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살펴보다

직장인과 대학생 10명 중 8명이 취업보다 창업을 꿈꾼다. 좋은 직장에 입사하려고 힘썼던 청년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술 창업이 아닌 소상공인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도 늘어났다. 디지털에 친숙한 청년들은 브랜드의 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청년 소상공인, 그들은 누구일까. 이들이 소상공인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소상공인 사업의 디지털 전환은 어디까지 이뤄졌을까.

또 하나의 이름,
청년 소상공인

청년 소상공인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소상공인법은 소상공인을 소기업 중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생업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로 정의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청년고용연계자금 지원 대상인 35세 이하 소상공인을 청년 소상공인이라 일컫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이후 청년 소상공인의 수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난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 혹은 그 이하가 대표인 업체는 201969천 개에서 2020182천 개로 163.6% 증가했다. 30대에서도 10.3%가량 증가했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청년 소상공인과 달리 노년층 소상공인의 경우 50대에서 1.3%가 감소하고, 60대에서 0.7% 감소하는 등 미세하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통계가 보여주듯 소상공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뜨겁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265235개가 새로 생겨났다. 도소매업의 경우 전년 대비 20대에서 32%, 30대에서 20.4% 증가율을 보였다. 잡코리아가 대학생과 직장인 9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창업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카페와 피시방과 같은 소상공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답변이 57.9%로 스타트업 창업 희망(40.9%)보다 높았다.

 

그들은 왜
소상공인을 선택했나

청년층의 자아실현 욕구는 소상공인 창업의 가장 큰 이유다. 진도 앞바다 갯벌에서 채취한 전복을 판매하는 기삼전복정승호 대표는 대학 때 수석, 차석을 다투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월급쟁이로 남게 된다는 회의감에 창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직장에서 퇴사 후 옷 가게 창업을 준비하는 조혜진(30)씨는 더 늦기 전에 나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퇴사했다혼자 힘으로 창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박주영 교수는 소상공인 창업은 청년들에게 단지 생계형 수단에 국한된 것이 아닌, 꿈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월급처럼 고정된 수입이 아니라 일한 만큼 벌 수 있기 때문에 자영업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잡코리아가 대학생과 직장인 9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창업 의향 설문조사에서 창업의 이유로 돈을 벌고 싶어서라고 답변한 것이 50.8%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돈가스 식당 창업을 준비 중인 박건영(27)씨는 직접 요식업을 운영하면 원하는 만큼 요리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는 만큼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어 창업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고용시장 위축도 청년 창업률 증가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들이 취업보다 소상공인 창업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한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실제 고용시장의 위축은 청년들에게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다가오며 결국 취업보다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29)씨는 취업도 어려운 요즘에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고, 회사에서 일한다고 해도 미래가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창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기술 창업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실패 위험이 적은 것도 소상공인 창업의 인기 요인이다. 스타트업이나 벤처업의 경우 높은 투자 금액과 장기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소상공인 창업은 기술 창업보다 위험부담이 적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이사장의 보따리를 운영 중인 이동신(22)씨는 적은 위험으로 확실한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위탁 쇼핑몰을 운영 중이라며 자본이나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씨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스타트업이나 벤처업처럼 투자받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카페 창업은 기존 자본금으로 해결할 수 있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
소상공인의 미래를 그리다

청년 소상공인들은 성공적인 사업체 운영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는다. 디지털 전환이란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시장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디지털 기술로 업무 과정, 문화, 고객 경험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창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디지털 판로개척은 청년 소상공인의 핵심 사업 전략이 됐다. 100% 국내산 농산물로 착즙 주스를 생산하는 연두팜이두현 대표는 연두팜의 경우 매출의 95% 이상이 온라인에서 발생한다소비자들의 생활방식이 점점 디지털화될 것이므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디지털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삼전복정 대표 역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다면 현장 방문해야 하는 업무를 바로 처리할 수 있다디지털 자료화로 성과를 쉽게 저장하고 찾을 수 있어 업무 전반에 대한 파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청년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다양한 지원 정책도 생겨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 예산을 전년보다 25% 확대한 905억 원으로 편성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6만 명을 대상으로 교육 및 상담 등 역량 제고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민간 채널 진출 지원 및 라이브 커머스 제작 구독경제 운영 진출 기반 조성 등 총 17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대표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진행하는 소상공인 온라인 입점 지원사업’, ‘브이 커머스 제작 지원사업등에 참여해 지원받았다. 해당 지원 제도를 통해 단기간에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올라 지난 202112월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온라인 채널 확장과 매출 증진에 많이 도움받으면서 온라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홈쇼핑 입점 지원사업구독경제(전자소포)’를 지원받았다. 정 대표는 업체 자력만으로 홈쇼핑이라는 큰 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웠다홈쇼핑입점 지원 사업을 통해 다른 홈쇼핑 사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업체 운영 초기에는 관련 산업체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업 전반을 디지털 전환으로 효율화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 대표는 메일로 여러 정보를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구독경제 서비스 덕분에 정보를 찾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년 소상공인은 회사 밖에서 자신만의 사업체를 경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활용한 청년 소상공인의 도전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취업난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부상한 소상공인 창업이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소상공인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들을 기대해 본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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