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독립서적, 『두 개인주의자의 결혼생활』

각방을 쓰거나 따로 여행하는 부부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부부 사이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보통의 부부는 함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부부는 많은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통념이 존재해왔다. 혹시 이런 통념에 저항하고 싶은가.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는 두 개인주의자의 결혼생활을 참고해보자.

 

 

부부가 되는 순간 상대와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특히 결혼 초기에는 이러한 삶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혼자만의 시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이후 지나친 속박은 서로를 갉아먹고, 둘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결혼한 두 당사자는 실상 부부이기 전에 두 명의 개인이다. 고유한 개인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다.

 

독립성과 사랑 중에 무엇이 먼저인지 묻는다면,
그 둘은 서로를 가능하게 해주는 보완 요소라고 답하겠다.”

 

사람의 인생에는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패키지 상품이 존재한다. 결혼하되 매 순간 사람과 연결돼야 하는 상품 A, 외롭지만 영원히 자유로울 수 있는 상품 B. 저자는 주저 없이 상품 B를 고른다. 그만큼 그는 도저히 남과 함께 살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개인주의자다. 그랬던 그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아내는 그와 다른 점도 많지만, 자신과 동일하게 개인의 삶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타인과 같이 살면서도 매 순간 연결되는 것은 아닌, 그런 결혼 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들은 결혼하게 된다. 그들은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위해 때로는 따로, 때로는 함께하는 자신들만의 결혼생활 원칙을 세웠다.

그들의 결혼은 항상 함께있는 삶은 아니다. 수면 습관이 다른 그들은 각방을 사용함으로써 저녁 시간의 안락함을 얻는다. 여행 취향이 다른 그들은 낮 시간대에는 서로 다른 곳을 찾아갔다가 저녁에 만나 함께 식사한다. 격년으로 한 해는 혼자, 다른 한 해는 함께 여행을 간다. 주말에 약속이 있다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시행한다. 이 모든 원칙은 상대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토대로 세워졌다.

저자는 사람이라면 각자 마음속에 고양이 한 마리씩 품고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고양이는 개인주의적이라고 알려진 생명체다. 그들은 단독행동을 좋아해 소위 마이웨이를 보인다. 그러나 매사 도도한 고양이도 외로워지면 집사를 찾아간다. 이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가도 문뜩 외로워지면 상대를 찾아가 애정을 쏟는다. 물론 갑자기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상대는 그가 다시 찾아오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서운해하지 않는다.

 

결혼생활은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결혼은 으레 이러이러하다는 일반론이 통하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존재인 인간 둘이 만나 이루는 결혼이란 우주가 그리 단순할 리 없다.”

 

미니멀리스트 남편은 맥시멀리스트 아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을 보며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저자는 혼자만의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아내는 원하던 냄비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 행복을 얻는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결혼 이후에 많은 사람이 이 점을 간과한다. 희생이라는 명목으로 서로의 행복을 제한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저자의 결혼생활은 보통의 결혼생활과는 다르다. 하지만 세계 80억 인구가 모두 똑같은 결혼생활을 할 수도, 할 리도 없다. 그렇기에 부부는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 부부가 서로 합의하에 원칙을 세워 결혼생활을 이어 나가면 된다. 독립적인 성향을 보유한 두 개인주의자라면 저자 부부와 같은 결혼생활도 고려해볼 만하지 않은가. 물론 결혼 자체도 개인의 선택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생활방식에 객관식 정답 찾기는 없다. 주관식 서술만 존재할 뿐이다.

 

 

글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자료사진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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