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의 현재와, 식량안보를 위한 새로운 시각

식량안보란 ‘식량의 생산 및 재고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여 국민의 식량을 위협하는 외부의 요인에서 국민을 지키는 일’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국내 곡물 소비량의 약 70%가량을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우리나라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식량안보가 취약한 이유는 쌀의 자급률은 높지만 타작물의 자급률은 낮은 점이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없다. 자급률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살펴봤다.

 

전 세계 식량안보에 켜진 적색 경고등

 

최근 몇 년 사이, 곡물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농협경제연구소에서 지난 5월 발행한 「세계곡물가격 변동성과 식량안보」에 따르면 값싼 곡물 시대가 끝나고 다시 비싼 곡물 시대로 진입했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월, 세계곡물가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 옥수수, 대두의 선물가격(CBOT)은 지난 2021년 3월 대비 각각 73.9%, 36.6%, 18.4% 상승했다.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전의 유럽에서는 값싼 외국 인력을 사용해왔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력의 이동이 막혔고 물류 교류도 영향을 받아 세계적 곡물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전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아래 우-러 전쟁)도 식량 안보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세계 1위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우-러 전쟁 이후 유라시아경제연합국에 밀 수출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해바라기유, 옥수수 등을 생산하는 국가지만 현재는 생산량이 곤두박질쳤다. 우크라이나 곡물 협회는 올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및 유채 생산량은 기존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밥상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곡물 수급안정사업 정책분석」(아래 정책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멕시코, 이집트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한다. 서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곡물의 가격이 높아진 상황이라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역시 위협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낮은 곡물 자급률은 식량 안보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킨다. 통계청에서 발간한 「한국의 SDGs 이행보고서」(아래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곡물 수급 위기를 나타내는 ‘국제곡물조기경보지수’를 매달 발표한다. 지난 2021년 4월 이 수치는 심각(1.0) 수준에 매우 가까운 0.98을 기록했다.

 

식량안보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
실효성은 물음표

 

식량안보 위기는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대학생 송진혁(22)씨는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고, 마트에 가면 쌀이 항상 쌓여있어서 식량 위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지난 2016년 104.7%, 지난 2020년 92.8%를 기록할 만큼 높다. 그러나 타작물의 자급률이 낮은 것이 문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쌀 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에는 388만 톤의 쌀이 생산됐다. 쌀소비량 361만 톤보다 약 27만 톤 많은 수치다. 그러나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두류, 옥수수, 밀의 곡물 자급률은 각각 7.5%, 0.7%, 0.5%에 불과하다.

정부는 쌀 이외의 다양한 작물의 자급률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정성수 행정사무관은 “오랜 기간 동안 쌀 생산 억제를 위해 정부는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란 벼를 생산하고 있는 논을 다른 작물을 생산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정순일 농업사무관은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통해 쌀 변동 직불금** 및 과잉 물량 보관·처분에 드는 직·간접적 비용을 절감했다”며 “타작물재배 전환 농가에 대해 시설·장비, 컨설팅 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여 농가의 논 타작물재배 정착 여건을 지속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다른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이천에서 50년 이상 벼농사를 지어온 신모씨는 “평생 지어온 벼농사를 갑자기 바꾸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며 “쌀은 다른 작물에 비해 수익성이 높아 많은 농부가 재배하는데, 그에 버금가는 혜택 없이 다른 작물로 바꾸는 것은 손해”라 전했다. 실제 지난 2021년 벼 지배 면적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0.8%(6,045ha) 증가했다. 정성수 행정사무관은 “쌀 생산 조정을 위해 ’논 타작물 재배‘ 등 생산조정제를 통해 여러 차례 타작물 재배를 지원했으나 쌀 농업의 특성상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식량안보 해결을 위해 외국의 땅을 사들여 농사를 지은 후 생산된 곡물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서 연구위원은 “평상시에는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지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외국에서 곡물 수출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결국 전 세계가 식량 확보에 취약해질 때는 우리나라도 식량 확보에 있어 다시 취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확보에 놓은 곡물 농장에서 평상시에는 문제없이 밀을 비롯한 곡물을 수입했으나, 우-러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러시아로부터의 곡물 수입이 막힌 것이 그 예이다.

 

“식량안보 이상 무”를 위해

 

소비량보다 많은 쌀의 생산량이 문제다. 정순일 농업사무관은 “정부는 쌀값의 과도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쌀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많은 경우 쌀을 매입한다”며 “쌀 1만 톤 시장격리***에 드는 비용은 약 230억 원이며, 쌀 과잉생산에 대응해 올해 45만 톤의 쌀을 시장격리 중”이라 전했다. 1조 350억 원가량을 쌀 매입에 쓰는 정부는 ‘가루쌀’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박성용 농업사무관은 “가루쌀은 가공용으로 개발된 쌀 품종으로 늦이앙****이 가능하여 밀 등 동계 이모작 작물과 연계성이 높고, 기존 쌀가루보다 밀가루 대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어 사용 폭이 더 넓다”며 “가루쌀을 중심으로 소비 기반 확대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동시에 정부는 쌀 생산에 드는 노동력을 다른 곡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2023년부터 정부는 타작물의 자급률 상승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한다. 전략작물직불제란 논에 벼 이외에 식량안보상 중요한 밀·콩 등을 재배하는 경우 직불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성수 행정사무관은 “다양한 작물의 자급률 확보를 장려하기 위해 한 가지 작물만 생산할 때보다 하계와 동계, 이모작 하는 경우 더 많은 직불금을 지급하도록 설계했다”며 “전략작물직불제는 농가에 중장기적으로 지원하여 안정적으로 벼 면적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략작물직불제 등 자급률에 집중한 정부 정책이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현실적인 정책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서 연구위원은 말했다. “쌀과 채소 과일 등의 현재 생산 수준을 유지하면서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재 1%가 안 되는 옥수수 자급률을 10%로 높이려면 18만 8천ha가 필요하다. 밀 자급률을 10%로 높이려면 현 마늘과 양파 재배면적의 두 배에 가까운 8만 3천ha가 필요하다.” 

한편 옥수수 지급률을 높이는데 필요한 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채소 재배 면적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자연적 환경이 자급률을 충족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자급률에 집착하지 않는 방식으로 식량안보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정부의 곡물 시장 개입을 통해 국민들이 먹거리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이 곡물 자급률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적정한 재고를 확보함으로써 식량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곡물 생산량이 폭증할 경우 곡물의 가격이 하락해 농부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린다. 이때 재난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농산물 시장에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순일 농업사무관은 “곡물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품으로 소비 시기를 조절할 수 없고 공급을 일시에 늘릴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며 “곡물은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아, 적정 수준 이상의 재고 확보와 식량 공급 기반 유지를 위해 정부가 곡물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곡물은 모든 개개인의 기본적 생활의 토대가 된다. 서 연구위원은 “곡물은 모든 국민이 매일 접하는 대상이기에 식량안보는 국민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우리의 곡물 자급 현황과 정책이 국민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글  최준성 기자
jschoi060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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