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다

지난 8, 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 규제안 폐지를 규제심판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시민사회 반발이 거세지자 국무조정실은 현행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던 2차 규제심판회의도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규제 폐지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각 입장은 어떤 근거로 해당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앞으로 대형마트 규제안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TheY가 살펴봤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그게 뭔데?

 

지난 20123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됨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이 조항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전 12시부터 8시까지로 제한하고,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일요일이 아닌 평일 중에 휴업하는 대형마트도 있지만, 이 제도의 핵심은 모든 대형마트가 예외 없이 한 달에 두 번 휴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생긴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 입니다. 마트 산업노동조합 배준경 정책국장은 대형마트가 24시간 영업하던 시절 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계속되는 야간 노동은 안전사고로 이어졌으며, 주말 노동은 노동자들의 정신적 건강까지 악화시켰다는 것입니다. 배 정책국장은 마트 노동자 수가 많지 않아 연차를 쓰는 것조차 어려웠다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그런 노동자들에게 규칙적으로 쉴 수 있는 주말을 보장해주는 제도라고 전했습니다.

골목상권 보호도 필요했습니다. 지난 2012년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과다 출점으로 골목상권이 침체하던 시기였습니다. 골목상권의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박주영 교수는 대기업 유통의 접근성을 낮추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통업 노동자와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실시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7%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현행을 유지 혹은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응답자의 58.3%는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 혹은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024일에는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가 모여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존폐에 대한 논의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돼야 한다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폐지를 두고 크게 두 가지 쟁점으로 논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먼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찬성 측은 해당 제도가 소비자의 전통시장 유입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강우진(21)씨는 대형마트가 휴업할 때 전통시장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앞으로도 전통시장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남혜림(21)씨는 해당 제도가 대형마트 휴업일에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대 측은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하더라도 소비자가 전통시장에 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마켓을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11월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세 이상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5%는대형마트가 휴업할 때 온라인 마켓과 동네 슈퍼 등을 이용한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답은 16.2%에 그쳤습니다.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 중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습니다. 찬성 측은 대형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남 씨는 소비자에게는 전통시장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폐지되면 노동자들에게는 휴식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배 정책국장은 의무휴업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된다면 소비자에게도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대 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최수현(22)씨는 대형마트에만 있는 생필품을 사려고 방문했는데 휴업한다면 남은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노동자의 건강권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정회상 교수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모두 고려해 의무휴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반대하는 사람들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집니다. 많은 청년과 전문가는 모두의 권리와 생존을 위해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여현지(21)씨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특정 요일로 정해져 있는 만큼 제도에만 의존하기는 어렵다대형마트의 휴업 외에도 다른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시대 흐름에 맞춘 유통구조,
변화가 필요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겪으며 상황이 변했습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소매업태별 판매액에 따르면 국내 소매업 총매출 중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의무휴업 규제가 시작된 지난 201214.5%에서 20218.6%로 크게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등 전문 소매업의 비중 또한 40.7%에서 32.2%로 감소했습니다. 서교수는 “2011년 이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온라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DB금융투자에서 진행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및 점유율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시장은 2018112조에서 2020161조로 급격히 성장했으며, 오는 2026년에는 300조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만으로 온라인 시장으로 몰린 소비자들을 전통시장으로 유도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생에 초점을 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박 교수는 스페인의 산타마리아 전통시장은 대규모 유통업체가 들어서면서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인 메르까도나와 제휴했다전통시장 1층에는 시장상인 점포만 운영을 허용하고, 2층에는 대형마트를 입점해 고객들을 전통시장으로 유입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유통 대기업 자본력과 전통시장의 입지성을 결합함으로써 상생의 길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시장 그 자체의 장점을 살려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됩니다. 서 교수는 오프라인 판매 장소의 매력도를 높여 체험소비를 즐기는 이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은 엽전 도시락으로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엽전으로 장을 보는 형식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체험 욕구를 충족시킨 것입니다. 통인시장에 방문한 적이 있는 최민진(20)씨는 엽전 사용을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했다즐길 거리가 가득한 전통시장이라면 대형마트 대신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합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제정된 이후 10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제는 상생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의 이익만 주장하기보다 공존을 향해 나아가길 기대해봅니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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