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의 생존법, 무지출에 도전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청년들은 결국 고물가 시대에 대응하는 생존법으로 무지출 챌린지를 택합니다. 무지출 챌린지는 무엇인지, 이것이 청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참여해봤습니다.

 

물가는 상승
청년들의 소비는 하락

 

무지출 챌린지는 자신의 예산 내에서 최대한 소비를 줄이며 생활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출을 아예 하지 않는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사실상 실현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무지출 챌린지는 지출 금액을 ()’로 만들기보다는 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고물가 시대에 맞서 등장한 이 소비문화는 청년들 사이에서 뜨겁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엠브레인트렌트모니터에서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지출 챌린지관련 인식 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2%가 이 챌린지를 시도해 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지출 챌린지는 단순히 자신의 돈을 아끼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청년들은 SNS를 통해 챌린지 성공 여부를 인증하고, 성공 비결을 공유합니다. 손지우(21)씨는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챌린지 현황을 공유하며 즐겁게 생활비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며 참여 경험을 전했습니다.

무지출 챌린지는 이례적인 물가상승에서 비롯됐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 금융위기 당시인 200885.6%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청년층은 특히 경제위기에 취약합니다. 얼마 전까지 청년층 사이에서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영끌문화가 유행했던 만큼 청년들은 경제 상황 악화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청년들이 무지출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지출 챌린지는 청년들의 소비 관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6%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어서 무지출 챌린지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백승훈 이사는 무지출 챌린지는 청년들이 본인의 지출을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분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은진, 하영 기자의 무지출 챌린지 체험기

 

1) 걸어 다니기

은진 기자: 기자는 평소 운동을 하러 가거나 마트에 갈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한 후에는 장거리를 제외하고 모두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도보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심적 갈등이 있었지만, 교통비가 줄어드는 것이 확연히 보여 기자는 어느새 지속적으로 도보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하영 기자: 도보 30분 이내 거리는 모두 걸어 다녔습니다.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도보와 대중교통 이용 시 걸리는 시간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일주일 교통비를 계산했을 때 무지출 챌린지 실천 전보다 1만 원 이상이 준 것을 확인했습니다. 걷기를 통해 돈을 아끼고, 건강도 챙길 수 있었습니다.

 

 

2) 식사 해결

은진 기자: 자취생인 기자는 평소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군것질거리를 사 오곤 했습니다.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냉장고에 있던 냉동 도시락을 먹거나 밑반찬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이전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대신 2배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영 기자: 기자는 평소 배달 음식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었습니다.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하고 나서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냉장고를 털어 볶음밥을 해 먹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식비 지출은 줄었지만, 냉장고 속 음식이 떨어질 경우 다시 장을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이에 무지출을 장기적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편집국에 비치된 커피 마시기

은진 기자: 기자는 평소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편집국에 출근하면서도 커피를 사 왔습니다. 카페 대신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고 편집국에 출근해서 비치된 커피믹스를 마셨습니다. 이를 통해 생활비의 20%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영 기자: 기자는 편집국 출근 전 카페에서 음료수를 사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하고 카페에서 사용하던 비용을 줄이니 일주일에 몇만 원은 더 아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음료 맛에는 차이가 있지만,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지출 챌린지가 필요 없는 일상을 위해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동기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해당 챌린지에 참여한 청년들은 고물가 시대에 대비해 스스로 절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백 이사는 경제적 위기 상황이 있을 때마다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이번 챌린지의 경우는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청년들이 무지출 챌린지를 일종의 놀이로 즐기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은 정말 소비가 불가한 저소득층 청년들은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지 않는다지출을 줄일 수 있는 청년들의 재테크와 같은 놀이 문화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무지출 챌린지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청년들이 무지출 챌린지에 비자발적으로 동참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눈앞에 닥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청년들이 불가피하게 무지출 챌린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백 이사는 무지출 챌린지는 제한된 혹은 강요된 선택이라며 청년들이 무지출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소비를 줄이게 된 배경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의 환경은 청년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무리하게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청년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우울감과 무기력증 등 부차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김지우(24)씨는 “2주 정도 챌린지에 참여해봤지만, 이전과 너무 달라진 일상 때문에 위축되고 무력감이 들어 결국 중단했다고 전했습니다.

무지출 챌린지 때문에 청년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됩니다. 경제 순환을 위해 국민의 적절한 소비심리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소비를 극단적으로 억제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장기화된다면 청년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의 소비 심리 위축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백 이사는 경제 전반이 침체한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국가 경제 차원에서 청년들의 소비 비중이 작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구 소장 또한 무지출 챌린지는 이미 위축된 소비 심리의 결과라며 무지출 챌린지 확산으로 우리나라의 소비 수준이 위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무지출 챌린지는 무조건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 소장은 현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에 달한다정부가 국가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고,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물가를 조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전했습니다. 김 씨는 물가 안정화를 위해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정부가 청년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발 빠른 대처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제는 무지출 챌린지를 넘어 또 다른 방안이 적극적으로 시행될 시기입니다.

 

물가와 금리가 인상되면서 청년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지고 이들의 일상은 각박해졌습니다. 고물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는 청년 개인의 노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들이 합리적으로 소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사진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사진 김대한 기자
3.18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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