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는 11조 2천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11조 2천억 중 8조 원은 기존의 대학경쟁력 강화예산으로 나머지 3조 2천억 원은 시군구 교육청에 지원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서 마련할 예정이다. 이 정책이 실행된다면 초중등교육예산을 3조 2천억 원 줄여서 고등(전문대학 이상)교육 예산에 편입하는 셈이 된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줄어 지방에 폐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초중등교육에 투입되는 재원의 낭비 요소가 크다고 한다. 따라서 낭비의 소지가 큰 재원의 일부를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제한적이었던 고등교육에 투입해 재정난을 겪는 지방사립대학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정부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정책의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이 요구된다. 첫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뿐 아니라 고등교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2018년부터 이미 대학교 정원에 비해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적어졌고 2020년부터는 학령인구 자체가 대학교 정원보다 적아졌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까지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다.

둘째, 2021년 25~35세 청년층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70% 정도가 대학교육을 필요로 하는 즉 대학 졸업자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일까? 대학의 난립에 따른 과도하게 높은 대학진학율이 1997년 이후 높아진 청년실업률이 낮아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 

셋째, 고등교육을 위한 예산을 따로 마련하거나 대학들이 등록금과 장학금을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합계출산율이 2021년 기준 0.81명으로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예산을 빼서 고등교육에 투입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인구절벽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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