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범, 백윤화 이모티콘 작가를 만나다

메신저로 가족에게 안부를 묻고, 연인 간에 사랑한다는 말을할 때. 친구와 수다를 떨고, 직장 동료를 응원하는 순간. 우리의 하루는 이모티콘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듯 일상을 꾸미는 이모티콘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문종범 이모티콘 작가와 백윤화 이모티콘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종범 작가와의 인터뷰

 

자기소개 부탁한다.

문랩스튜디오의 문종범 대표다. 오구 캐릭터 콘텐츠를 다양한 사업에 이용 한다. 주 상품은 오구 이모티콘이고 현재는 해당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개발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모티콘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도예 유리를 전공했다. 도자기나 유리 쪽 전공으로 가려면 설비를 갖추는 것부터 제작까지 다양하게 품이 많이 든다. 졸업 후 도예·유리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것으로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접근성 측면을 고려하거나 시장의 크기를 비교해봤을 때 이 일을 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대학 졸업 후 이모티콘 분야를 알게 됐고 이모티콘 일을 꾸준히 놓지 않고 도전하다 보니 1년 사이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구 캐릭터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오구 캐릭터는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오리너구리 모양 조명에서 시작했다. 원래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동물의 특징에 관심이 많았는데, 졸업작품을 디자인하면서 조명의 모양이 오리너구리의 꼬리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오구 캐릭터는 이후 약 2년의 기간을 거쳐 이모티콘으로 탄생했다.

 

▶▶ '문랩 스튜디오' 문종범 작가의 이모티콘 캐릭터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아기오구, 몰티즈, 리트리버, 초록개구리.
▶▶ '문랩 스튜디오' 문종범 작가의 이모티콘 캐릭터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아기오구, 몰티즈, 리트리버, 초록개구리.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 있다면.

높은 완성도를 가진 모션 이모티콘을 선호한다. 자신만의 사고를 통해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이를 완성도 높은 모션으로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남들과 차별성 있는 모션 작업을 하는 것은 어렵다. 단순한 인사말이라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독특하게 표현해야 한다. ‘굿모닝이라는 인사말을 360도 회전하는 모션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구상했었다. 이처럼 하나의 좋은 모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와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모티콘을 승인받기 쉽지 않다는데.

많은 이모티콘 작가가 대중적인 메신저 카카오톡에 자신의 작품을 출시하길 원하지만, 출시 과정은 까다롭다. 이모티콘 시장이 비교적 블루오션일 때 들어왔기에 작품 승인을 비교적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미승인을 연속으로 14번 받은 적이 있다. 미승인을 연속해서 받으면 작가들은 자존감이 깎일 수밖에 없다. 승인이 나더라도 이모티콘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폭력적이거나 동물 학대적인 표현은 출시될 수 없다는 기준이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카카오에서 정하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이모티콘이 반려되기 전까지는 기준 충족 여부를 알 수 없다. 이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실제로 이모티콘이 출시되려면 빠르면 3개월에서 길게는 반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기다려 출시된 이모티콘이 인기 이모티콘에 들지도 못하고 하루 만에 순위권 밖으로 떨어지면 의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인기 있는 이모티콘의 특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인기 이모티콘의 특징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림이 깔끔하고 완성도가 높거나, 혹은 유행을 잘 반영하거나 유머러스 하기도 하다. 소비자의 수요를 채울만한 확실한 요소가 있으면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이모티콘의 인기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없다. 작가의 판단과 대중의 판단은 다르다. 결국 인기 있는 이모티콘은 대중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이모티콘 작가로서 겪는 고충이 있는가.

이모티콘 작가는 혼자 모든 과정을 해내야 한다. 작품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고, 피드백하는 과정 모두를 전부 혼자 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피드백을 받는다고 해도 정말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사람은 많지 않다. 피드백을 받고 난 후에도 고민에 빠지는 시간이 많다. 피드백대로 수정할지에 대한 기준점이 없기에 피드백을 수용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인기 이모티콘을 배출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도 잘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멘탈 관리와 감정 조절이 중요하다. 감정 기복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꾸준히 많은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일상 루틴을 유지하려 한다. 일주일에 4번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시작하면서 먼저 몸을 깨우고 그 뒤에 작업을 한다.

