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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 최근 한 시사다큐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연민의 아픔이 아니다. 현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그런 선택이 공감됐기 때문이었을까.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방 안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다. 보이는 빛이라곤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뿐이다. 드러나지 않은 그들만의 어두움일까?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국은 우리에게 어쩔 수 없는 은둔을 경험하게 했다. 당신도 경험했을지 모른다. 히키코모리는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히키코모리 현상, 
한국도 피할 수 없었다.

 

히키코모리라는 용어는 일본의 고도성장기였던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다.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일정 기간 이상을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을 의미한다. 히키코모리는 어느 세대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히키코모리 현상은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히키코모리의 급증 배경은 일본의 장기 불황과 청년 실업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의 모습처럼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 그리고 여전히 청년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의 한국 사회를 보면 과거의 일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건 아닐까’하는 위기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만든 사회적 분위기가 한국 사회 은둔형 외톨이들을 밖으로 나오기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부터 방관을 멈추고 따뜻하게 그들을 품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선례를 통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히키코모리 구출을 위한 
일본의 정책, 그리고 한국은?

 

일본에서 히키코모리에 관한 초기 인식은 경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젊은 층의 이탈적 고립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가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한마디로 그들을 방관했다. 그러다 일본 내각부가 진행한 생활 여건 조사에서 ‘중장년’ 100명 중 1명꼴로 히키코모리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회의 방관과 함께 청년 시절에 극복하지 못한 은둔생활, 이것이 중장년 히키코모리까지 이어졌음을 일러준다. 결국, 중장년층이 젊었을 때 사회가 그들에게 보였던 방관은 사회의 과제가 돼 돌아왔다.

이 과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인구 고령화와 맞닥뜨리게 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일본의 ‘8050문제’가 바로 그런 예다. 8050문제란, 80대 고령의 부모가 경제·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50대 중장년 미혼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현상이다. 하루빨리 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했다면 8050문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일본 정부는 더 늦어지기 전에 이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현재 이들을 국가 차원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에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 75곳을 세웠다. 센터에서 보건, 의료, 복지, 고용 등 관계 기관과 연계해 히키코모리에게 특화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적극적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지원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없어 아직 일본 수준의 지원을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대책은 부족하고, 청년재단과 같은 민간 차원에서의 자구책만 있을 뿐이다. 중앙 정부는 소극적이고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2019년 전국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이에 근거해 실태조사를 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 차원으로 넓히기 위해 통과해야 할 첫번째 관문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국내 히키코모리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다. 

 

은둔형 외톨이에게 
빛이 되는 사회

 

일본의 사례를 들었지만,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를 감안하면, 일본의 히키코모리, 8050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20년 한국에서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19~39세의 은둔형 외톨이가 13만 명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전국적 차원의 전수조사가 아니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높은 실업률과 코로나 19 사태로 은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정확한 통계적 수치가 나와야 적극적 지원 대책 마련도 가능하다. 잘못하면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 ‘100만 명 시대’가 올 수 있다.

이에 한국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시작하여 관련 법을 제정하고,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들이 세상과 더 벽을 쌓기 전에 발 빠른 대응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뿐만 아니라, 청소년, 중장년층으로 지원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이제는 그들에게 맞는 예방책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더는 실행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글 김세은(보건행정·20)
임세영(보건행정·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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