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만연한 불법 건축물 실태를 들여다보다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우리신문사가 우리대학교 학생 2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세인과 주거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이 주거 환경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거주지에 불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46%(52)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항목은 방 크기. 주거 환경에 불만을 표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인원(24)주거 면적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4.23평에서 n개의 방이 나온다

 

정부는 원룸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110월 입법 예고한 주택법 시행령,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개정안에 따르면 약 18.15(전용면적 60) 이하가 대학생들이 흔히 거주하는 원룸이다. 그러나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같은 해 429일 발표한 앱 등록 원룸 전세 매물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원룸 평균 면적은 약 6.68(전용면적 22.71)이었다.

서울권 대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국토교통부는 약 4.23(전용면적 14)을 최저주거기준으로 제시한다. 국민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 2019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에서 실시한 서울지역 대학 자취생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권 대학 자취생 응답자의 22.6%가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 살고 있었다.

최저주거기준 약 4.23(전용면적 14)조차 안 되는 거주지를 만들어 낸 배경에는 방 쪼개기가 있다. 방 쪼개기는 하나의 방을 가벽을 세워 여러 방으로 나누는 행위다. 임대인은 방 쪼개기로 거주 공간을 늘려 더 많은 임차인에게 전·월세를 받는다. 예컨대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50분리형 원룸은 월세로 한 달에 140만 원을 받는다. 이를 쪼개 10짜리 원룸 5개로 나눈 뒤 40만 원에 월세로 내놓는다면, 임대인은 매달 60만 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9층 건물이라면 월 수익은 540만 원으로 솟는다. 불법 방 쪼개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방 쪼개기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은 거주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방 쪼개기 과정에서 소방시설·환기시설·이동통로 등이 덩달아 축소돼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방 쪼개기로 만든 건물의 경우 외관은 괜찮아 보여도 내부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가벽을 세운 방은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기도 한다. 최 소장은 이 경우 소음에 시달리거나 사생활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오래되고 비좁은 방이지만,
선택은 불가피하다

 

좁아진 방 크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방 크기가 줄어들면 유난히 비싼 대학가 전·월세 비용을 상쇄할 수 있어서다. 가령 우리대학교 주거상담플랫폼 집보샘에 의하면, 신촌 지역 내 쾌적한 원룸들은 대략 보증금 500~1천만 원, 월세 50~60만 원 선이다. 신촌 인근 대중교통 통학 범위인 서대문구 북가좌동, 은평구 증산동, 동작구 신대방동, 구로구 구로동의 월세가 35~50만 원이라는 점과 대비된다. <관련기사 1887위협받는 주거권, ‘민달팽이학생들은 신촌에 머무를 이 없다’>

다른 서울권 대학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방이 지난 20211월부터 10월까지 서울에서 실거래된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월세를 조사한 결과, 전용면적 30이하 원룸 평균 월세는 40만 원이었다. 반면 다방이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발표한 대학가 소재 33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그보다 높은 452천 원이었다. 대학가 원룸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거주지를 선택할 때 학교와의 거리’(96) 다음으로 금액’(89)을 따졌다. ‘대학가의 원천적 장점인 접근성을 제외하면 금액이 최우선되는 셈이다. 비좁으면서도 비싼 방은 오래되기까지 했다. 설문조사 중 현재 거주지에 무엇이 불만인가라는 질문에서 노후화 정도에를 언급한 인원수가 두 번째로 많았다.

방 쪼개기 문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를 양산한다. 전입신고는 건물의 동호수와 건축물대장상 지번이 일치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불법으로 방을 쪼갤 시 건물의 동·호수와 건축물대장상 지번이 일치하지 않아 전입신고가 불가능해진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입신고 불가 특약조항을 붙여 계약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신촌 남문 일대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김모(21)씨는 집주인이 이 건물에서는 한 층에 원룸 네 개만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네 명의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해 더이상 전입신고를 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김씨는 보증금을 온전히 보전받지 못한다. 임차인의 권리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대학생 주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 9월 노인·장년·청년 모두가 입주할 수 있는 '1인가구 전용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 초기인 만큼 사업 시행 지역은 강동구로 한정됐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량에 따라 이 사업의 실효성이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보여주기식으로 몇백 가구 짓고 만다면 의미가 없다얼마나 많은 양을, 얼마나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주택 공급의 확대와 더불어 불법건축물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건축법79조에서는 건축법을 위반한 건축물에 대해 각 허가권자가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건축물대장에 해당 위반내용을 적시하게끔 한다. 그러나 이는 임의 규정으로 강제력이 없는 상황이다. 불법건축물 감독관 제도는 청년기본법의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211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및 역세권 인근의 방 쪼개기와 같은 불법 건축물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불법 방 쪼개기 실태조사 결과 및 이행강제금 부과·징수 현황에 따르면 전국 불법건축물 감독관의 수는 36명에 그쳤다. 이에 불법건축물 감독관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 소장은 불법건축물 감독관을 늘려 불법건축물에 대한 시정조치, 이행강제금 징수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 전·월세 주거비 지원이 상시화되면 불법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어질 수 있다. 청년 전·월세 주거비 지원의 법제화가 절실한 이유다. 지난 202111월 서울시에서 청년 월세 지원 제도가 시작됐다. 이는 1년 동안만 시행되는 한시적인 사업이었다. 조례에 기반해 이뤄진 청년 전·월세 지원 제도는 법제화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최 소장은 다른 계층은 주거급여법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주거급여가 지원되지만, 청년 계층에게만 해당 제도가 정착되지 못했다청년 전·월세 주거비 지원의 법제화로 청년층의 주거 환경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숙사 공급자인 학교가 양질의 대학생 주거 문화 정착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 교수는 대학이 학생의 주거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정작 대학이 대학생 주거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시 여겨지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하우징 디파트먼트 제도를 통해 학교 기숙사나 민간 주택을 소개해주는 등 관련 정부 조직인 주택도시개발부가 부동산 중개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참고해봄 직하다고 제안했다.

기숙사 공급 주체가 민간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교뿐 아니라 민간 기업도 기숙사 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독일은 종교 법인이 기숙사를 지어 공급한다우리 사회에서도 민간으로 공급 주체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 역시 민간 위탁 기숙사가 필요하다이를 위해 정부가 용적률을 넓혀주거나 건축 인허가에 편의를 봐주는 등 민간에게 기숙사 건설을 위한 밑바탕을 마련해줄 수 있겠다고 답했다.

 

대학생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보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는 게 주거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 소장은 말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대학가에서 판치고 있는 불법 빈곤 비즈니스를 목도하고 있다. 대학생 주거 문제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 당국의 의지 문제다.”

 

 

글  이현성 기자
leehs9800@yonsei.ac.kr
김혜진 기자
hjkim01091@yonsei.ac.kr

<사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