 

인생에서 자신의 이모티콘 캐릭터들은 어떤 의미인가.

이모티콘은 파편화된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은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복합적이다. 내 캐릭터들은 나의 여러 측면을 파편화해서 순수하게 그려낸 존재들이다. 아기 오구는 용감하고 모험심 넘친다. 몰티즈는 귀엽지만 때로는 성질을 낸다. 숭숭이는 맨날 화내는 나의 모습만 담아서 화를 잔뜩 내고 있다. 캐릭터들은 나를 분리해 놓은 것이다.

 

 

백윤화 작가와의 인터뷰

 

자기소개 부탁한다.

펀피 스튜디오의 백윤화 대표다. 모찌, 세숑, 바쁘개, 바쁘냥 등의 캐릭터와 이에 관한 이모티콘을 제작하고 있다. 캐릭터로 사람 간의 소통을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모티콘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캐릭터를 창작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서 펀피 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이모티콘만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창업 당시 이모티콘 시장이 뜨고 있다 보니 관련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우리 회사에서도 이모티콘을 제작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시도한 첫 프로젝트가 이모티콘 형식의 캐릭터였고, 처음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게 시작해 벌써 9년째 이모티콘을 만들고 있다.

 

바쁘냥, 바쁘개, 모찌, 세숑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 때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는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귀엽기만 하면 이모티콘이나 콘텐츠 시장에서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가의 자기만족보다는 대중이 공감하고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그래서 대중들에게 인정받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이모티콘에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코드나 대화에 사용하기 좋은 메시지를 담으면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바쁘개와 바쁘냥 캐릭터는 뭐든지 빨리빨리 하려는 문화적 공감대를 반영해 만들었다. 그런 캐릭터가 개성 있게 대중들에게 다가간 것 같다. 이후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차별화된 캐릭터를 다양하게 제작하기 시작했다. 모찌나 세숑은 친근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인기 있는 이모티콘의 특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세대별 관심도를 잘 반영한 이모티콘이 인기 있다. 이모티콘은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이모티콘 인기 순위만 봐도 세대별로 인기 순위가 천차만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인기 이모티콘의 타깃은 매우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설정돼있다. 예전에는 안녕이라는 이모티콘을 찾으면 그저 인사만 하는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세대별로 안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세대가 갖는 특징을 잘 잡아내고 그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펀피 스튜디오' 백윤화 작가의 이모티콘 캐릭터들.
▶▶ '펀피 스튜디오' 백윤화 작가의 이모티콘 캐릭터들.

 

이모티콘 작가로서 겪는 고충이 있는가.

함께하는 팀이 있기에 이모티콘 제작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다. 다만 같은 캐릭터의 시리즈를 20개 넘게 만들면서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야 하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낀다. 이모티콘 특성상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어렵다. 이모티콘을 제작하기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부분은 극복하지 못했다. 대중들의 사고방식이 새로워지면 이에 따라 사용하는 이모티콘도 바뀌어야 하는데, 대중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번 이모티콘에서 반응이 좋아도 다음 이모티콘은 반응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출시한 이모티콘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운이 좋았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캐릭터 팝업 스튜디오를 열었는데.

2022년부터 팝업 스튜디오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캐릭터를 이모티콘 안에 두기보다는 스토리를 담아 브랜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8세숑이의 방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고, 18일부터 두 번째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번 팝업 스튜디오의 주제는 핼러윈이다. 팝업 스튜디오에서는 이모티콘만으로는 다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물건 판매에 집중하는 다른 캐릭터 팝업 스튜디오와 달리 캐릭터의 세계관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생에서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 캐릭터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어렸을 때부터 캐릭터를 너무 좋아했고, 언젠가는 나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까지 만든 나의 캐릭터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자식처럼 느껴진다. 캐릭터의 입장이 돼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할지 상상하는 시간도 많이 갖는다. 일련의 과정 속 생겨난 캐릭터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우리의 대화를 다채롭게 만드는 이모티콘 뒤에는 매일같이 고민하고 작업하는 이모티콘 작가들이 흘린 땀방울이 있다. 이모티콘에 담긴 작가들의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자. 이들이 발굴하는 다양한 표현 방법이 모두에게 닿을 수 있길 바란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사진 김대한 기자
3.18h@yonsei.ac.kr

<문종범 백윤화 본인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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