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독립서적, 『퇴사 사유서』

 

누구나 나에게 맞는 근무 환경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세우고 싶은 욕구를 갖는다. 그러나 이런 욕구를 회사에서 충족하는 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퇴사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자기 계발과 워라벨이 중요한 청년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퇴사 사유서를 통해 알아보았다.

 

답답한 사내 문화보다 중요한 가치

 

퇴사 사유서의 저자 재민씨가 처음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그는 메이저 건축사무소에 들어가 적당한 월급과 워라벨이 보장되는 삶과 같은, 소위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회사 밖에서 성장하는 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재민씨에게는 '재밌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에게 재밌는 삶은 단순히 오락적인 재미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업무를 통해 스스로의 성장과 성취에 희열을 느끼며 변화하는 것을 의미했다

회사에서의 업무는 기획된 매뉴얼 속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재민씨 스스로가 팀을 꾸리거나 무언가를 기획하는 것은 어려웠다. 직급이 오르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해봤지만, 적어도 25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였다. 비품을 구매할 때도, 퇴근할 때도, 기획서에 적을 글자 하나를 결정할 때도, 그가 직접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개인의 주체적인 삶이 존재하지 않는 사내 문화가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회장은 각종 행사에서 젊은 세대 직원들이 성장 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겠다고 연설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직원들도 없었다. 대부분 직원은 회사에 평생 다니지 않을 것이란 전제를 두고 일했는데, 이것이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스며들어 있었다. 재민씨는 그에게 더 좋고, 더 맞는 문화를 찾아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중이 절을 떠나고 싶으면

 

어느새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퇴사를 결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재민씨도 약 13개월 동안 퇴사를 고민하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는 동료들과 뒷담화를 하며 점심시간을 보내는 대신, 카페에 혼자 앉아 총 13권의 책을 읽었다. 귀감이 되는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는 주체적인 삶과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창조적 행위가 과연 무엇일지 고민했다.

치열한 내적 갈등도 겪었다. 재민씨는 회사를 통해 성장하려 하는 동료를 보며 회사를 떠나고자 하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워했다. 퇴사를 걱정하는 가족의 모습을 이겨내기도 어려웠고, 불안감에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고 있는 자기 모습을 인정하기도 어려웠다. 회사를 떠나려 하자 비로소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그가 퇴사를 결정한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나다움'을 찾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전한다. 그는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드러내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작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다.

퇴사가 절대적인 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회사에 속하지 않은 채 일하는 사람이 있고 회사에서 삶의 정답을 찾지 않는 이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다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환경과 집단에 맞는 사람인지 스스로 아는 것이다. 재민씨도 회사를 떠나 불확실성으로의 모험을 떠났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돼 인생을 기획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떤 고민을 하든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가족과 지인들이 인생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는 있어도, 삶의 방향을 대신 선택해주진 못한다. 자신의 길을 찾을 때까지 인생의 시동을 스스로 걸어야 한다

 

재민씨의 말대로 퇴사는 여행이자 모험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기자는 청년들의 퇴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사회에서 그의 이야기가 너무 뻔한 이야기로 전달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마음 깊숙이 강렬하게 꽂히는 그의 문장에는 간절함과 진심이 들어있었다. 이것이 퇴사 사유서를 추천하는 이유다.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뿐 아니라 입사를 앞둔 청년들이 재민씨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삶을 꾸리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길 바란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자료사진 이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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