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이제 지구상 그 어느 나라도 피할 수 없는 현안이 되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구촌의 대부분 나라들이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을 가리지 않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정책의 핵심은 지구온난화를 불러오는 온실가스 감축이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열중이다. 독일의 경우 현재 40% 정도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5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물론 여기에 원전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떠한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1년 기준 7.5% 수준으로 OECD 평균 30%에 한참 못 미치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그런데 현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전정부가 목표로 했던 30.2%보다도 한참 아래인 21.5%로 하향 조정하고 대신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삼성전자도 참여한 RE100 캠페인은 2050년까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올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RE100은 기업의 수출과 투자유치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에 우리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 제품은 앞으로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이 평균 2% 수준인 걸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현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줄이고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정부는 유로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어 괜찮다고 하지만 그 전제 조건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 해체 시 나올 핵폐기물을 보관할 장소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자력은 그린 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에너지전환 정책을 획기적으로 다시 정립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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