절망으로

 

도박 중독은 개인을 경제적 파탄으로 이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사행산업이용자 및 온라인이용자, 도박 모임 참여자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도박 범죄의 사회적 비용추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의 10.5%가 실직이나 폐업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박 중독자의 10.1%는 신용불량 상태에 있고, 6.3%는 회생이나 파산절차가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재 교수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던 보통의 사람도 도박이라는 잘못된 호기심에 중독되면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 전했다.

도박 중독은 주변인들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G.O.P의 한 구성원은 고등학교 시절 스포츠토토에 중독돼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한 친구가 있었다며 경험을 전했다. 이현재 교수도 도박에 중독된 친구의 거짓말에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줄 알고 100만 원을 송금한 적 있다도박 중독 때문에 친구들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친구가 안타까웠다고 아쉬움을 비췄다. 이처럼 도박 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파탄은 개인의 인생을 넘어서, 가정과 대인관계에 해를 가하는 주범이다.

도박 중독은 높은 범죄 발생률로 이어진다. 도박 범죄의 사회적 비용추계 연구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의 16.4%가 절도 등 재산범죄를, 12.1%는 상해 등 폭력 범죄를, 44.5%는 부부·배우자에 대해 폭력을, 22.5%는 자녀를 대상으로 언어·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노성원 교수는 도박중독이 있으면 술, 담배, 약물의존 문제와 폭력, 범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도박중독이 충동적 성향을 동반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막대하다. 가톨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학과 이해국 교수가 지난 2012중독포럼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4대 중독(알코올·약물·도박·온라인)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한 해에 1095천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782천억 원으로, 4대 중독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치료비용이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도박중독은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해 생각할 수 없다. 이현재 교수는 도박 치료를 위해 임상에 할당되는 사회적 비용이 연 단위 1조 원을 상회하며, 중독자의 도박 참여로 인한 생업과 직무태만에 따른 기회비용의 손실로 사회에 전가되는 손해가 20조 원 이상으로 집계된다도박 중독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불법 도박 문제, 해결책은?

 

온라인 불법 도박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제도적 정책도 필요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불법 도박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통해 전문화된 단속 체계 구성과 관련 기관 사이의 공조를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수사 시 혼선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단속을 기대할 수 있다. G.O.P체계적인 단속과 기관 사이의 공조를 통해 불법 도박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불법 도박 문제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온라인 불법 도박에 대응할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온라인 불법 도박이 성행함에도, 검거 실적은 감소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의하면 온라인 불법 도박 감시·단속 건수는 지난 2017년의 24197건에서 4년만인, 2021년에는 18942건을 기록했다. 단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기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이에 대응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G.O.P온라인 불법 도박은 주기적인 도메인 변경과 가상화 서버, 해외 서버를 통한 우회 운영 방식으로 추적과 차단을 회피하고 있다한정된 인력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의 지능화로 대응 인력 보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부분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도박 중독 문제는 예방을 위한 조기 교육이 필수적이다. 도박중독 실태와 도박 중독자의 심리·사회적 특성연구에 따르면 문제성 및 병적 도박자의 약 70%20세 이전에 도박을 시작했고 그중 32%15세 이전에 시작했다. 어린 시절 도박에 중독된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중독재활복지협회 12단계치료공동체 신양호 협회장 역시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은 참을성 없고 충동적인 성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도박 근절을 위해 예방사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G.O.P청소년 대상으로 도박 예방 조기 교육이나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도박 예방 교육을 강조했다.

 

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의 심화는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미래가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준다. 중독자는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의 무게를 알지 못한 채 목전의 한 방에만 몰두한다.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짐을 지우는 도박은 근절돼야 한다. 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지속적 논의가 제도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글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사진 이지선 기자
ljs22@yonsei.ac.kr

 

* 경제고통지수: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것으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해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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