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알코올 중독 문제를 살펴보다

홍석원(24)씨는 오늘도 가벼운 마음으로 자취방 근처의 단골 노포집을 찾는다.친구들과 함께 들어왔던 홍씨의 테이블에서는 주량을 넘긴지도 모른 채 술병이 하나둘씩 쌓이고 있다. 술을 이미 거하게 마셨음에도 다음에 술 한잔하자라는 말과 함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청년들의 삶에서 술은 빠질 수 없다. 청년 알코올 중독의 증가, 무엇이 문제일까.

 

알코올에 중독된 청년들

 

청년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각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시행하는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18~29세 청년 알코올 사용 장애 유병률은 4.5%였다. 40대와 50대에서 각 2.7%2.6%를 보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중년층의 문제라 여겨졌던 알코올 중독이 청년층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연세대 정신과학교실 정영철교수는 “40대 이상 중년과 비교했을 때 청년의 음주 패턴은 차이가 있다“20대 청년은 한번에 마실 때 소주 3~4병 이상을 폭음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알코올에 중독되는 원인에는 청년 1인가구 수의 증가가 있다.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 청년의 경우 과음 비율이 57.1%, ‘다인가구 청년의 과음 비율인 47.7%보다 높은 수치였다. 조은비(20)씨는 자취 이후 누구의 제약도 없어 술 소비량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청년층은 자신을 지탱할 기반이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서준호 교수는최근 가족지지체계가 무너진 청년들이 알코올에 중독된 사례를 가장 많이 접했다“1인가구 청년들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수면, 불안, 우울 장애 문제로 내원하는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혼술문화도 원인 중 하나다. 혼술은 혼자 마시는 술의 줄임말로, 많은 청년들이 이용하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방식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202111월 전국 20~70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혼자 술을 마신다는 응답률이 코로나 이전 8.6%에서 코로나19 이후 26.8%로 높아졌다. 혼술은 음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피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혼자서 특별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술을 마시다 보면 주량이 조금씩 늘어날 위험이 있다스스로 적절한 상한선을 설정하고 음주량과 횟수를 자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알코올 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 풍조 때문에, 청년들의 알코올 중독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청년들의 비율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시행한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독 조기 치료와 관련된 알코올 중독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률은 2.6%였다. 우울장애 정신의료서비스 이용률이 28.2%인 것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이덕종 교수는 알코올 중독 청년은 중독을 개인의 도덕과 의지의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마주하는
중독 후의 사회

 

청년알코올 중독은 정신질환을 동반한다. 서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신체적 영향 이외에도 다양한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병명을특정 짓지 못할 정도로 복합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알코올 중독은 뇌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기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정 교수는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은 서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우울하다는 이유로 알코올을 접했다가 기분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효과를 접하면 다시 알코올을 찾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알코올 중독은 중독자의 사회적 단절을 초래한다. 폭음 시 폭력적인 행동이나 언어 표현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서 교수는 알코올 중독 문제를 겪는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회적 단절뿐만 아니라, 알코올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도 늘어나면서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알코올 중독 치료 전문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해국 이사장은 데일리메디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중독통합관리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그러나 10년 동안 50개의 센터밖에 설치되지 않았고 센터의 직원이 4명 이하인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한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그 수가 9개에 그치다 보니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기 치료를 위해서 중독 치료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대부터 과도하게 알코올을 섭취하면 알코올의 유해함이 누적돼 40~50대에 이르러서는 심각한 중독을 초래한다. 서 교수는 알코올 중독이 수십 년간 진행된 환자의 경우 치료를 진행하더라도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알코올 중독에 대한 빠른 판단과 개입을 위해 의료 서비스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음주 패턴을 혼자서 측정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수단도 증가하는 추세다. 정 교수는 청년들이 먼저 폭음을 주의해야 한다급하고 빠르게 마시는 술 문화를 경계하기 위해 자신의 음주 패턴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관심과 자가 진단을 통해 조기 치료만 잘 한다면 알코올중독자들은 후에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조기치료를 위한 중독 치료 시스템 개선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으로 청년들이 알코올 중독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래 자가선별검사로 4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자. ‘그렇다는 답이 2개 이상 나온다면 알코올 의존에 관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하며, 3개 이상 나오면 당장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Cut down: 술을 줄여 마시려고 노력하였으나 잘 안될 때가 있다.

Annoyed by criticism: 주변 사람들이 본인의 음주에 대해서 걱정을 표현하거나 잔소리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Guilty feeling: 음주로 인해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다.

Eye-opener: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다. 정신 차리기 위해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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