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잡지 편집장을 만나다

잡지는 시대를 담는 매체다. 잡지는 한 시대의 문화 흐름과 대중의 취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수많은 종이 잡지가 폐간되거나 온라인 잡지로 개편됐다. 잡지 시장은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맞춰 생존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 중이다. 모닝캄의 김현주 편집장을 만나 에디터의 삶부터 잡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잡지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럼 지금부터 김현주 편집장과 함께 잡지의 세계로 빠져보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지난 1994년부터 현재까지 잡지를 제작하고 있는 김현주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당시 사회사업학)과 언론홍보영상학(당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기자의 진로를 희망해 중앙일보편집부에 입사한 후 SEOUL EYE, 라벨르, FL 더 스타일』,『코스모폴리탄에서 에디터로 활동했다. 코스모폴리탄우먼센스에서는 편집장으로도 재직했고, 현재는 대한항공 기내 잡지 모닝캄의 편집장으로 역임 중이다.

 

에디터가 일하는 과정은 어떠한가.

보통 월간지는 전달 20일쯤 다음 달 호를 발행한다. 예를 들어 12월호 잡지는 1120일에 발행된다. 발행 이후 1130일까지 약 10일간은 다음 호인 1월호를 기획한다. 1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1월호 취재가 시작된다. 에디터 본인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원고를 작성하며 기본적인 판형을 구성한다. 지난한 구성 과정이 끝나는 중순부터는 디자인팀과 함께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마감 기간인 20일에 가까워지면 잡지 인쇄가 마무리된다. 잡지는 앞서 언급한 과정의 반복으로 매달 발행되는 것이다.

 

에디터의 매력은 무엇인가.

국가마다 에디터의 역할 범위가 다양하다. 한국의 에디터는 기자와 편집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주체적으로 콘텐츠 제작 및 편집 과정을 진행한다. 본인에게 할당된 페이지는 어떤 취재원과 어떤 사진으로 구성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업 특성상 매달 새로운 기획으로 다양한 취재원과 스태프들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본인이 새로움을 추구한다면 기획 단계부터 취재와 인터뷰, 그리고 촬영까지 모두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게 에디터의 장점이다. 더불어 잡지라는 결과물을 매달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좋은 에디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좋은 에디터란 콘텐츠에 욕심을 가지고 발로 뛰는 사람이다. 시사잡지, 일상잡지, 패션잡지, 여행잡지 등 잡지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그 분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즐길 줄 알아야 하고,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할지 늘 고민해야 한다. 최근 트렌드 파악도 필수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는 본인의 흥미가 전제돼야 한다.

▲ 국립중앙도서관의 『근현대잡지 특별전』을 관람하는 김현주 편집장
▲ 국립중앙도서관의 『근현대잡지 특별전』을 관람하는 김현주 편집장

 

잡지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기준을 둔다. SEOUL EYE가 폐간되면서 관심 분야의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평소 흥미를 느끼던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라벨르FL 더 스타일을 통해 다뤘다. 지난 2000년에는 잡지를 창간해보고 싶어 코스모폴리탄창간팀에 지원했다. 즐겁고 당당한 여성상을 지향하는 코스모폴리탄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코스모폴리탄에서 18년을 일하고 나니 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우먼센스는 내가 몸을 담은 여성지 중 마지막 잡지다. 나와 비슷한 연령층을 독자로 두는 잡지가 만들고 싶었다. 거창한 이유보다는 관심사의 변화와 도전에 대한 열망이 나를 움직인 것이다.

 

잡지를 제작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독자다. 독자가 보지 않는 잡지는 의미가 없다.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잡지를 읽고 싶은지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와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은 무엇인가.

코스모폴리탄에서 진행했던 뷰티어워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잡지사마다 뷰티어워즈 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달랐다. 나는 당시 인기를 얻기 시작한 한류 문화의 흐름을 활용했다. 중국, 대만, 일본 등의 나라와 함께 아시아 뷰티 어워즈를 론칭한 것이다. 다른 나라 편집장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아시아 뷰티 어워즈를 진행한 후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긍정 언급률이 높은 제품에 상을 주는 등 새로운 시도도 했다. 이 방식은 현재까지도 사용 중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에 적응하기 위한 잡지의 노력은 무엇인가.

25년이 넘게 잡지사에서 일하는 동안 미디어는 계속 변했다. 업계에 처음 들어왔던 지난 1994년도에는 컴퓨터 조판도 없었다. 이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시대가 급속도로 변했다.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따라 전달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유행하는 미디어도 변해왔다. 잡지는 그에 적응하기 위해 빠르게 변할 수밖에 없다. 잡지는 독자가 자주 이용하는 채널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전달하며 적응해왔다. 앞으로도 잡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콘텐츠와 제공 방식이 무엇일지 거듭해서 고민해야 한다.

 

독자들의 취향도 파편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큰 신문사에 의해 만들어진 종합여성지가 주류였다. 최근에는 만화 잡지’,한옥 잡지처럼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독립잡지를 소비하는 것은 물론 제작까지 직접 한다. 비용 충당을 위해 펀딩을 받기도 하고, 뉴스레터나 웹진으로 업로드 해 구독자를 모은다. 이는 세분되는 독자의 취향에 맞게 잡지가 살아남는 방식이다. 잡지는 독자들이 가진 N개의 취향을 나눠서 보여주는 맞춤형 잡지가 돼야 한다. 앞으로도 잡지는 더욱 전문화될 것이다.

콘텐츠를 파편화된 취향을 가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의 경우, 독자들이 잡지에서 본 주거 공간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부스를 마련했다. 이처럼 명확한 독자층에 친밀하게 다가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전해보고 싶은 기획은 무엇인가.

지속 가능한 여행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다. 대한항공 기내지인 모닝캄에서는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고 있다. 기업의 ESG 전략이나 가치소비와 같은 친환경 흐름에 여행 콘텐츠를 접목해보고 싶다. 여행할 때도 자연환경과 지역사회를 고려하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관광지가 보존돼 미래세대도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충분히 여행을 즐기되, 여행지의 자연과 동물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여행을 담은 기획을 꾸려보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에 유념해 잡지를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요즘 세대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10대인 딸을 보면 요즘 세대와 기존 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의 종류와 소비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낀다. 잡지에 관심이 많은 청년과 꾸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 변화하는 세상에 부지런히 적응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것이다.

 

종이 잡지의 전성기는 지났을지 몰라도, 온라인상에서 펼쳐질 신잡지의 시대가 오고 있다. 종이 잡지가 사라져도 콘텐츠는 남는다. 편집자의 혜안으로 선별된 양질의 정보는, 많은 정보가 혼재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결국 내용과 그 전달 방식의 차별화가 관건이다. 앞으로 더욱 새롭고 특별해질 잡지의 시대가 매우 기대된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사진 김민서 기자
sarah01040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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