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소상공인의 현실과 미래를 알아보다

지난 9월 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던 2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6개월 동안 임대료를 내지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가,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며 청년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소상공인이 된 청년들이 창업을 준비하며 품었던 희망과 현실은 상이했다. 청년들은 왜 암울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을까. 그들이 빚더미 아닌 생존권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와 해결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높아지는 창업률
낮아지는 생존율

 

지속적인 취업난으로 많은 청년이 창업을 택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은 67.7%에서 65.1%로 하락했다. 가중된 취업난에 2020년 취업을 포기한 29세 이하 청년이 435887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최근 5년 중 최고치에 달하는 수치이다. 반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창업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202029세 이하가 창업한 기업은 174728개로, 2016(11419)에 비해 49.6% 증가했다.

20대 창업률이 높아졌지만, 폐업사업자 비율도 동시에 증가했다. 지난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9세 이하 청년 개인사업자들의 폐업률은 20.1%, 전체 평균인 12.3%1.6배 수준이었다. 폐업률은 3014%, 4010.4%, 508.8%, 608%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청년 창업인의 폐업률이 높은 것은 청년 창업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창업에 나선 청년 중 대부분이 소상공인 개인사업자로서 창업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201611419명이던 29세 이하 개인사업자는 2021년에 165635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수 증가가 창업률 상승을 견인했음을 알 수 있는 지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프랜차이즈 식당이 자영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창업이 외식업에 치중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전했다.

창업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 조달이다.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의 경우 소득 기반이 매우 약하다. 중앙대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는 자본이 미약한 청년들은 창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의 청년 정책지원금 등 대출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 및 금융기관의 대출 지원과 더불어 민간의 투자 지원도 필요하다. 대출과 달리 투자는 창업가의 사업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박주영 교수는 사업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소상공업의 생존 기간은 창업을 준비하며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고 교육받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자영업 시장으로 내몰린 청년 중 기초 지식과 준비 없이 창업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지난 2021년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창업 준비기간은 평균 8.1개월로, 기존 사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준비 기간이 10개월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짧다.

 

인정받는 기술 창업
차별받는 비기술 창업

 

청년들은 왜 준비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창업을 시작하는 걸까. 이는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술 창업에 비해 비기술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정부는 기술 창업에만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2년도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에서 창업 지원 예산 36668억 원 중 소상공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업예산은 최대 8698100만 원가량으로 집계됐다. 그 외 예산은 전부 기술 창업 분야에 편성된 것이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는 정부의 창업 지원의 90% 이상이 기술창업 분야라며 이를 91에서 73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 소상공인들도 비기술 창업 분야 투자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강화도 특산물 타르트를 판매하는 강화까까의 이경화 대표는 비기술 창업 분야에도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작은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한국에서도 글로벌한 브랜드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 소상공인이 창업 정보를 얻고, 교육·컨설팅 등 도움을 얻을 기회도 적다. 이 대표는 창업 교육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나 커리큘럼이 존재하지 않는다교육이라고 해도 매우 기초적이라 실무에 활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제 창업 경험이 있는 교육자가 적은 현실도 문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유능한 창업교육자가 매우 부족하다성공적 창업을 위해서는 자금을 연결하거나 판로를 열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소개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이 충분한 이론 설명과 함께 이론을 실전에서 적용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기술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문제로 제기된다. 창업을 떠올리면 흔히들 기술 창업을 먼저 이야기한다. 박 교수는 스타트업은 좋은 창업, 자영업은 나쁜 창업이라는 프레임 씌우기를 멈춰야 한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창업이 취업난 해결을 돕는다는 사실도 간과되고 있다. 박 교수가 통계청의 중소기업 통계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국의 70만 음식점 모두가 10년 이상의 장수 음식점으로 성장한다면 21만 개의 일자리를, 20년 이상 장수한다면 42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91년 이래 줄어든 7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절반 이상 보충할 수 있는 정도다. 이 사무총장은 자영업자가 만들어낸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우리 사회는 경제활동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자영업자들을 장려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 소상공인.
이제는 지역을 바라볼 때

 

전문가들은 이제 지역 소상공인에 집중할 때라고 입 모아 말한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며 대기업이 갖지 못하는 장점을 내세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시기에 지역 소상공인은 대형쇼핑몰과 차별점을 갖게 됐다. 휴식과 여가, 다양한 경제활동의 장소로 부상한 집과 거리상 가깝다는 이점 덕분이다. 모 교수는 소상공인의 점포는 기본적으로 백화점이나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소비자와 가까이 있는 상점가는 집 앞의 작은 쇼핑몰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살아남을 수 있다.

소상공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의 특수성과 잠재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 교수는 지역성이 강한 소상공인은 지역 스토리를 만들어 지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마케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상공인들이 해당 지역에서 강점을 갖는 골목상권에서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소상공인들을 위한 스마트 점포나 무인점포, 단순 반복 노동용 로봇 도입을 지원하거나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위생 시스템을 스마트 기기와 접목하여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소상공인 지원이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자체와 연계한 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큰 틀을 만들어 주고 각 지방 단체별로 이를 실행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선문대 경영학과 노규성 교수는 지자체와의 연계협력은 필수다지역의 특화된 상황을 강화하는 창업자금과 투자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각 지역에서 창업 아이템의 과밀화 여부부터 매출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창업 실패의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중심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청년 소상공인들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창업을 시도하는 추세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2017년에 강화도에서 창업 후 현재까지 지역 특산물이 들어간 디저트 판매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국가 중심의 교육은 읍, , 동 등의 작은 동네에서 활동하는 청년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모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 단위의 창업 준비자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지역 중심 창업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로 새로운 교육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각 지역 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된다. 노 교수는 지역의 대학과 연계해 해당 지역에 특화된 산업 분야와 연계된 소상공인 창업 및 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지원 정책만으로 청년 소상공인들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 중심의 지원으로 청년 소상공인들의 내일이 밝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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