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통합 논쟁을 통해 연금 개혁의 방향을 짚어보다

지난 8월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연금 개혁 논의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연금제도의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특히 연금 통합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연금 구조 전체를 수정하는 연금 통합 개혁안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며 화제가 됐습니다. 연금 통합 논쟁은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연금 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돼야 할지 TheY가 살펴봤습니다.

 

연금 개혁,
미래를 위해 늦출 수 없어

 

우리나라의 4대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중 국민연금 이외의 연금은 직역연금이라 칭합니다.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4대 공적연금 지원에 10여조 원의 세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는 올해보다 11.6% 늘어난 규모입니다. 4대 공적연금에 세금이 투입되는 이유는 연금 기금의 적자 때문입니다. 2023년 공무원연금 기금 재정수지 적자는 47천억 원에 이르게 됩니다. 군인연금 또한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사학연금과 국민연금도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각각 2025년과 2041년부터 적자 전환이 예상됩니다.

문제는 한국의 고령화 속도와 출산율 저하 수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오는 20234대 공적연금 의무 지출액은 676915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올해 연말까지의 지출액인 589869억 원보다 14.7%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출액은 2026년까지 연평균 9.8%씩 증가할 예정입니다. 그중 국민연금이 연평균 10.6%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눈에 띕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연금 수급자의 수령 기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민연금 가입자 중 100만 원 이상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 수는 43531명입니다. 이는 20만 명대였던 2018년보다 2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반면 지난 10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3년 및 중기 경제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210.81명에서 오는 20260.6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합니다. 국민연금공단에 쌓인 돈이 떨어지는 시점부터 국가는 해당 시기의 생산가능인구가 낸 보험료로 노인을 부양해야 합니다.

국민들과 전문가들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의 응답자 중 87%국민연금 고갈에 대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지현(26)씨는 국민연금 수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저소득층이 많아 나중에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우려된다나중에 사회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기에 연금 제도를 빨리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렇듯 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연금 통합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연금 개혁은 크게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으로 구분됩니다. 모수개혁이란 개별 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풀어 말하자면 얼마를 납부하고, 얼마를 수령할지에 관한 개혁입니다. 반면 구조개혁은 더 넓은 차원의 개혁으로 연금 체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현 정부는 지난 8월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조만간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중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까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구조개혁안으로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금통합론이 있습니다. 연금 통합론은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4대 공적연금을 일원화하자는 방안입니다. 현재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은 급여 수준 보험료율 연금 지급 연령 국가와 사용주의 부담 비율 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찬성 측에서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합니다. 그중 공무원연금의 형평성 문제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공무원연금은 직업 특성상 오랜 기간 연금을 지불하기에 지급액과 수령액에서 국민연금과 크게 차이 납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가 1인당 받는 돈은 월평균 37만 원에 불과했지만, 퇴직공무원이 1인당 받는 퇴직연금은 240만 원에 달했습니다. 또한 국가의 적자 지급 의무를 규정하지 않는 국민연금법과 달리 공무원연금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부담하도록 규정합니다. 형평성 논란이 계속 제기되자 공무원연금은 지난 1996년과 2000, 2009, 20154차례에 걸쳐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은 올리고, 지급률은 낮아지고, 수령개시 연령도 조정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반복적인 조치도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의 형평성 문제를 완벽히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 연구위원은 네 차례 개혁만으로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부족하다연금을 통합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대 측에서는 형평성 문제는 해결됐다며, 연금 통합의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공무원연금을 4번 개혁한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중배 부위원장은 지난 네 차례의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논란이 됐던 특혜성 조항은 대부분 사라졌다부담의 차이만큼 혜택이 차이 나기에 형평성 논란은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반대 측은 연금 통합을 추진할 시 기존 직역연금 수혜자가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연금 통합시 신규 공무원이 국민연금 납부자로 통일돼 은퇴한 공무원들의 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공무원연금 가입자 수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박 부위원장은 신규 임용되는 공무원을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시킬 경우 결국 세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험료 수입이 줄어 기존 공무원연금 수급자들의 연금을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려면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공적연금 하향평준화에 따른 사적 보험 시장의 확대도 우려됩니다. 박 부위원장은 연금 통합시 공적연금이 하향평준화 되면서 사적보험 시장이 커질 수 있다개인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수밖에 없어 노후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금 통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반대 측은 법적으로 성격이 다른 연금을 통합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국경제허원순 논설위원은 성격이 다른 각 연금을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문제가 있다면 연금별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연금통합 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심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직역연금을 일반 국민연금과 그 특수성을 고려한 퇴직연금으로 세분화해 별도로 운영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 이태석 연구위원은 결국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의 형평성 문제는 각 직역연금의 퇴직연금 부분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좁혀진다직역연금 내 국민연금 부분은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퇴직연금 부분은 별도로 일반 직장인들의 퇴직연금처럼 운영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속가능성과 국민적 공감이
연금 개혁의 핵심

 

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을 충분하게, 그리고 지속해서 보장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충분한 액수의 연금 지급이 연금제도의 두 가지 목표입니다. 그러나 지속이 가능한 제도는 연금 액수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우려가, 충분하게 연금 액수를 제공하는 제도는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충분한 연금 액수보다 지속가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밝힙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개혁 이전에 모수개혁 방향을 논해야 합니다.

먼저 보험료율과 수령 연령 상향은 불가피합니다. 지난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경제보고서 2022’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두 배 이상 올리라고 권고했습니다. 비영리민간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오건호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 인상이라며 수령 연령도 점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7월 한국갤럽의 국민연금 개혁방안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19~69살 전국 남녀 중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인다가 전체 응답자의 36.6%로 가장 많았습니다. 수령 연령을 상향 조정할 경우 연금 지급 기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년을 늦추는 방안도 제시됩니다. 허 논설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법제화된 정년 60세를 65세로 조정하거나 궁극적으로는 이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근로기간이 늘어나면 국민연금을 부담하는 기간 역시 늘어나 개인당 노년층 부양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해식 연금연구센터장은 여러 방안 사이에서 적정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정부가 미래 비전을 정확히 제시하고 단계적 조치를 하면 정치적인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입니다. 연금을 납부하는 현세대부터는 이전보다 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사회 지속을 위해 미래세대와 현세대가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모든 사회 공동체가 부담하는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통 분담을 위해서는 연금 개혁 이전에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정부는 연금 재정 상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오 정책위원장은 연금 재정 상태를 국민들이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면 연금 가입자들의 책임 의식이 높아짐과 동시에 연금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구조적 개혁을 시행할 경우 거시적으로 개별 연금제도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동시에 세부적으로 연금 개혁의 핵심인 국민연금의 모수를 개혁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논의의 과정과 전략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합니다.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됩니다. 연금 개혁은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해 연금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모두가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최선의 개혁안이 마련되도록 힘쓰는 사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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