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해지는 마법, 12월의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위기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집단주의를 기반으로 한 강한 연대 의식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그러나 극심한 집단주의는 사회 구성원 각각이 추구하는 가치를 간과하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집단의 행복이 개인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인가에 관한 윤리적 딜레마의 문제를 던진다.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연대하고 마법을 사용하지만, 이로 인해 불행해지는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당신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와 함께 개인이 공동체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마드리갈 가족의 행복
= 미라벨의 행복?

 

영화는 환희와 기쁨이 가득한 마을 엔칸토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엔칸토의 마드리갈 가족은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누구보다 강한 괴력을 지닌 루이사와 식물을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는 이사벨라, 그리고 동물과 의사소통하는 안토니오까지 모두 마법을 이용해 엔칸토의 문제를 해결한다. 매 순간 활기차 보이는 마드리갈 가족이지만, 사실 그들은 마법을 지켜온 할머니 때문에 지나친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 할머니는 침략자들의 공격으로 집과 남편을 잃었다. 마법으로 집안을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그녀는 자신이 일궈온 엔칸토의 마법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을 엄하게 대한다.

 

오늘 밤은 완벽해야 해
그러니까 가족 중에 몇몇은 비켜서
능력 있는 가족들에게 맡기는 게 돕는 거야"

 

할머니의 엄격한 태도는 가족들을 불안하게 한다. 마드리갈 가족이지만 마법을 부여하는 마법문의 선택을 받지 못한 미라벨은 자신을 쓸모없게 여긴다. 능력을 받은 언니들은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가진 채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마법의 힘에 과도하게 의지하게 된다. 알 수 없는 문제로 마법의 집이 지닌 힘이 약해지며 마드리갈 가족의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된다.

 

우리 집에 금이 가고 있어
우리의 기적이 죽어가는 거라면 어쩌지
우리 집을 다시 잃을 수는 없어"

 

마법으로 흥했지만, 마법 때문에 위기에 처한 마드리갈 가족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가치관만을 강요하는 할머니의 태도다. 그녀는 마을과 가족에 대해 과도한 책임감을 느낀다. 마드리갈 가족 구성원들은 항상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가족들이 항상 개인보다 마을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도록 강요한다. 그러나 이는 가족 구성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며 각자의 모습을 잃어가게 한다. 할머니의 궁극적 목표는 가족 모든 구성원의 행복이다. 하지만 가족을 우선시하는 선택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과거에 비해 마드리갈 가족은 더 안정적이고 더 풍요로워졌지만, 각각의 개인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좌절을 넘어서 행복으로

 

미라벨의 좌절은 안토니오가 마법을 갖게 된 이후로 극대화된다. 미라벨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큰 가족 행사에서 배제되거나, 부정적인 말을 종종 듣는다. 매사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미라벨도, 자신 이외의 모든 가족 구성원이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행복을 찾지 못한다. 미라벨과 달리 마법을 쓸 줄 아는 언니들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마법의 힘에 균열이생긴 이후 루이사는 무거운 짐을 들지 못하게 되고, 이사벨라는 식물을 다루지 못하게 된다. 둘은 마을에 닥쳐오는 어떠한 위험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지쳐갔고, 결국 스스로를 강하게 억압했다.

 

"언니에게 맡기렴 걔는 끄떡없어
가족들의 짐을 떨어뜨릴 리 없어
...
작은 틈도 실패도 안 돼
실수도 부담감도 안 돼"

 

마법이 없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미라벨은, 자신이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살았기 때문에 불행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미라벨은 집안의 문제를 마법 없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 구성원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고민을 이해한다. 지쳐있던 언니들도 미라벨에게 두려움을 털어놓으며 짐을 내려놓는다. 이번에는 타의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행동했기에 좌절하지 않는다. 가족들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준 미라벨을 통해 가족 구성원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게 되고, 위태로웠던 집도 균형을 되찾아간다.

마드리갈 가족은 이제 스스로를 위해 살아간다. 각자의 행복을 찾으며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대표적으로 이사벨라는 여자가 청혼받아야 한다는 집안의 관습을 타파해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직접 청혼한다. 우리는 때로 집단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후 순위로 두곤 한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개인의 행복이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개인의 행복을 찾아가는 미라벨의 모습을 보여준다. 행복을 찾아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미라벨의 모습은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자료사진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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