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규명이 절실한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과 태도는 여전히 무책임하다. ‘행정적인’ 애도 이후 일선 경찰과 소방인력에 대한 꼬리 자르기식 경찰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실 수석들이 국회 운영위원회 도중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누다 퇴장 당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퇴장시킨 자기 당의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여당의 태도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과도 관련이 있다. 윤 대통령은 ‘웃기고 있네’ 필담과 관련해 당사자들을 옹호하고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참사 이틀 뒤에 이태원 참사 관련 주요 시민단체 반발 분위기를 사찰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의 수신처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공개 석상에 동행하며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질책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11월 3~6일 실시된 방송3사의 여론조사에서  약 70%에 달하는 응답자가 정부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경찰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 등 책임자 경질에 대한 찬성 의견도 과반을 넘었다. 뉴스토마토가 11월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참사 후 6일 만에 나온 대통령의 사과가 충분하지 못했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57.3%와 56.4%로 집계됐다.

현재 진행 중인 ‘셀프수사’로 몇몇 개인에 형사처벌을 하는 것만으로는 참사의 진상과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 계획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다. 법적 처벌을 면하는 경우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도와 시스템이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알기위해서 법적 기준 뿐만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살피고 행정과 시민의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조사가 필요하다. 제도의 운영과 정책 결정과정이 어떠했는지, 정책 결정자의 관점과 태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참사 전반에 대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수사와 국정조사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다. 

전문가와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의견도 반영해야한다. 진상규명 없이 영정사진, 위패와 명단도 없는 희생자 애도로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할 수 없다. 유가족간 소통도 보장돼야 한다. 지난 9일 야당은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참사와 관련된 정보공개 운동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진실을 원하는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정치 수단화하지 말고 수용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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